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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achina
  1. ━ 중국 상식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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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봤던, 다시 본, 다시 보게 될 영화,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 1994)


 


 


지나간 것들, 혹은 흘러간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이 있죠. 저는 이 말에 정말이지 동의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요즘 유행하는 노래보다는 이문세씨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과 같은 조금은 지나버린 음악을 좋아해요. 비단 음악 뿐만은 아니겠죠. 세월이 오래 흘러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날의 물건들, 혹은 지난 일기장... 이상하게 추억을 담고 있는 ‘이전의 것’이 좋더라구요.
요즘과 같은 연말이 되면, 더욱이 그 지나간 것들에 대해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1년의 시간 중에 많은 부분은 시간이 지난 후의 추억거리들이 될테니까요.


 




 


 


그러던 찰나, ‘중경삼림’을 보게 되었어요. 이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홍콩영화를 봤다고 할 수 없다는 말까지 있을 만큼 유명한 명작이죠! 더 이상 수식어구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영화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만큼, 영화의 소개 역시 심플하게 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1.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고 싶다.


 


 




 



경찰223(금성무 역)은 이별 후, 한 달 동안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고, 한 달이 지난 5월 1일. 그의 생일이 되면 잊겠노라 다짐합니다. 편의점을 다니며 하루에 하나씩 통조림을 사 모으지만, 5월 1일이 가까워질수록 구하기 어려운 유통기한 5월 1일의 파인애플 통조림. 아무도 ‘오래된 통조림을 사려하지 않는다.'는 편의점 말에 버럭!! 화를 내는 것을 보면 경찰223은 자신의 사랑을 통조림에 빙의한 듯합니다.


 


 




 


 


결국 5월 1일이 다가왔고, 금성무는 30개의 통조림을 모두 비우고 Bar로 가서, 처음으로 들어오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로 마음먹죠. 그 때, 푸른 눈을 가진 남자에게 배신당한 임청하가 들어오고 그녀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쉬고싶다는 그녀의 말에 호텔로 데려가서 정말 ’쉬고‘ 나옵니다. 그녀의 더러워진 구두를 그의 옷으로 닦아 가지런히 놓아둔 채 말이죠.



 


 


2.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오래 갈 줄 알았다. 비행기가 항로를 바꿀 줄은 몰랐다.


 




 


 


매일같이 여자 친구를 위한 샐러드를 사는 경찰 633(양조위 역).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여자 친구가 가게에 들러 편지를 맡겨두고 가죠. 양조위는 그 편지를 읽진 않지만, 이별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 후 양조위를 마음에 두고 있던 아미(왕정문 역)는 매일같이 그의 집에 들러 전 여자 친구의 흔적을 하나씩 지우기 시작해요. 그리고 이를 양조위가 알게 된 그 때부터 서서히 둘은 마음의 문을 열고, 캘리포니아 까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로 갑니다. 물론, 시간은 다른 캘리포니아에서죠.(영화를 보시면 이해할 수 있어요^^)


 


 


 


3. 울지 않아요. 그저 뛰고, 위로할 뿐.


 


 






양조위는 집 안의 사물들을 위로하기 시작합니다. 물이 흐르는 행주가 울지 않도록 물을 짜서 널어주고, 왕정문이 새로 사 둔 비누를 보며 ‘그녀가 떠났다고 자포자기 하는거냐, 살 빼야 한다.’는 장면에서는 피식- 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어요. 물이 넘친 방을 청소하며 “사람은 휴지로 끝나지만 방은 일이 많아진다.”라던 그의 말이 아무렇지 않은 듯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건 새벽에 넘쳐흐르던 저의 감수성 때문이었을까요?



