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때와 6년이 지나 두 번째 읽었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블로그 검색을 해보니 2014년 7월 31일에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다시 읽은 오늘은 2020년 5월 10일. 사건이 일어났고 진실을 감추고 왜곡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뉴스를 보는 게 힘들 정도였다. 2014년 이전의 나는 대체적으로 평온한 삶을 살아갔다.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지도 크게 무언갈 잃어본 적도 없었다.

2014년 이후부터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소년이 온다』는 이야기 속에 망설임이 많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한강의 시적인 문장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진압군이 도청으로 몰려오기 전과 후의 서사를 활발하게 펼쳐내는 것보다 그 시간의 엄숙함을 조용하게 담아내고 있다고 느꼈다. 두 번째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강은 최대의 힘으로 거침없이 무서운 시간을 그려내고 있었다. 6년의 시간 동안 최초의 죽음을 경험한 나는 『소년이 온다』가 처절한 소설이었음을 깨달았다.

상하방에 세 들어 사는 친구 정대와 정미 누나. 소년 동호의 세계는 그들과 함께 하면서 달라진다. 또래 친구 정대와 함께한 시간들. 동생을 꼭 대학에 보내겠다며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정미 누나. 늦은 밤 동호에게 교과서와 참고서를 얻어 가는 정미 누나. 그 누나가 돌아오지 않자 정대와 동호는 시내로 나간다. 군인들이 대낮에 총을 쏘고 진압봉으로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때리는 그곳으로.

『소년이 온다』는 끊임없이 '너'를 호명한다. 중학교 3학년이지만 키가 작아 1학년처럼 보이는 동호. 정대와 정미 누나를 찾으러 도청으로 상무관으로 돌아다니는 동호. 죽은 이를 찾으러 온 가족을 위해 천을 덮고 다시 천을 들추는 동호. 초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수 형에게 말하는 동호. 엄마의 귀한 막내아들. 그늘진 곳으로 골라 다니는 엄마의 손을 잡아 꽃 핀 쪽으로 가자고 말하는 동호.

대체 어떻게 5월 광주를 버티고 살아갈까. 1980년을 모르고 살아갈 수도 있을까. 증언과 기록, 기억이 있으며 사람들이 존재한다. 『소년이 온다』의 에필로그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능을 한다. 광주 집을 팔고 서울로 간 한강의 가족. 어른들이 모여 앉아 아이들은 듣지 못하게 나누던 대화 속에서 한강은 소년을 현재로 끌고 나온다. 검열 때문에 검게 지워진 신문은 광주의 소식을 담아내지 못했다.

전남 도청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팔십만 발의 탄환은 광주 전체를 향했을 것이다. 도청 진압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에게 지급된 팔십만 발의 탄환. 권력을 잡기 위해 도시를 쓸어버릴 계획을 가졌던 자들. 그들에 맞서 동호, 정대, 선주, 은숙, 진수, 영재……들이 지켜낸 광주.

1980년을 살지 않았다고 해도 5월 광주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그날의 공기까지도 들려주려고 기억을 해내고 있다. 지금까지. 과거의 역사로 대하지만 않으면 된다. 어린 새가 되어 날아간 소년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흘러서 현재로 미래로 다가온다. 도청 분수대에 물이 나오면 안 된다고 울던 이. 내내 저녁의 시간을 살며 삶 전체를 장례식으로 내어준 이.

소년의 시간을 대신 살아가는 우리들은 쉬지 않고 기억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모두가 다 아는 그 사실에 대해 잘못과 반성을 받아 내야 한다. 전부 알고 있는데 전부 모르는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