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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ajapan
- 공개여부
- 작성일
- 2010.12.1
다자이 오사무, 이쿠타 토마 그리고 오오바 요조, 「인간실격」
여러분은 일본의 작가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에쿠니 가오리’? 아마 많은 작가 분들의 이름이 나올텐데요- 저는 일본의 작가 하면 가장 먼저 ‘다자이 오사무 太宰 治’가 생각납니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来ました。
부끄러움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영화 「인간실격」 중에서, 요조의 자화상)
다자이 오사무는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일본의 고전문학의 정수로 꼽힙니다. 다자이는 아오모리현 출생으로 본명은 쓰시마 슈지. 부유한 집안의 11남매 중 10번째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 부터 수재로 불릴 만큼 공부도 잘하고 꽤나 개구쟁이였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자이가 집안에 열등의식을 갖고 살았다고 하지만, 고향이나 집안에 대한 애정이 강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하지요. 자라서는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해 자신의 부유한 출신성분에 죄책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고도 합니다. 1929년 20세의 나이로 처음 자살을 시도하였고 1948년 타마가와 죠스이에서 5번째 자살시도에 성공함으로써 39년간의 삶의 막을 내렸죠.

( 출처는 네이버 인물)
2009년은 다자이 오사무의 탄생 100주년이었습니다. 그를 기념하면서 작년 한 해, 그의 대표작인 「인간실격」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공개되는 등 다자이와 관련된 문화 소식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 중 저는 소설과 영화 두 가지를 여러분들께 소개해보고자 해요.
먼저 소설 「인간실격」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이 책은 ‘나’가 주인공 오오바 요조의 수기 세 개와 세 장의 사진을 알게 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요조의 첫 번째 사진은 기묘하게 웃고 있는 어린 시절의 사진이었고, 두 번째 사진은 그보다 좀 더 자라 요조의 가면이 좀 더 성숙해진 하지만 여전히 기묘한 웃음의 사진 그리고 마지막은 요조가 나이 들고나서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고 늙어있는 사진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장씩의 사진마다 함께 붙여진 수기들은 요조가 그 동안 살아온 나날들을 보여줍니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자신의 모습을 연기하면서 불안불안한 삶을 살아왔던 요조. 요조는 그런 자신을 ‘정강이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정강이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은 일본의 속담입니다, 떳떳하지 못하고 무엇인가 켕기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아기 때부터 생긴 그 상처는 성장하면서 더더욱 악화되어 결국 요조를 지옥의 고통을 느끼게 했지만 그 상처는 어느새 요조에게 혈육보다 더 친밀한 존재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영화 「인간실격」을 살펴볼까요?영화에서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그대에게~미남 파라다이스~(花ざかりの君たちへ~イケメン♂パラダイス~)」로 잘 알려진 이쿠타 토마가 오오바 요조 역을 맡았습니다. 소설 속에서 ‘나’는 두 번째 사진을 보고 요조의 사진이 인간답지 않은 차가운 느낌의 미남이라고 평합니다.그렇다면스크린 속의 요조는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 「인간실격」 중에서, 요조의 사진
영화의 초반부에 나오는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에서 어린 요조는 신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영화에만 있는 이 장면은 소설보다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가 짧아졌다는 한계를 단번에 극복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가면을 쓰고 위선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벌하는 듯한 신사의 도깨비들의 그림을 보고 요조의 마음이 어땠을지, 짧지만 여운이 긴 대사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는 소설에는 없지만 실존 인물인 등장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합니다. 바로 ‘나카하라 츄야’(모리타 고役)라는 역인데요, ‘보-요-(前途茫洋; 어두운 미래, 전도유망의 반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말 그 말대로 요절해버리는 인물이지요. 하지만 천재 시인인 나카하라는 요조에게 이상과 같은 존재입니다.

터널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불똥으로 바뀌고,
이를 받아 마시는 나카하라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느낌을 준다.
( 영화 「인간실격」 중에서, 나카하라 츄야)
나카하라가 죽은 뒤, 터널을 찾아 제사를 지낸 요조는 자신도 터널의 물방울을 받아 마시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죠.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천재와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범인(凡人), 요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오바 요조는 분명 다자이 오사무는 아니지만, 다자이와 너무나 닮아있죠. 때문에 다자이의 자전적 소설로 봐도 좋지만, 요조를 있는 그대로의 다자이로 보는 것은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어요.소설가의 글에 자신이 담겨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다자이의 글은 자신의 모습을 타인으로 하여 그의 이야기를 좀 더 꾸며 감추어 냈다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다른 다자이의 글에서 느껴지는 다자이는 약간 다른 모습을 갖고 있기도 하거든요.
또 이쿠타 토마가 그려낸 오오바 요조 역시 기존의 요조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기존의 요조가 정말 인간실격에 사회부적응자에 술과 담배를 일삼고 알코올중독에 결국 마약중독까지 이어지는 하류인간이었다면 이쿠타 토마의 요조는 그러한 요조에게 일종의 동기를 심어주었습니다. 인간을 믿고 싶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주변의 환경들, 점점 나약해지고 쇠약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술과 담배에 찌들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인간’ 요조를 만들어냈죠.
제가 느낀 요조는 세상 누구보다도 인간다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실격이기도 했어요.자신의 약함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 그것을 감추기 위해 ‘익살Humor’이라는 수단을 택한 요조.그 결과, 주위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지만 그것은 요조에게 또 다른 두려움으로 작용될 뿐 요조는 자신을 학대하는 하인에 대해서도 말 못하는 삐에로 같은 존재가 되고 말죠. 제가 본 요조는 ‘생각하는 삐에로’ 였어요. 하지만 요조가 가진 그 두려움이라는 건 우리도 어딘가에 갖고 있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순수하게 남을 신뢰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건, 이 세상 과연 몇 명이나 가능할까요?
하지만 병적일 정도로 남을 불신하고 자신을 자책하고 죄책감에 싸이는 요조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는 실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아무리 겉으로 보이는 ‘그’가 ‘그’가 아닐지라도 ‘그‘를 믿어 보는 게 인간이 아닐까요?

「데스노트」로 유명한 오바타 타케시가 그린 「인간실격」 표지
오바타 타케시는 인간실격 애니메이션에도 참가했다.
( 출처는 슈에이샤문고 http://www.shueisha.co.jp/)

★다자이 오사무, 오오바 요조, 인간실격,이쿠타 토마,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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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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