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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책방
- 작성일
- 2020.6.10
탱크의 탄생
- 글쓴이
- 모리나가 요우 저
레드리버
오래 전 초등학생 때 학교 등하교길에 규모가 꽤 큰 문방구가 하나 있었다. 문방구 창가에는 제2차 세계대전 전투 장면을 축소해 만든 멋진 디오라마가 있었는데 그 정교한 디오라마에 푹 빠진 나는 등하교길에 가던 길을 멈추고 문방구 창가 앞에서 넋을 잃고 디오라마를 바라보곤 했다. 그 디오라마 덕분인지 당시 용돈의 8할은 독일 병정 등 관련 프라모델을 구입하는데 썼던 기억이 난다(나이가 들어 생각해 보니 그 멋진 전투 디오라마는 문방구 주인아저씨의 뛰어난 상술이 아니었나 싶다). 어린시절부터 밀리터리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한때 장래희망으로 군인을 꿈꾸기도 했고 고등학생 당시에는 학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슈퍼대전략"이라는 컴퓨터 전투 게임에 빠진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나름 밀리터리 마니아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밀리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모리나가 요우의 《탱크의 탄생》을 읽어보고 내가 알고 있는 밀리터리 정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탱크의 탄생》은 21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전쟁사×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인 "건들건들"에서 건들건들 컬렉션 1호 타이틀을 가지고 직접 소개한 책으로 초창기 전차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디테일하게 담은 만화 형식의 책이다.
책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1차 세계 대전 당시 등장한 탱크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단순히 탱크 그림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탱크의 내부와 작동방식 등을 통해 초창기 탱크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디테일하게 그림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게 특징이다. 책은 총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무한궤도의 발명과 영국 탱크에 대해서 2부는 전차의 시작편으로 독일, 프랑스 탱크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저자 모리나가 요우는 전차나 비행기 같은 기계 구조물을 당장이라도 작동할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신의 진가를 《탱크의 탄생》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1부. 탱크의 탄생 1 무한궤도의 발명과 영국 탱크
<탱크 이전의 역사>
전쟁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그래서 전쟁사는 어쩌면 인류의 발전과 괘를 같이 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책은 이런 이유로 탱크가 탄생하기까지 인류가 전차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를 본격적인 탱크의 등장에 앞서 설명해 주고 있다.
고대 세계를 석권한 채리엇을 시작으로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빠트렸던 몽골 기병, 중세시대 기계 화살인 쇠뇌, 화승총을 묶은 리볼데퀸, 머스킷 총병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차량 요새였던 후스파의 바겐부르크, 다빈치가 고안한 무적 전차와 삼단속사포, 진화를 거듭하던 화포, 근세로 넘어가면서 산업화에 따른 비약적인 무기의 발달을 보여주는 초기 기관총 퍼클 건, 개틀링포, 육상 및 해상용 중기기관인 코웬 머신 등 탱크가 탄생하기까지의 무기 발달을 깨알같이 설명해 주고 있다. 여기에 일본 작가답게 일본의 우차 '안진샤'소개는 덤이다.
<탱크 탄생의 발판>
전차라는 탈것은 적의 탄환을 튕겨내면서 거친 땅을 나아가야 한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전차 같은 무기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되는데 보어 전쟁에서 사용한 영국의 증기 장갑 트레일러를 시작으로 증기기관에서 내연기관으로 변화, 거대 바퀴의 대두를 걸쳐 20세기 무한궤도의 실용화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서 탱크 탄생에 큰 일조를 하는 홀트 트랙터가 개발된다. 여기서 잠깐! 탱크가 탄생하기 전에 여러 발명가들이 발명한 장갑차가 세상에 선을 보이지만 군에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심스의 모터 워 카, 페닝턴 유선형 장갑차량 등)
본격적인 탱크 탄생 이야기에 앞서 탱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 대학생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오스타리아가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하며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전쟁 초반 짧은 기간내에 프랑스를 점령하겠다는 동맹국 독일의 계획이 전쟁 초반 벨기에의 강한 저항과 영·프 연합군의 빠른 대응으로 독일군의 진격이 멈추면서 결국 독일군은 참호를 파고 영·프 연합군과 대치하면서 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하게 된다.
돌격으로 적의 진지를 빼앗았던 보병들은 기관총과 참호, 철조망 앞에서 시체의 산을 쌓아갈 뿐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영화 '1917'을 본 사람이라면 참호 속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당시 참호와 철조망으로 대치되었던 지역을 무인지대(No Man's Land)라고 일컬었다고 하니 전쟁에 참전했던 보병들에게 얼마나 무서웠던 상황이었는지 알 것 같다.
이런 대치 상황에서 영국은 육상전함위원회를 만들어 참호전을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로 탱크 탄생의 첫 발걸음이었다.
