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이 뭔가요? 여의주인가요?

  <드래곤볼(ドラゴンボール)>은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가 1984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한 작품으로 단행본 42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일본 내에서 약 1억 5천만 부, 전 세계에서 약 2억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1986년에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40여 개국, 만화는 약 2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2004년에는 완전판이라는 형태로 새롭게 책이 발행되었는데 총 34권이며 표지의 그림을 전부 새로 그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디오로 먼저 출시되어 만화책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지만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다소 삭제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 3월 SBS에서 방영되었으며 만화책도 무삭제판으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중파 방영은 각종 시청자 단체의 반대에 의해 이전 비디오보다 더 많은 부분을 삭제해야 했고 결국 시청률이 저조해지며 2003년, 모든 시리즈를 다 방영하지 못한 채 중도 종영되었습니다.

▲기존 42권짜리 단행본과 34권짜리 완전판 단행본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鳥山明)는 우리에게 <드래곤볼>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으로도 친숙한 작가입니다. 1975년 ‘주간 소년 점프’에 게재된 단편 <원더 아일랜드>로 데뷔한 토리야마 아키라는 본래 그림 그리는 일에 자신이 있어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로 퇴직을 했다고 합니다. 퇴직 후 금전적인 문제로 ‘주간 소년 점프’에 작품을 투고하였고 이것이 그의 단편인 <원더 아일랜드>였습니다. 작품은 잡지에 실리게 되었지만 인기가 최하위라는 말에 그는 분한 마음에 더욱 만화를 그리는데 열중하였고 이후 1982년 <닥터 슬럼프>로 제 27회 쇼카쿠칸(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게임 소프트웨어인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1탄부터 캐릭터와 몬스터들의 디자이너로써 1985년 이래, 현재까지 활약 중이라고 합니다.

▲(윗줄) 토리야마 아키라 & 드래곤퀘스트 / (아랫줄)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 드래곤볼Z? 드래곤볼GT?

▲(왼쪽부터) 드래곤볼 / 드래곤볼Z / 드래곤볼GT

 드래곤본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차이인지 헷갈리실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분들도 헷갈리실 지 모르고요. 위의 이름들은 드래곤볼이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면서 생긴 이름입니다. 실제 만화책에서의 내용은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래곤볼Z>까지 입니다. 그런데 그냥 오리지널 드래곤볼과 이름을 달리한 것은 주인공인 오공이 결혼한 이후 아들인 오반이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 ‘Z’를 달아 구분 지어 준 것입니다. 또한 <드래곤볼GT>의 경우는 만화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담아 구성한 애니메이션입니다. 2009년에는 <드래곤볼 改(카이)>가 새롭게 선을 보였는데 이름 그래도 개정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드래곤볼Z>의 내용을 다듬고 약간의 수정을 거쳐 나온 시리즈였습니다.

 오리지널 <드래곤볼>의 내용은 원숭이 꼬리가 달린 소년 손오공이 겪는 이야기를 다루며, 초반의 줄거리와 등장 인물의 설정은 <서유기>에서 따온 부분이 많습니다. 손오공은 여러 동료와 함께 수많은 싸움을 이겨내어, 만화 속 우주 전체에서 가장 강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성장합니다. 제목인 <드래곤볼>은 내용에 나오는 7개의 구슬을 가리키는데, 이 드래곤볼을 모두 모으면 신룡을 소환해 소원을 빌 수 있지만 신룡이 모든 소원을 다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원이 이루어진 후 7개의 드래곤볼은 다시 지구 곳곳으로 흩어지고, 그로부터 1년 동안은 평범한 돌멩이로 변합니다. 과거에는 드래곤볼을 모으기 위해서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하지만 <드래곤볼>이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부르마가 발명한 드래곤 레이더를 통해 이 탐색이 훨씬 쉬워지게 됩니다.
 드래곤볼은 그 시리즈에 따라 다양한 동료와 적들이 등장하며 그 적들을 함께 무찔러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커다란 에피소드들에 따라 팬들에게는 ‘피콜로 전’, ‘베지터 전’, ‘프리더 전’ 등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크게 에피소드를 나누는 적들을 살펴보면 먼저 오리지널 편의 레드 리본군, 피콜로 대마왕, 드래곤볼Z에서는 프리더, 셀, 부우, 드래곤볼GT에서는 베이비, 슈퍼 17호, 사악룡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줄) 레드 리본군 1,2 / 피콜로 대마왕

