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이부치. ?不起.

강렬한 빨간 표지에 그려진 생판 모르는 노인의 얼굴.

표지의 노인은 누구며, 제목은 왜 이런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물론 책 속에 해답이 있습니다. 

이 책은 중일전쟁 중 있었던 낭징대학살을 다루며,

노인은 일본군으로 참전했던 아즈마 시로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난징학살에 가담했던 일본인이 중국어로 사죄하기까지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할거 같습니다. 

본래 뚜이부치는 중국말로 미안하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한국말로 소리나는대로 쓰니 기표와 기의는 영 닿지 않는게 됩니다. 

본래의 맥락에서는 일반명사이지만 마치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제목으로 큼지막한 한글로 뚜이부치라고 적어두었을테고요.

이러한 이질감은 작품 속에서도 구현됩니다. 

한국인 독자가 한글을 통해 얼마나 일본군인에 감정이입할 수 있느냐가 작품의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표지의 말끔한 인상과는 달리 작중 주인공은 이렇게 검버섯이 피어 죽을 날을 기다리는 노인의 모습입니다. 

죽기 전에 꼭 진정한 사과를 하겠다는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과연 그 절박함은 얼마나 와 닿을까요?

저는 사건이나 인물이 다소 평면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잔혹한 장면(살인과 강간)은 자체 검열로 수위를 많이 낮춘듯 했고요.

인간성이 말살된 상황에서도 인간은 존재했다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용기있고 의미있는 시도이니만큼 더욱 작품성을 높인 개정판이나 후속작을 응원하게 됩니다.

작가의 말에도 열심히 작품을 만들었는데 처음엔 찬밥신세였다고 해요.

초창기 작품인만큼 연출이 서투른 것도 당연하지 싶고요.

우여곡적 끝에 정식 단행본으로 나오기까지 25년이 걸렸다고 하니 작가에겐 그야말로 인생작일듯 합니다. 

짧은 시간에 난징학살을 이 책만큼 생생히 전해주는 책도 없지 싶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분들을 위해 참고문헌도 친절히 달아두었습니다. 

2005년쯤 다큐도 했었다고 하니 찾아보면 좋겠어요.

https://program.imbc.com/Info/worlddocu?seq=1416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