<탱크의 탄생>
참호전 승리를 위해 무한궤도를 활용한 전차 개발에 몰두한 영국은 여러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세계 최초의 전차라 불리는 '리틀 윌리'를 개발한다. 새로운 궤도를 장착한 '리틀 윌리'는 나름대로 만족스런 성능을 보였지만 1915년 9월 시험 주행에서 여러 문제점을 남기고 실용화에는 실패를 한다(개량형 리틀 윌리가 제작되었으나 실전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세계 최초의 전차 리틀 윌리, 출처: 유튜브>
1916년 1월 마침내 탱크가 등장한다. 제국 육상전함 '센터피드'인데, 영국은 '육상전함'이 비밀병기로서의 의미가 없어서 새 이름을 고안한다. 처음에는 'Water Carrie'로 했는데 줄여서 'W.C." 즉, 화장실호가 되는 바람에 '물탱크', 즉 오늘날의 "TANK" 라는 정식 명칭을 짓게 되었다.
1916년 세계 최초의 '탱크' 생산이 시작되었다. 밀리터리 마니아라면 알 수 있는 마크I 탱크인데 처음에는 녹색, 노란색, 갈색, 핑크로 위장을 했으나 실전에서는 진흙투성이가 되어 바로 폐지를 한다. 여기서 마크 탱크의 포가 지금 우리가 아는 탱크의 포 위치와 다른 측면 포탑인 이유는 당시 탱크를 육상전함의 연장선으로 봤기 때문이었다고 한다.(처음에는 해군 주도로 탱크를 개발했다)
처음 탱크를 개발할 당시에는 참호와 철조망 등을 무력화하는(넘어서는) 목적이 강했기 때문에 내부 승무원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엔진과 승무원간의 내부 구획 구분도 없었기에 전차병들은 소음, 진동, 배기가스에 노출되어 탱크를 처음 본 독일군의 공포와는 별개로 탱크 전차병들이 내부에서 느끼는 공포는 극에 달했다(전차병들의 훈련은 무기 부족으로 체조와 행진이 주훈련이었고 한 대뿐인 훈련용 탱크는 좌우에 돌출 측면 포탑이 없이 개방된 상태라 탱크 내부에서 내뿜는 열기를 알 수 없었다). 탱크 내부의 심한 소음으로 조종사와 조타수간 의사소통은 스캐너로 벽을 두드리면서 신호를 주고 받았다고 한다. 또한 외부와의 교신은 비둘기 두 마리를 이용한 전서구를 활용했는데 밤에는 비둘기가 잠을 자야해서 그마저도 활용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탱크의 첫 실전>
1916년 9월 15일 솜 전투에서 드디어 탱크가 전장에 등장한다. 총 49대가 전장에 투입됐지만 출발 지점에 도착한 탱크는 32대였고, 독일군 진지까지 돌입한 탱크는 9대였다고 한다(중간에 고장이 나거나 길을 잘못 들은 탱크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 탱크를 목격한 독일군은 패닉상태였지만 대포에 명중하면 쉽게 망가지는 탱크의 모습을 보고 대응에 나서게 된다. 탱크의 출현에 전장에 있던 독일군들은 집속수류탄(즉석에서 수류탄 7개로 제작된 대전차 병기)이나 대전차총, 박격포 등으로 대응했다고 한다. 첫 전투에서 탱크가 큰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영국은 당시 독일군에게 본토가 열기구와 비행기에 폭격을 당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탱크의 출현은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1917년 11월 캉브레 전투는 영국군이 대규모(약500대)의 탱크를 투입하여 성과를 올린 최초의 전투로 유명하다. 솜 전투 등에서 큰 성과가 없었던 탱크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주요 무기라는 기대감이 사그라들기 시작할 시기에 탱크가 거둔 성과로 향후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전투였다.【캉브레 전투의 결과는 영국(연합군)의 승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은...】
2부. 탱크의 탄생 2 전차의 시작: 독일, 프랑스 편
<프랑스 탱크>
2부는 독일과 프랑스의 전차를 발명하기까지의 이야기와 함께 독일의 돌격전차 A7V와 프랑스의 전차 제1호인 슈네데르 CA와 야포를 탑재했던 전동전차 생샤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프랑스의 전차 개발의 시작은 영국과 조금 다르게 시작되었다. 영국은 참호를 무력화하는(넘어서는) 방향으로 전차 개발에 힘썼다면 프랑스는 참호 앞을 가로막는 철조망을 제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전차 개발에 몰두했다. 프랑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시대에 역행하듯 눈에 띄는 파란 옷과 붉은 바지를 입고 전술은 오로지 돌격뿐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영국보다 빠르게 장갑 전투차량 개발에 힘을 썼으나 간발의 차이로 세계 최초의 전차 자리를 영국에 빼았기고 말았다.(후일담에 의하면 프랑스 전차 개발에 앞장 섰던 에스티엔느 중위가 영국으로 날아가 탱크 생산 연기를 제안했다고 한다. 자신이 개발한 탱크가 최초의 전차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지만 대량 생산 후 한 번에 탱크를 투입해서 독일군이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격하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 제안은 영국에게 거절 당했다)
프랑스 전차의 아버지인 에스티엔느 중위는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한 제조사와 함께 슈네데르 CV를 개발한다.(프랑스 육군은 에스티엔느의 탱크 개발에 자극을 받아 또다른 탱크인 생샤몽 개발을 진행한다)
1917년 4월 16일 아침 프랑스는 120만 병력과 함께 슈네데르 CA, 생샤몽 전차 136대를 투입해 독일군을 향해 니벨 공세를 펼치지만 이미 영국군과의 전투에서 탱크를 경험해 내성이 생긴 독일군의 포격으로 인해 프랑스 탱크 136대 중 57대가 파괴되는 참패를 당하고 만다.(최강 야포 생샤몽에 대한 이야기는 리뷰가 길어져서 생략한다)
<독일 탱크>
독일군하면 사막의 여우라는 '룸멜 장군'이 떠오르듯 기갑사단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독일군에 장갑차량이 없었다.
