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mang
  1.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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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 Dame de Paris)
| SonyMusic | 2006년 02월


 


 


솔직히 학생인 나에게는 뮤지컬 관람은 너무 사치이다. 하지만 가장 보고싶은 뮤지컬이 하나있는데, 노트르담 드 파리이다. 우연히 TV를 보다가 흘러나온 '대성당들의 시대'를 듣고서 너무 빠져버렸다. 그냥 한동안 멍해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공연관람 후 감상문 과제를 내줬다. 제출시간은 다가오고, 마땅히 볼 게 없던 때, 뜻 밖의 수확을 거뒀다. 학교 중앙도서관에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공연팀의 DVD가 있었던 것이다. 직접가서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오리지널 팀 공연을 직접가서 보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나 있겠는가. 영상으로 관람해도 그 웅장한 사운드와 감동은 대단했다.



 



공연의 첫 시작은 거리의 시인 그랭그와르가 그 유명한 ‘대성당들의 시대’ 라는 곡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거리의 시인 역을 맡은 배우는 ‘브루노 펠티에’라는 배우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정말 인기가 많다.  ‘그랭그와르’ 역 하면 이 사람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연기력, 무대장악력, 가창력 등이 정말 뛰어난 배우다. 이 그랭그와르는 작품에서 이야기꾼 혹은 사회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에스메랄다의 남편이지만 연인이 아닌 존재로 등장한다. ‘대성당들의 시대’라는 곡의 가사를 잘 살펴보면 사랑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게 역사적인 웅장함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등장인물들 간의 사랑, 갈등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또 후반부에 가면, 그랭그와르와 신부 프롤로가 같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 가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루터는 신약을 다시 썼고, 문학이 건축을 파괴하고, 교과서는 대성전을 파괴하고, 성경은 종교를, 인간은 신을 파괴, 하나가 다른 하나를 파괴할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근대 서양 철학가들이 했을 법한 만들이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작가 빅토르 위고는 28세 때 노트르담 성당의 벽에 새겨진 ‘아나키아’ 즉 그리스어로 숙명이라는 뜻의 단어가 쓰여 진 것을 보고서 큰 충격과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종합해보면 일단 작가는 자신의 살고 있는 시대의 혼란스러움을 보고서, 어떤 역사적 흐름을 감지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을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노래했을 때, 본분을 벗어난 그들의 감정과 욕망은 더 이상 죄악이 아니다. 아나키아, 즉 숙명의 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랭그와르 역의 '브루노 펠티에'... 무대 장악력이 정말...뛰어나다) 


 



파리의 불법체류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현재의 프랑스에 아직도 남아있는 인종갈등의 상징인 이방인들이다. 이들의 우두머리는 집시왕 ‘클로팽’인데, 에스메랄다의 보호자이다. 이방인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이 역을 맡은 배우는 흑인이다.  이 집시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묘기와 같은 군무를 선보인다. 예수의 축일을 맞아 그들만의 축제를 벌인다. 그리고 천민들 중 가장 흉하고 추악한 자를 ‘광인들의 교황’으로 선출하고자 하는데, 바로 종지기 콰지모도가 뽑히게 된다. 왜 콰지모도 였을까? 단순히 그가 가장 흉하고 추했기 때문에 그를 조롱하기 위함이었을까? 어쨌거나 교항이라는 상징적인 위치를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에게는 없는 것이 콰지모도 에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이 작품을 다룬 책이나 영화든 콰지모도에 대한 간략소개들을 보면, 대부분 ‘외모는 흉하나 마음은 아름답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너무 입체감 없는 상투적인 설명이다. 자신을 거두어 준 신부 프롤로에게 감사해하며, 충성을 하는 모습은 분명 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노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망과 자신을 추하게 태어나게 한 신을 원망을 하는 그가 마음이 아름답다고 할 수 만은 없다. 자신의 추한 모습 때문에 평생을 거의 종탑에 숨어살 듯 하고 있다.  다른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콰지모도의 마음은 욕망이 아닌 걸까? 아니라면, 그의 사랑이 순수하다면, 그가 남들과 다른 것은 무엇일까?  그 다른 것이 콰지모도의 마음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콰지모도 역을 맡은 배우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언뜻 보면 영화배우 짐 캐리를 닮기도 했는데, 꼽추에 절름발이의 행동과 표정 연기를 너무 멋지게 잘 소화했다. 그리고 짐승과도 같은 목소리에 절규하는 그의 노래는 분노, 원망, 상심, 사랑 등의 모든 감정들은 거칠면서도 섬세하게 하나의 선으로 잘 표현해냈다.  그의 분장은 온통 빨간색을 뒤집어 쓴 것처럼 하고 나오는데, 단지 괴물 같은 모습을 표현하기 위함인지,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콰지모도 역의 '가루'.. 분장지우고 나면 정말 꽃미남이다.)