그들이 겪었을 아픈 이별에도 잠시나마 웃게 되는 것은 바로 다음에 소개될 두 여자의 역할이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알기 때문이겠죠. 그들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또 그 사랑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4. 두 여자 이야기


 






이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감초 같은 임청하와 왕정문이예요. 처음에는 뭐야, 라고 생각되는 인물이지만 볼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죠*.* 그리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임청하는 고된 일상을 겪고, 쉬러 들어간 Bar에서 금성무를 만납니다. 그녀로썬 편히 쉴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했고 그 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금성무였던 것이죠. 그들의 만남을 사랑으로 단정지을 순 없겠지만, 배신과 실연을 겪은 그들이 한 곳에서 만났던 그 순간은 각자에게 의미가 있을 듯 하네요. 임청하는 편하게 쉴 수 있었고, 금성무는 다음 날 생일 축하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요! 금성무는 말하죠. 그 축하 메세지 덕분에 그녀를 잊을 수 없을 것, 이라구요- (이 메시지에 대한 숨은 의미는 뒤편에서 얘기해보도록 할게요.)


 


 




 



다음은 왕정문으로 화제를 돌려볼까요? 영화 속 두 편의 에피소드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요. 그 중심에는 왕정문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그녀의 영화 속 역할은 비중이 커요!! 양조위의 전 여자 친구가 맡겨 둔 편지 속에서 양조위의 집 열쇠를 발견한 그녀는 매일같이 그의 집을 들려, 그 방에 감정을 넣어두고 옵니다. 라면을 끓여먹는 대범한 행동도 서슴지 않죠!! 현실적으로는 범죄와 마찬가지인 이런 행동을 너무 귀엽게 해내고 있어요. 그래서 집주인이 이 모습을 실제로 본다고 하더라도 신고할 생각을 못할 것 같아요^^; 실제로 영화 속 양조위는 경찰이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뒤에 오히려 마음을 열게 되니까요!! 그녀의 이런 행동 덕분에 두 번째 에피소드는 때론 발랄하게 보입니다. 유명한 ‘California Dreaming'이라는 노래가 크게 울려 퍼지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어쨌든 그녀의 대범함 덕분에 양조위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고, 그만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위해 왕정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그리고 왕정문 역시, 그녀만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실현하구요!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결말이 슬픈 것은 아니예요. 언제나 미래는 존재하니까. 1년 후 그들의 만남이 우리를 미소짓게 하는 것은 그러한 기대 때문이겠죠^-^


 


 


 


5. 영화 뒤의 숨겨진 이야기, 702호의 비밀?


 


 


90년대의 홍콩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다고 해요. 따라서 당시의 영화에는 시대적 배경이 반영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배경을 알고 영화를 관람하면, 좀 더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중경삼림을 보지 않은 분이라면, 미리 이 부분을 읽고 관람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혹시 미리 보셨던 분이라도 알고 난 후에 다시 보면 새로운 부분을 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중경삼림은 100번 보면 100번이 다른 느낌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이 글을 쓴 뒤엔 다시 한 번 더 볼 생각입니다.


 


당시의 홍콩에 어떤 일이 있었냐구요? 바로 ‘홍콩 반환’과 관련한 것인데요. 이로 인해 홍콩이 매우 시끄러운 때였다고 해요. 그렇다면 홍콩 반환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넘어가야할 듯 하네요!


 


 


 


<홍콩반환>



홍콩 반환은 영국이 1997년 7월 1일에 자국의 식민지인 홍콩을 중화인민공화국에게 반환한 일이다. 홍콩 반환 이후 홍콩 특별 행정구역정부가 성립하고, 행정 장관이 취임했다. 구 홍콩 총독부의 기구가 공무원은 홍콩 특별 행정구 정부에 이양되었다. 그리고 주 홍콩 영국군은 철수하고, 중국 대륙으로부터 중국 인민해방군 주 홍콩 부대가 주둔하게 되었다.