영국의 첫 탱크가 선을 보였을 때도 당시 현장에 있던 보병들의 육탄방어와 포격으로 막을 수 있어서 군 수뇌부가 전쟁 초기에는 탱크 개발에 대해서 미온적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탱크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수송제7과라는 독일 장갑차량 개발을 위한 조직이 탄생하게 된다. 여기에서 개발된 전차가 돌격전차인 A7V이다. A7V는 57mm 포 1문, 기관총 6정을 무장하고 기본 18명 최대 24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전차였다고 한다. 다른 전차에 비해 승무원이 많았던 이유는 전차 성격이 전차전이 아닌 돌격부대를 태운 소위 전투 상자에 병사를 태우고 전장에 이동하는 목적으로 하는 돌격전차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A7V에는 내부에 튼튼한 손잡이가 있어서 병사들이 차내를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 차내에 라이플 보관대도 있었다고 한다.(A7V는 전부 수작업으로 제작되었고 총20대를 생산했다고 한다)
<전차 대 전차>
1918년 3월 독일군은 미군이 참전하기 전에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하기 위해 연합군을 향해 춘계 대공세를 펼치게 된다. 독일은 A7V 20대 중 15대를 참여시키는데 이동 도중 2대가 고장이 나서 13대의 A7V가 참여하게 된다. 이때 프랑스 아미앵을 공격하는 중간에 있는 빌레르 브레토뉴에서 세계 최초의 전차전이 벌어진다.
1918년 4월 24일 영국의 마크IV 남성형 1대와 여성형 2대(포가 있는 마크를 남성형, 기관총만 있는 마크를 여성형이라고 불렀다)가 독일군의 A7V 1대와 마주치게 된다.(함께 기동하던 A74 3대 중 1대는 중간에 폭탄 구멍에 빠져 이동을 못했고 2대는 뒤에 있다가 후퇴를 했다고 한다)
최초 전차전의 결과는 영국의 여성형 전차 2대는 독일군 A7V에 공격을 당해 금방 후퇴를 하고 이때 마크IV(남성형)가 포격하기 쉬운 장소로 이동해서 좌현에서 몇 발을 쏜 끝에 A7V의 주포 오른쪽을 명중시켜 포수 1명 전사, 치명상 3명, 경상 3명의 전과를 올린다. 인류 최초의 전차전은 영국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탱크의 탄생》은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등장한 탱크에 대한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이해하기 쉽게 담은 만화 형식의 탱크 입문서로 저자 모리나가 요우가 탱크에 대한 오랜 연구와 함께 직접 현지 박물관에 가는 열정으로 단순히 탱크의 외형 뿐만 아니라 탱크의 내부와 작동방식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냈다. 탱크의 구조 뿐만 아니라 탱크를 만들기까지의 제1차 세계대전의 당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3국의 발자취도 볼거리다. 전쟁사×밀리터리 전문 유튜브 채널인 '건들건들'에서 자신있게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있을만큼 1차 세계대전 탱크에 대한 설명으로 최고의 책이라 생각이 된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를 담으려다 보니 큰 판형임에도 불구하고 글씨체가 작고 다소 복잡해서 주의깊게 읽어야 하는 점은 유의해야겠다. 밀리터리나 전쟁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도 모리나가 요우의 《탱크의 탄생》처럼 잘 만든 밀리터리 책들이 많이 출간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영국 탱크 마크 시리즈, 출처: 유튜브>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주)북이십일 레드리버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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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댓글 6
- 작성일
- 2020. 6. 11.
@모나리자
- 작성일
- 2020. 6. 11.
- 작성일
- 2020. 6. 11.
@책찾사
- 작성일
- 2020. 6. 12.
- 작성일
- 2020. 6. 13.
@異之我...또 다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