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책읽는오리
- 작성일
- 2024.3.12
고통 구경하는 사회
- 글쓴이
- 김인정 저
웨일북
신간을 읽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을 체계적이고 예리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트이고 확장되는 일일 것이다. 3장 초반부에 언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하여 김인정 기자님의 정곡을 찌르는 문제의식을 듣고 배울 수 있어 좋았고, 장마다 어떤 논지가 펼쳐질 지 기대하며 읽는 내내 통쾌하고 후련했다.
그가 다루는 주제들은 사실 무겁고 난해하며, 어떤 것은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장마다 결론을 내며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그의 물음이 잔잔했던 나의 삶에 큰 물둘레를 만들며 파동을 일으켰다. 지금도 충격적인 여운이 남는 대목은 그의 연민과 공감에 대한 이견이었다. 자신과 닮은 것에만 연민을 갖는 개인들이 과연 우리 사회에 충분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에 의문을 품으며 독자에게 질문한다. 공감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던 기존 생각의 틀과 프레임을 비웃으며, 그까짓 한정적인 공감만 가지고서는 이 사회가 어느 정도 이상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그 논지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가지고 있는 얼마 없는 것 중에 그나마 자랑할 수 있는 것이 공감능력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그야말로 뒤통수를 쎄게 맞은 듯한 충격적인 문장이었다. 이만큼의 공감과 경청하는 자질 또한 '능력'이라고 떠들어댔던 지난 과거의 나를 몽땅 소환해내고 싶을 만큼 내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죄책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
나 또한 일상적인 고통에는 고개를 돌린 채 더 자극적인 소식들에 귀를 기울이고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의 변화를 꿈꾸고 바라며 고통을 전시하는 목소리에 나 또한 일조하고 있었고,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고통의 현지화는 당연한 옵션이라 생각했던 나의 하찮은 수준에 가슴 아팠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