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antipsycho
- 작성일
- 2013.7.4
당신에게
- 글쓴이
- 모리사와 아키오 저
샘터
올해 초, 무지개 곶의 찻집이라는 소설을 읽었습니다. 실제 일본에 존재하는 찻집을 배경으로 해서 더 유명해졌던 소설이었습니다. 찻집 주인이 끝까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아서 고독사 한 남자가 더 안타깝게 느껴졌던 소설이긴 했지만, 한 여자가 어떻게 사람을 사랑하며,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할 것인가를 느끼게 되었다면, 이번 당신에게라는 소설을 통해서는 떠나야만 하는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남겨진 사람을 위해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가슴 따뜻한 소설이었습니다.
저자인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을 제가 다수 접해본 것은 저자의 문체 자체가 자연경관 묘사에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어서 소설에 나오는 자연풍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일본 몇몇 군데는 구경다녀온 기분이 들 정도로 자연경관을 글로 묘사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진-1> 구라시마와 스기노 씨의 비와 호에서의 캠핑 장면
여행은 우리에게 설레임과 일상에서 찌든 피로를 날려보내고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힘을 주기도 합니다. 소위 '힐링'한다고 말하는데요, 진정한 여행의 묘미는 바로 진정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겠지요.
이 소설 '당신에게'는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에게 목공일을 가르치는 기술직 공무원인 구라시마가 사별한 아내 요코의 유언에 따라 요코의 고향인 나가사키의 우스카라는 바닷가 마을로 떠나는 약 일주일간의 여행을 그린 이야기 입니다.
아내와의 여행을 위해 준비했던 캠핑카로 아내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그는 차도둑, 식품회사 영업원, 어부, 어촌마을의 할머니들과 식당 여주인 등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였습니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가 처한 어려운 현실속에서도 과거나 타인이 아닌, 내일과 나를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별한 아내의 유언을 지킨 마지막 순간, 주인공은 아내가 준 마지막 선물의 의미를 깨달으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구라시마에게 있어 여행은 아내 유코가 준 선물이자, 새로운 인생이자, 놀라운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사진-2> 소설에서 '브로콜리' 같다고 표현한 섬의 모습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작년에 일본에서 개봉한 동일한 제목의 영화를 보면서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을 비교해 본 것도 재밌었습니다. 글만 읽었을 때에는 등장인물들이 젊고 감수성이 풍부한 느낌이었다고 한다면,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의 겉모습부터가 나이를 먹은지라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다미야 역할로 국내에서도 가수활동을 했던 초난강을 비롯해서 일본에서는 나름 유명한 사람들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앞서 말한대로 소설에서 글로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의 미세한 감정표현과 독백까지는 영화에서 표현하기 힘들었나봅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소설의 내용과는 완전히 다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래도, 소설에서는 글로 적힌 풍경을 머릿속으로 상상만 할 수 있지만 영화를 통해서는 묘사된 풍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일본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저의 처지에 한줄기 빛과도 같은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사진-3> 소설을 읽는 내내 상상만 해본 일본 어촌 마을의 모습
소설의 진정한 힘은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인생을 경험한다는 것이겠지요. 노년의 나이로 접어들 때에는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생의 순간에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별이 있지만 만남과 우연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행복이란 특정한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저자가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자연 풍경으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선사할지 기대해 봅니다.
<사진-4> 오늘의 태양, 다시 살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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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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