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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의 기술
글쓴이
이반 이스쿠이에르두 저/김영선 역
심심
평균
별점8.9 (28)
shy10102

 

 

"우리가 잊는 것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는 심오한 문장이 부제인 책, <망각의 기술>

워낙 평소에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라서, "과연 인간에게 기억과 망각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답을 구할 수 있을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시작한다면, 분명 그 기대는 깨질것 이다.

이 책의 추천사에서 제임스 맥고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역사적 개념과 문학적 견해, 과학실험 결과를 결합하는 매력적인 방식으로 기억과 망각 사이에 벌어지는 투쟁을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추천사를 봐보니, 일단 이 "제임스 맥고"라는 사람은 책의 본문에서도 종종 인용되곤 하는 기억연구의 대가다.

기억연구의 대가신가는 좋은데... 

거꾸로 말하면 이 추천사가 철저히 과학자의 입에서 나온거였구나... 내가 그걸 책을 시작할 때는 몰랐구나... 약간 통수의 느낌도 있다 ㅋㅋ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이 책에서 "역사와 문학과 인문과 과학의 동등하고 황홀합 결합"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 85%에 15%의 인문학적 접근으로 쓰여진 책이다.

(근데 이 사실을 먼저 알면 문과생들은 나처럼 속아서 책을 집지는 않을 것 같다. 근데 그걸 감안해도 이 책은 읽어볼만 한, 재밌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종종 아래와 같은 글들에 당혹감을 느끼고.. 처음에는 차근차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다가..

나중엔 그냥 선택과 집중을 하게된다... 선택과 집중은 이 책에서 긍정하는 가치이니, 아마 저자도 양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 ^^


 



여튼 위와 같은 당혹스러운 페이지들을 (꽤) 넘기면 신경과학적 사실이지만 꽤나 흥미로운 설명들도 들을 수 있고, 때로는 인문학적인 울림을 주는 문장들을 만날 수도 있다.


아래처럼 노인이 젊은이보다 원격기억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머릿속에서 쓸쓸한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결론은 노인분들이 먼 옛날의 기억을 더 잘 기억하는 것도 다 신경과학적으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과학자의 중립적인 가면을 쓴 은근한 팩폭으로 책 읽다가 빵 터지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들면 아래와 같은.





여튼 이 책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이거다.


"기억을 상실하는 것은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망각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사실 소거, 습관화, 차별화 등으로 반응을 제어하는 것뿐이다.

우리가 망각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우리의 기억 흔적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네발로 걷는 방법을 아예 잊어버리는 것처럼, 시냅스의 폐기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것이 진짜 망각이다."


"우리가 망각하기를 선택하는 것은 기억하는것 만큼이나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준다"



저자는 망각은 인간의 생존과 효과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라며, 망각의 가치를 긍정한다.

망각하기 전문가인 나는 아래와 같은 구절들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지난 며칠동안 우연히 습득한 그리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망각하는 일은 40세가 넘은 사람에게 유용하다.

이틀 전에 사무실 건물 주차장 어디에 차를 두었는지는 잊어버리는 편이 더 낫다. 더 중요한 것을 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더 재빠르고 기억력이 좋지만 주의가 산만한 젊은 사람보다는 40세가 넘은 사람에게 경영업무나 경영직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큰 그림이나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최근의 세부사항을 잊어버리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하거나 쓸모 없는 세부사항을 버리는 재능은 습득 가능하고, 이런 재능은 큰일을 하기에 적한한 자산이다."


책에 따르면 기억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1. 의미기억 : 의미, 이해,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에 대한 기억

2. 일화기억 : 일화나 우리에게 일어난 일, 영화 이야기에 대한 기억

3. 절차기억 : 감각 또는 운동 기능에 대한 기억(플룻 연주하는 법 같은)

4. 작업기억 : 아주 단기간동안 특정 작업을 위해 저장하는 기억. (이를 테면 금방 들은 전화번호를 외워서 누르는 것)


이 중에서 나는 일화기억이 현저하게.. 거의 없다시피 한데. 나 같은 사람이 읽으면 일말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공부를 그래도 곧잘하고 삶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의미기억만 현저하게 발달해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기억의 천재인 푸네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푸네스는 온갖 나무 무리 속 모든 나무의 모든 잎뿐만 아니라, 그가 그서을 지각하거나 마음속에 그린 때를 모두 기억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완전한 기억력을 가진 사내이다.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서 보르헤스는 말했다.

"그는 푸네스가 사고에는 그리 능숙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고하려면 일반화를 위해 망각해야만 한다."

보르헤스와 ​저자는 思考를 위해서는 일반화가 필요하고, 일반화를 위해서는 망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 같이 일반화가 습관이 사람에게는 반가운 말이 아닐 수 없다. ​

나는 항상 군더더기들은 모두 삭제하고, 일반화해서 사고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 덕에 학창시절에는 공부하는 것이 수월했다. 쓰잘데기 없는 것들은 다 빼버리고, 논리적인 구조를 구축해서 그것을 토대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가끔 일을 하다가 큰  체계를 구조화하는 작업을 해야하는 때가 아주 가~끔 찾아오는데, 그 때 나는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세부적인 디테일을 만지는 일이 나에게는 안 맞는다. (그래서 대다수의 일은 별로 흥미를 못 느낀다)


어쨌든 망각전문가인 나에게는, 망각을 긍정해주는 이 책이 효용론적 관점에서 아주 긍정적이였다.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내 입맛대로 책을 읽은것 같긴 하지만, 나는 서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것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이상 순전히 개인적인 독후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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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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