(두 번째 줄) 셀 / 프리더 / 부우
(세 번째 줄) 베이비 / 슈퍼 17호 / 사악룡

  
★드래곤볼의 세계

 드래곤볼에는 다양한 세계가 존재하며 또한 다양한 종족들이 함께 살아갑니다. 가장 크게 나누어 보면 살아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승과 죽은 자들의 세계인 저승을 비롯해 살아있는 생명체들은 지구와 온 우주를 아우르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종족의 경우 지구에는 인간과 동물을 비롯하여 인조인간, 로봇, 공룡, 인어, 뱀파이어 등이 있으며, 우주로 넓혀가면 손오공의 고향인 행성 플랜트의 사이어인, 나메크성인, 메타몰성인, 체인질링, 계왕, 마인 등이 있고 그 외에 용, 도깨비 등도 함께 존재합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어인과 나메크성인, 인조인간과 계왕이 함께하는

이승과 저승(머리에 링이 있는 그림)

 
이러한 드래곤볼 내의 세계는 종교관과도 함께 이야기됩니다. 드래곤볼에는 사후 세계나 도교적, 윤회론적 요소 등 여러 가지 종교가 섞여있습니다. 또한 여러 신들이 존재하며 사람이나 동물도 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나 일본의 토속 신앙과 같고 영혼, 사후 세계, 천당과 지옥 등도 존재합니다. 수행을 통해 오래 살게 된 거북 신선이나 모든 병을 치유하는 신선두의 모습에는 중국의 도교적인 요소가 들어있고, 마인 부우가 죽은 뒤 지옥에 가지 않고 우부라는 착한 어린이로 환생하는 모습에는 불교적인 윤회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거북 신선의 누나인 점쟁이 바바는 유럽의 마법사와 같은 옷을 입고 곳곳을 볼 수 있는 마법 구슬을 가지고 있으며 이승과 저승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동물들이 말을 하고 싸울 줄 아는데, 그 예로 지구 전체의 국왕은 사람이 아니라 개이며, 카린탑의 신 역시 고양이입니다.

▲(왼쪽) 우부로 환생한 부우 / (오른쪽 위) 점쟁이 바바 / (오른쪽 아래) 카린탑의 카린신

★독특한 캐릭터들

 드래곤볼에는 정말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작가의 게으른 성격 때문인지 이들의 이름은 거창하고 장황한 설정 따위는 없이 정말 황당한 설정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워낙 많은 캐릭터들이 있어서 모두 소개해 드릴 수는 없지만 주인공들과 몇몇 작가에게 피해를 본 독특한 캐릭터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레드 사령관, 블랙 보좌관, 실버 대령, 화이트 장군, 메탈릭 중사, 블루 장군

 – 색의 영어 발음

 무라사키 상사 – 일본어로 보라색을 뜻하는 무라사키(紫)에서 따옴.

 무라사키 형제 – 각각 군청색, 밤색, 빨간색, 파란색을 뜻하는 콘(紺), 챠(茶), 아카(赤), 아 오(靑)

 프리더 – 냉동고를 뜻하는 영어 Freezer에서 따옴.

 콜드 대왕 – 춥다는 의미의 영어 Cold에서 따옴.

 쿠우라 – 냉장고를 뜻하는 영어 Cooler에서 따옴.

 기뉴 – 일본어로 우유를 의미하는 규뉴(牛乳)에서 따옴.

 기뉴특전사의 굴도, 지스, 바터, 리쿰 – 유제품인 요구르트, 치즈, 버터, 크림에서 따옴.

 데브라 – 주문 ‘아브라카다브라’에서 따옴.

 비비디 – 주문 ‘비비디 바비디 부’의 앞 부분.

 바비디 – 주문 ‘비비디 바비디 부’의 중간 부분.

 마인 부우 – 주문 ‘비비디 바비디 부’의 마지막 부분.

 우부 – 부우를 거꾸로 발음.

 드래곤볼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입니다. 독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 역시 드래곤볼을 좋아했는데, 특히 후배들에게 후한 평가를 하는 것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는 이 작품을 그린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나의 후계자가 드디어 나왔다’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피스>의 작가인 오다 에이이치로는 토리야마와의 대담에서 그의 그림에 반했다고 고백한 바가 있으며 <나루토>의 작가인 키시모토 마사시는 토리야마 아키라를 존경하여 그의 아들 이름인 ‘사스케’라는 희귀한 이름을 작품에 넣었다(<나루토>의 우치하 사스케)는 후문도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일찍 연재를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다양한 미디어 믹스의 주역이었기에 일본 문화부 장관이 찾아와 연장을 부탁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드래곤볼을 좋아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축전

(그림 순서대로) 원피스 / 나루토 / 만월을 찾아서
클레이모어 / 블리치 / 아이실드21
미스터 풀스윙 / 블랙캣 / 헬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