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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니
- 작성일
- 2020.4.21
나를 견디는 시간
- 글쓴이
- 이윤주 저
행성B
살 만하지 않은 날이 있다 밥벌이가 고되어 씻으러 욕실에 들어갈 기운조차 없을 때 문득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들 때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슬프고 아프고 치열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이윤주의 첫 에세이 나를 견디는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견디게 한ㄴ 삶의 알맹이를 찾으며 쓴 글 50편을 묶었다
이 책의 매력은 자신의 슬픔이나 고통에만 매몰되지 않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밟고 올라가라는 매몰찬 잔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생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이에게 보내는 은밀한 공감에 가깝다 이윤주가 세사에 너그러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만큼 타인들도 서럽고 고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은 살 만하지 않은 날에도 삶을 이어가야 한다 이윤주는 슬픔을 굳이 전시라 필요도 폐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저 내밀히 숨쉬는 슬픔의 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라고 권한다 각자 슬픔을 처리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 시간을 견딘다 대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더라도 디즈니 공주처럼 기분 좋은 환상으로부터 욕망을 수혈받는다 중요한 것은 나의 슬픔에 빠져 남의 슬픔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가 책을 읽는 이유도 훌륭한 문학이 독자를 자기 연민의 우물 밖으로 꺼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사실 엉망진창이지만 어른이니까 멀쩡한 척하고 다닙니다 라고 이마에 써 붙이지 않아도 모두 으레 그렇단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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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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