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가득한 요리로 마음을 치유하는 일본의 음식영화들
안녕하세요. Little J 3기 강다솜입니다. 드디어 저도 Little J로서 활동하게 되었네요. 이번 기사는 여러분과의 첫 번째 만남이라 제게는 의미가 남다르답니다. 뜻 깊은 첫 기사인 만큼 오랜 고심 끝에 선정된 주제는 바로 일본의 음식 영화입니다! 우리는 친한 사람과 만날 때, 헤어질 때, 처음 만나는 사람과 친해질 때, 또는 상심한 누군가를 위로할 때도 함께 밥을 먹곤 합니다. “같이 밥 먹자.”라는 한 마디에는 반가운 인사에서부터 진심어린 위로까지 실로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죠. 음식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일본의 음식영화들은 하나같이 공통된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정성이 가득한 요리로 지친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따뜻한 일본 음식 한 그릇,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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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2006)

일본 음식영화하면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죠.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영화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카모메 식당>입니다. 짧은 개봉으로 개봉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영화가 되었습니다.

핀란드 어느 길모퉁이에 조그맣게 자리한 ‘갈매기 식당’은 일본인 사치에의 일식당입니다. 그녀의 야무진 꿈과는 달리 오래도록 파리 한 마리 찾아오지 않죠.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음식이 생소한 핀란드에서 메인 메뉴가 주먹밥이니까요. 하지만 사치에는 상심하지 않고 매일 꿋꿋이 손님 맞을 준비를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에게 한 명씩 다가오기 시작하는데, 모두 어딘가 마음이 지친 사람들입니다. 사치에는 다른 위로 대신 정성이 담긴 요리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손님이 없는 사치에 역시 자신의 요리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이렇게 갈매기 식당은 지친 모두의 쉼터가 되어주죠. 마침내 사치에의 노력은 빛을 발하고, 가게는 빈 테이블 없이 손님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비로소 그녀 자신의 지친 마음까지 치유되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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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경 (めがね, 2007)

‘카모메 식당’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틀림없이 좋아하실 영화 <안경>입니다. 카모메 식당의 감독과 배우들이 비슷한 분위기로 이번에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픈 타에코는 남쪽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맘씨 좋은 민박집 주인 유지와 수수께끼의 빙수 아줌마 사쿠라, 아직 아이 같은 선생님 하루나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평범하지 않습니다.

‘사색’을 취미이자 특기로 삼는가 하면 아침마다 바닷가에서 기이한 체조를 하는 등 그들의 색다른 행동에 타에코는 무척 당황하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대신 계속 거부하죠. 하지만 그들은 어떠한 강요나 권유도 없이 그저 변함없는 미소로 그녀를 대합니다. 타에코는 오히려 더욱 질리게 되고 결국 민박집을 바꿉니다.

그러나 떠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후회하고 맙니다. 자신의 고집스럽던 마음이 어느새 그들에게 열리고 있었던 거죠. 타에코는 다시 돌아가 마음을 열고 그들에게 ‘조급해하지 않는 법’ 을 배웁니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배경과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들을 보고 있으면 타에코 뿐 아니라 우리 마음도 절로 평화롭게 나긋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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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노카아 보이 (Honokaa Boy, 2009)

이번엔 하와이로 떠나봅시다! 영화의 배경, 등장인물, 나오는 음식 등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참 사랑스러운 영화 <호노카아 보이>입니다. 대학생 레오는 실연 후, 휴학을 하고 하와이 호노카아로 떠나 작은 극장에서 영사 보조기사로 근근이 지내던 중, 우연히 비라는 이름의 할머니를 만납니다. 50년 전에 남편을 잃고 줄곧 홀로 지내온 비에게 레오의 등장은 낯설지만 매우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그 후 비는 매일 무료로 레오의 밥을 해주고 덕분에 인스턴트 라면만 먹던 레오는 매일 진수성찬을 즐기게 되죠.

그렇게 그들은 특별한 우정을 쌓아 갑니다. 하지만 비의 마음은 레오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전혀 눈치 못 채는 레오 때문에 섭섭하기도 하지만 비는 매일 수줍은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 레오를 위해 요리합니다. 어쩌면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법한 설정이지만, <호노카아 보이>는 비의 이런 마음을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연스럽게 잘 그려냈어요.