 


<홍콩반환협정>



 


홍콩 반환 협정은 1984년 12월 19일 중화인민공화국과 영국이 홍콩의 반환을 결정한 협정이다. 1982년 9월 영국 마거릿 대처 수상의 중국 방문 기간 동안에 중·영 양국 지도자는 홍콩 문제에 대해 깊이 토의하고 각자의 입장을 천명하였으며 또한 외교채널을 통해서 계속 상의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1983년 7월부터 1984년 9월까지 중·영 양국 정부 대표단은 22회의 회담 끝에 합의를 보고 1984년 12월 19일에 체결하였다. 이 조약에 따라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었다.
출처 ; 네이버 백과


 


 



 이쯤에서 하나 의문이 들지 않나요? 왜 홍콩은 영국령이 되었던 걸까요?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리틀C의 다른 기사(http://blog.naver.com/chinasisa/20115123970)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 청나라와 영국과의 교역이 매우 늘어나게 되었고 영국은 아시아에 동인도회사를 세워 그 규모를 더욱 확대시킵니다. 당시 중국으로부터 차, 비단 등의 수입으로 무역적자를 보고 있던 영국은 은의 유출량을 막기위해 아편을 대량으로 중국에 뿌리게 되는데요. 이에 중국이 1838년 청백리 임칙서라는 것을 내세워 아편 2만여 장사를 불태워 버립니다. 아편을 몰수하고 영국으로 쫓겨난 상인들을 계기로 1840년 아편전쟁이 발발하게 되고, 중국이 무너지게 된 것이죠. 이로 인해 1842년 난징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홍콩은 영국령에 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1984년이 되어서야 이를 반환한다는 내용으로 협정을 맺게 된 것이죠. 이렇게 보면 홍콩도 슬픈 역사를 가진 것 같죠? 나라의 주도권이 왔다갔다하는 사이 홍콩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혼란은 예술 혹은 문화 속에 녹아들게 되는 것이죠. 중경삼림에서 카메라는 매우 흔들립니다. 이 부분이 바로 당시의 혼란을 반영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황비홍 혹은 첨밀밀 역시 숨은 곳곳에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숨어있으니, 시간이 되면 다시금 보는것도 좋을 것 같죠?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따로 기사를 써보도록 할게요^*^


 


다시 ‘중경삼림’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배경이 숨어있는 영화 속 장면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금성무의 생일날 울리는 삐삐입니다!! 그는 25번째 생일을 맞는 역사적인 순간에 조깅을 하죠. 그리고 연락 올 데가 없으니 삐삐를 버리기로 합니다.


 


 




 


 


그 때 울리는 삐삐. ‘702’로 남겨진 번호. 바로, 금성무와 임청하가 묵었던 방의 호수인데요. 임청하는 금성무에게 생일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이것이 홍콩반환과 어떤 의미가 있냐구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날이 7월 1일이었다고 해요. 즉, 홍콩의 새로운 생일은 7월 2일인 것이죠- 감독은 1999년 7월 2일, 새로운 생일을 맞는 ‘중국령 홍콩’에 말합니다. "生日快樂(생일축하해!)"라고.. 이런류의 은유는 90년대 말, 홍콩의 많은 영화에서 보여지고 있으니, 당시의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홍콩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독은 가장 홍콩답다고 생각하는 침사추이의 중경빌딩 근처에서 영화를 촬영함으로써, 홍콩반환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긴 것 같죠?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임청하가 죽인 푸른 눈의 사나이는 홍콩의 이전 주인인 영국을 뜻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굳이 왜 푸른 눈을 가진 사나이로 설정이 되어야 했는지, 생각해 봤더니 이런 추측이 가능하더라구요^-^ 믿거나 말거나~ 입니다!



어떠세요? 단순한 사랑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중경삼림. 이렇게 시대적 상황을 연결해서 보면 영화를 두 번 즐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때로는 행복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한편으로는 이별한 사람으로, 가끔은 홍콩 반환의 역사 속에서 중경삼림을 본다면 정말이지 중경삼림은 ‘그 때 그 때 다른 의미’로 여러분을 놀래켜 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낮에 편안한 쇼파에 앉아서 큰 브라운관 TV로 보는 것 보다는 새벽 무렵에 방 한 구석에서 흐릿한 화면으로 보는 것을 추천해요! 왠 궁상이냐구요? 아마 영화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아마 저에게 감사하게 될지도..ㅎㅎ



요즘에 보기 드문 영화인 것 같아 더욱 두고두고 보고 싶어지는 영화, 중경삼림이었습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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