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에게 애완동물 = 가족

 일본 애완동물 문화의 크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애완동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애완동물을 대하는 ‘인식의 차이’입니다. 애완동물은 반려동물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귀여운 장난감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주는 단어죠. 애완동물은 오래도록 함께 살아야 하는 또 하나의 가족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이 일본인만의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든 우리나라든 국가에 관계없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인의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여기고 소중히 아끼죠.

 
 하지만! 차이점은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지 않는 사람의 입장차이가 큰 반면, 일본인들은 키우는 사람이나 키우지 않는 사람이나 대부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완동물=가족’이라고 인정해주기 때문에 비록 내가 개를 싫어하더라도 ‘저 개도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크게 싫은 티를 내거나 얼굴을 붉히지 않죠.

애완동물의 수 > 어린아이의 수

 
 여러분은 애완동물의 수가 아동인구의 수보다 많다면 믿으시겠어요? 페트푸드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일본의 애완용 개와 고양이의 수는 2,683만 9,000마리로 전년 대비 크게 상승한 수치인데, 이는 총무성이 발표한 15세 미만 아동인구 수 1,714만 명(2009년 4월)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수치상으로만 본다면 보육대상이 아동보다 애완동물인 가정이 훨씬 더 많은 셈인 것입니다. 특히 15세 미만 아동인구는 28년 연속 감소한데 비해, 애완동물의 수는 계속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죠. 일본 문화에서 애완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인들에게 애완동물이 이토록 각별한 이유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일본에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까요? 유독 일본인들에게 애완동물이 이토록 각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두 가지는 바로 ‘개인주의’와 ‘노령화’입니다.

 일본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단어가 있죠. ‘개인주의’입니다. 일본의 개인주의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일본 특유의 문화와도 같은 하나의 특성이죠. 개개인을 존중하는 문화 덕에 자유로운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외롭기도 합니다. 또한 모두가 늘 친절하고 상냥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인 것이죠.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일본에는 인간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애완동물은 이들에게 외롭고 형식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가장 진실 되고 따뜻한 친구가 되어줍니다. 일본인 친구들에게도 물어보니 “사람보다 애완동물을 믿고 의지할 때가 많아”라고 대답해주었어요.

두 번째는 바로 ‘노령화’입니다. 일본은 장수국가로도 유명하죠. 원래부터도 식습관 등으로 인해 장수하는 노인이 많기로 유명했는데, 근래에는 심각한 노령화 현상으로 건강한 노인들의 수가 훨씬 많아졌어요. 그만큼 노인들을 상대로 한 ‘실버문화’도 크게 발전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애완동물’입니다. 자식도 따로 살고 직장도 은퇴한 노인들의 허전함과 외로움을 살갑고 정겨운 애완동물이 채워주죠. 

 
1조엔 규모의 일본 PET 시장

 야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일본 PET시장의 규모는 9929억 엔으로 추정됩니다. 거의 1조 엔에 가까운 수준이죠. 이렇게 실로 어마어마한 일본 PET시장에는 도대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가장 일반적인 펫 푸드가 3700억 엔대에 육박하고 펫 용품이 2200억 엔대에 달합니다. 이와 함께 의료, 미용,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장례 등의 2차 서비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죠.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애완산업은 실로 다양하고 방대하게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이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애완동물의 생활환경 개선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음을 감안 할 때 이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없는 것이 없는 일본의 애완용품

 일본에서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애완용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다 소개해드릴 수는 없지만 특이한 것들 위주로 함께 몇 가지 알아보도록 하죠!

 
 와, 정말 먹음직스럽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를 위한 간식이 아닙니다. 이곳은 바로 'PET bakery' 이름 그대로 애완동물 전용 베이커리입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펫 베이커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요. 이곳에는 먹음직스러운 빵과 쿠키가 가득하죠. 모양은 사람이 먹는 것과 똑같지만 성분은 달라요. 염분, 지방 등 애완동물에게 치명적인 것들은 쏙 빼고 사료와 비슷한 성분으로 애완동물에게 좋은 것만 골라 만든, 그야말로 PET 전용 고급간식이죠.   

 
 일본에는 애완동물 의류 전문 브랜드도 다양합니다. 단순히 애완동물 옷이 많은 게 아니라 우리 옷에 브랜드가 있듯 애완동물 옷에도 고급 브랜드들이 많이 있어요. 대부분 제가 가진 옷들보다도 훨씬 비싸답니다. 강아지에게 물려 입어야 할 판이네요. 꼭 브랜드 옷이 아니더라도 정말 다양한 디자인, 엄청난 종류의 애완동물 옷들이 있답니다.

 
 애완동물 유모차입니다. 매번 산책으로 더러워지는 것이 싫을 때, 또는 늙거나 다쳐서 산책이 어려운 동물을 데리고 다닐 때 주로 쓴다고 합니다.

 애완동물의 할로윈 소품 코너입니다. 애완동물 사이즈에 맞는 할로윈 모자, 마스크 등의 소품과 간식 바구니 등이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도 잘 안 챙기는 날인데...^^;

 애완동물 보냉매트입니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게 해주는 보냉 매트. 당연히 따뜻한 보온 매트도 따로 있답니다.