두 사람은 비의 음식을 통해 각자의 아픔을 치료해갑니다. 물론 비의 수줍은 짝사랑이 결실을 맺지는 않았지만, 비와 레오는 서로에게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 되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느새 마음이 보들보들한 파스텔 톤으로 물들어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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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남극의 쉐프 (南極料理人, 2009)

자, 이번에는 남극! 음식영화 소개 중인데 세계여행 중인 것 같네요^^; 실화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실제 주인공인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영화화한 <남극의 쉐프>입니다. 특히 ‘카모메 식당’과 ‘안경’에서 인정받은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오미의 실력이 또 한 번 발휘된 영화랍니다.

8명의 남극관측 대원들은 남극 기지에서 1년 반 동안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 이곳은 바이러스조차 생존하지 못하는 평균기온 -54℃의 악명 높은 극한지입니다. 한참 남은 귀국일과 강추위 속에서 계속 되는 고된 작업으로 지친 그들에게 유일한 낙은 바로 조리담당 니시무라의 음식을 먹는 것.

익숙한 일본의 가정식부터 호화로운 만찬까지, 니시무라는 매 끼니마다 심혈을 기울입니다. 부실한 재료와 열악한 조리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프로정신을 발휘하여 늘 훌륭한 식사를 책임지죠. 대원들에게 니시무라의 음식이 낙이듯, 그에게는 맛있게 먹는 대원들의 모습이 낙입니다.

고된 일상의 반복 속에서 그들에게 무엇보다 힘든 건, 너무나 보고 싶은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집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니시무라의 요리는 허기 뿐 아니라 마음의 그리움까지 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늘 웃는 얼굴로 요리하며 다른 대원들을 격려하기만 하던 그 역시 결국 그리움이 폭발하고 그의 요리로 위로 받습니다. 극한의 남극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마음은 따뜻해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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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달팽이 식당 (食堂かたつむり, 2010)

마지막으로 마치 한 편의 판타지 동화를 보는 듯 독특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달팽이 식당>입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답게 눈에 띄는 그래픽 효과가 인상 깊어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좋아하시는 여자 분들이라면 특히 더 마음에 드실 거예요.

산 속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린코의 엄마는 술집 접대부, 아빠는 없습니다. 린코는 이런 엄마가 싫어 할머니 댁으로 가출합니다. 요리 솜씨가 뛰어난 할머니 곁에서 린코는 요리인의 꿈을 키우지만,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연인에게 모든 것을 도둑맞은 충격으로 실어증에 빠지고 말죠. 그렇게 전부 잃고 다시 엄마에게 돌아가 식당의 꿈을 위해 노력합니다.

결국 구석구석 린코의 손길이 닿은 달팽이 식당이 문을 엽니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하루에 딱 한 팀. 정해진 메뉴는 없고 지금 손님에게 가장 필요하고 어울리는 음식이 곧 그 날의 메뉴입니다. 린코의 요리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들의 상처를 정확히 찾아 보듬어주죠. 달팽이 식당은 입소문을 타고 매일 예약을 받게 됩니다. 린코의 요리 비결은 바로 재료와의 소통. 말을 잃은 대신 마음으로 소통하게 된 린코는 온 신경을 집중해 재료와도 소통하고 재료의 가장 최상의 맛을 이끌어내죠.

린코의 요리는 엄마의 마음도 치유합니다. 누가 봐도 만사태평에 무책임해 보이는 엄마에게도 가슴 아픈 고충은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린코를 사랑했지만 술집에서 일하면서 좋은 엄마가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린코의 요리는 이런 엄마의 마음도, 린코의 마음도, 또 엄마와 린코의 관계도 맛있게 치유합니다. 뜻밖의 뒷이야기들이 있지만 이 부분은 직접 보시는 게 더 재미있으실 것 같군요. 영화의 마지막에, 린코는 마침내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인, 실어증도 극복하게 됩니다. 그녀 자신의 음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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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렇게 오늘의 음식 여행이 끝났습니다. 즐거우셨나요? 더 소개해드리고픈 드라마들도 있지만 그럼 포스팅이 끝나지 않을 테니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 겠네요. 보통 다른 음식영화들이 미각을 포함한 오감을 중점으로 다룬다면, 일본의 음식영화들은 ‘마음의 치유’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으로 소중한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 일본 사람들은 음식의 가장 따뜻한 기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러분 마음 속 치유의 음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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