 


 


 작품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배우가 신부 프롤로 역의 다니엘 르부아 이다. 많은 팬들에게도 ‘꽃중년’으로 불리며 인기가 많았다. 정말 그의 노래 한마디 한마디는 내 심정을 울렸다. 진짜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감상하는 내내, 그의 노래를 따라 불러보고, 여러 번 반복해 들었다. 특히 애절하고 갈등하는 그의 눈빛 연기는 남자인 내 가슴속의 욕망도 꿈틀대게 만드는 그것이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프롤로는 시인 그랭그와르와 같이 ‘하나가 다른 하나를 파괴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른다. 평생을 시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온 그가 혼란스러운 시대적 흐름을 느끼고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들이 닥친 욕망을 숙명, 즉 ‘아나키아’로 여긴 것 같다. 숙명을 감지한 신부 프롤로는 노트르담 성당에 쓰여진 글을 보고 영감을 받은 작가를 잘 대변하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변화의 흐름 속에 욕망을 추구한 그의 결과는 결국 죽음이다. 한 시대의 다가옴은 한 인생이 기다릴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욕망을 가리기 위해 그가 선택한 숙명은 비겁한 변명이었을 뿐이다.


 



(프롤로 역의 '다니엘 라부아'... 진짜 중년남성의 매력이 넘치는 멋있는 배우)


 


작품 전체를 통틀어 등장인물들의 행동심리와 그동안의 의문들을 하나의 키워드로 풀어보고자 한다. 그 키워드는 바로 ‘은신처’이다. 시테섬의 불법체류자들인 집시들이 연신 외쳐대며, 원하던 것은 바로 ‘은신처’였다. 예수의 축일에 집시들이 콰지모도를 ‘광인들의 교황’으로 선출했다. 그것은 집시들이 가지지 못한 은신처를 꼽추이자 절름발이인 콰지모도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콰지모도의 은신처는 무엇인가? 노트르담의 종탑?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평생을 살아온 종탑에서 자신의 흉악한 외모를 숨기며, 순수하게 미를 갈구해온 그는 확실히 안정적인 은신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다른 남자들과는 무엇이 다른가? 신부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 이 둘은 모두 자신들의 은신처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이 더럽고 추악한 욕망이 된 것은 자신의 은신처에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은신처를 이탈해 사랑을 성취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평생을 신을 사랑해온 은신처, 왕의 군인이라는 은신처 말이다.


 



 1부의 마지막 쯤 되는 장면이다. 페뷔스와 에스메랄다가 서로 사랑을 나누려 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의 노래를 살펴보면, 페뷔스는 에스메랄다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려고 했던 거 같다. 그래서 ‘어디 봅시다. 그대의 운명인지 봅시다.’ 라는 대사를 하며, 에스메랄다를 껴안으려는 순간, 프롤로에게 피습을 당한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의 진정한 숙명을 깨달은 걸까? 페뷔스는 에스메랄다를 가차 없이 배신한다. 페뷔스가 습격을 당한 뒤, 시인 그랭그와르를 필두로 전 출연진이 나와 ‘숙명이여’ 라고 외치며 합창한다.


 


 이제 모두가 숙명을 감지하고, 2부에 들어서게 된다. 여기서부터 나에게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신부 프롤로였다. 불타오르는 욕망을 숙명으로 여기려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외롭고 불쌍해 보였다. 평생을 신앙을 위해 살아오며, 고행하던 그다. 어쩌면 그의 은신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프롤로가 에스메랄다를 향해 혼신을 다해 ‘쥬템므’라고 외쳤을 때, 그의 모든 자아가 분해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의 은신처를 뛰쳐나와 버린 것이다. 그러나 숙명은 자신의 은신처를 저버린 자를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다. 죽은 에스메랄다를 슬퍼하며, 콰지모도가 노래한다. 그동안 ‘추’라는 그늘 속에 갇혀 살다가 ‘미’라는 은신처로 향하려 했던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잃은 슬픔을 견딜 수가 없다. 저 하늘로 가버린 에스메랄다를 따라가기 위해 콰지모도가 선택한 것은 죽음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숙명인 것이다. 


 



 


(마지막 장면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한동안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여러 버전과 비교해 보았지만 오리지널 프랑스 공연팀 만큼 뛰어난 것은 없었다. 특히 그동안은 몰랐던 프랑스어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언제 한 번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꼬부랑 말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니다. 오리지널 팀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은 그만큼 훌륭한 것이었다. 특히 공연 중에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 세 배우가 함께 노래하는 ‘belle’ 이라는 곡이 있다. 너무 좋아서 따로 인터넷에서 곡을 구해서 몇 번이고도 반복해 들을 정도였다. 글을 마무리 하려는 이 순간에도 배우들의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도는 듯 하다.


 



(가루의 콘서트 중에 세 배우가 부르는 'Bel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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