 애완동물 만보기. 운동부족인 애완동물을 위한 만보기도 있습니다. 네발을 인식하기 때문에 사람은 함께 쓸 수 없습니다.하하하

 마지막으로 애완용품 계에서는 큰 화제가 되었던 제품, 바로 ‘DOG Translator’입니다. 개의 언어를 사람의 말로 통역해주는, 그 발상자체가 획기적인 상품입니다. 애완견의 목에 목걸이를 걸고 통역기 전원을 키면 소리를 낼 때 통역을 해준다고 하네요. 물론 100% 정확히 해주지는 않죠^^; 하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도구가 아닌가 싶네요.

사람과 똑같은 2차 서비스 산업

 정말 다양하고 기발한 애완용품들이 있죠? 하지만 아직 놀라기엔 이릅니다. 더욱 놀라운 2차 서비스 산업의 세계가 있으니까요! 눈에 보이는 음식이나 용품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의료, 미용 등이 2차 서비스 산업에 해당하는데요, 일본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한 PET 전용 서비스 산업들이 있답니다. 사람이 하는 건 뭐든지 한다! 이제는 애완동물들도 사람과 똑같은 Life Style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일본에는 애완동물과 관련된 직종 또한 참 다양한데요, 그중에서도 제가 특히 흥미로웠던 직업은 ‘PET 파티 플래너’였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파티를 기획해주는 파티플래너가 각광받고 있죠. 일본에는 애완동물의 파티를 전문으로 기획해주는 ‘PET 파티 플래너’도 있습니다! 주로 의뢰받는 파티는 애완동물의 ‘생일파티’입니다. 애완동물을 닮은 케이크와 꽃 장식, 쿠키 등으로 파티를 장식하고 주인과 함께 가벼운 등산과 게임을 즐기는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되죠.  

 이번에는 'PET Hotel'입니다. 출장이나 여행 등으로 오랜 기간 집을 비워야 할 때, 소중한 내 반려 동물이 걱정된다면? 걱정 말고 애완동물 전용 호텔로 가면 됩니다! 일본에는 정말 많은 펫 호텔들이 있어요. 원하는 가격, 서비스 등에 맞추어 고를 수 있죠. 우리에 가둬두고 밥만 주는 보관소가 아니라 말 그대로 호텔입니다. 주인이 없는 동안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질 좋은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펫 호텔들이 각광받고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감명 깊었던 ‘애완동물의 장례문화’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일본인들은 애완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그들이 죽었을 때 대부분이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준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애완동물 전용 공동묘지입니다. 공동묘지 뿐 아니라 애완동물 전용 납골당도 많이 있어요. 일본인들에게 애완동물의 장례는 오랜 시간 가족으로서 함께해준 반려동물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합니다. 자료조사로 다양한 사진들을 보며 많은 비석들을 읽어 보았는데요, ‘고마워’라는 말이 가장 많았어요. 비석에 적힌 짧은 한 줄들에서도 주인의 진심과 사랑이 가득 느껴져 제 마음까지 짠해졌네요.

일본의 애완동물 영화들

 애완동물의 천국답게 일본에는 유독 동물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들이 정말 많아요. 하나같이 마음 가득 따뜻해지는 내용들이죠. 다 소개해드리기에는 너무 많으니 기분 좋은 동물 영화 몇 편만 소개해드릴게요:)

<우리 개 이야기>

 개와 사람의 애정이 가득 흘러넘치는 11개의 에피소드가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강아지 영화입니다. 코믹한 내용부터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을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전달합니다. 한 편의 영화 안에 정말 많은 내용과 기법들이 꽉꽉 담겨있죠. 특히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인 ‘마리모’는 저도 눈물 쏙 빼면서 감명 깊게 봤어요. 개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꼭 추천드려요^^

<안녕, 쿠로>

 주인공 시골 학생 한 명, 그리고 검은 개 한 마리. 이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사실 상투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감동도 엔딩도 뻔한 내용이지만 어쩜 이렇게도 가슴 찡하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되는 걸까요~

<강아지와 나의 101가지 약속>

 시한부 엄마의 딸과 강아지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시한부’의 인물이 등장한 시점에서 감동영화의 눈물은 보장됐지만 이 영화는 그 시한부의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그녀의 딸이 주인공이라는 점에 가슴이 더 먹먹해집니다. 엄마가 사라진 후의 딸과 강아지의 이야기가 눈가는 촉촉하게, 가슴은 따뜻하게 만들어주죠.

<하치이야기>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책을 안 읽은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제목. ‘하치 이야기’입니다.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개 ‘하치’의 이야기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죠.

<구구는 고양이다>

 일본 순정 만화계의 거장 오시마 유미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순정 만화가가 그린 내용이라 그런지, 스토리 자체가 참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주인공 천재 만화가와 그 주변 사람들이 고양이 구구로 인해 서로 만나고 엮이며 인생의 재미와 희망을 찾는 이야기인데, 내용만큼 영상이 참 사랑스럽답니다. 귀여운 영화를 원하신다면 추천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