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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글쓴이
요나스 요나손 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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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9.6 (163)
추억책방



 



 지금은 농구를 즐겨보지 않지만 학창시절만 해도 농구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다. 프로농구가 생기기 전 실업팀과 대학팀이 모두 참여하는 농구대잔치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등이 뛰던 연세대 농구팀을 좋아하던 나는 영원한 맞수인 현주엽, 김병철, 전희철 등이 뛰던 고려대 농구팀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목이 터져라 연세대 농구팀을 응원했다.



 농구대잔치 당시 연고대처럼 북유럽 소설 분야에서도 쌍벽을 이루는 두 명의 작가가 있으니 전 세계 뿐만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요나스 요나손과 프레드릭 배크만이다. 두 작가 모두 스웨덴의 인기 작가로 성공적인 데뷔 이후 후속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는데 나에게 프레드릭 배크만이 연세대 농구팀이라면 요나스 요나손은 고려대 농구팀이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팬이 된 이후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것과는 달리 같은 스웨덴 작가인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은 동향의 경쟁 작가 소설이라는 생각에 신간이 나와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물론 호기심에 요나스 요나손의 책 몇 권은 구입을 했다).



 고백하건대, 이번에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읽고나서 프레드릭 배크만한테는 미안하지만 책 읽는내내 요나스 요나손식 유머에 푹 빠지며 보냈다. 주인공들의 성격에 맞게 툭툭 던지는 말과 작가 특유의 문체는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했고 케냐와 스웨덴을 오가는 이야기는 큰 재미와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해 주었다.



 



 케냐 사바나의 외딴 마을에 사는 치유사 올래 음바티안의 가족 내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작되는 소설은 현재 두 아내와 여덟 명의 딸을 둔 치유사 소 올레 옴바티안(그의 전문 분야는 한 가정이 원하는 것 이상의 아이를 갖지 않게 하는 것이다)과 세 아내와 여섯 명의 딸을 둔 어릴 때 올레 옴바티안에게 얻어맞아 앞니가 두 개나 빠진 올레밀리 추장에 대해 설명한다. 올레밀리 추장은 어릴 적 아버지의 명에 따라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전기와 타자기에 대한 나쁜 기억을 갖고 돌아와 마을에서 전기와 글을 쓰는 기계는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글의 서두만 읽으면 소설의 주무대가 케냐 사바나로 생각하게 되지만 요나스 요나손의 전작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에서 주인공 알란이 우연찮게 북한까지 가며 펼쳐치는 모험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섣부른 생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소설의 배경은 케냐의 마사이 땅에서 북쪽으로 1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스웨덴으로 바뀐다. 스웨덴에서는 교활한 빅토르라는 청년이 스톡홀름에서 가장 명성 높은 미술 갤러리에 취직한 후 갤러리 주인인 알데르헤임의 신임을 얻어가며 그의 어린 외동딸 옌늬와 결혼을 하기 위해 위선적인 모습으로 계획을 하나하나 진행해 나간다(낮에는 유능한 매니저 역할을 하며 사장의 눈을 속이고 밤에는 고급 매춘부들을 만나러 다닌다). 계획대로 일을 착착 진행하던 빅토르에게 어느 날 생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니 과거에 만났던 매춘부 중 한 여자가 자신과 사이에서 낳았다며 10대 소년 한 명을 데리고 갤러리에 찾아온다.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을 걱정한 빅토르는 급히 스톡홀름 남쪽 교외에 원룸을 하나 임대해서 케빈을 살게 하고 절대 자기를 아버지라 부르지 말고 후견인이나 사장님이라고 부르라고 신신당부를 한다(여자는 에이즈로 곧 죽고 케빈은 홀로 학교에 다니며 빅토르가 일주일에 한 번씩 갖다주는 피자에도 불평 없이 고분고분 18세까지 자란다).



 



 자신의 계획에 눈에 가싯거리인 케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고민하던 빅토르는 직접 살인을 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18세가 된 케빈을 비행기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맹수들이 득실거리는) 아프리카 케냐 초원 한가운데에 데려다 준 후 그 자리를 떠난 것이다. 아버지와의 첫 여행에 설레하던 케빈은 초원에 홀로 남은 상황을 이해 하지 못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맹수들을 피해 나무에 오르게 되고 배고픈 사자들은 나무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자신의 대를 이을 후계자에 고민하던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딸만 여덟명이다)은 이른 새벽 그날따라 종교적 기운이 가득한 사바나에 산책을 나가다가 하늘에서 장성한 소년 하나가 발 밑으로 뚝 떨어지는 것을 본다. 올레 음바티안은 전혀 놀라지 않고 마치 기다렸다듯이 "오. 엔카이 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며 시퍼렇게 멍이 든 소년을 안아 든다.



 소년 케빈은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양자가 되어 5년 동안 마사이족의 교육을 받으며 일찍 교육을 받기 시작한 또래 대부분을 따라잡는다. 그러나 성인이 된 마사이족이라면 무조건 받아야 하는 할레 의식을 도저히 받을 수 없었던 케빈은 자신의 고추를 지키기 위해 스웨덴 여권과 여행 경비로 쓰기 위해 아버지의 귀중품 두 개를 집어 들고 작별 인사도 없이 스웨덴으로 향한다.



스웨덴으로 돌아가야 할 거였다. 아니라면 어디로 가겠는가? -p.68



 



 스웨덴으로 돌아온 케빈은 자신의 살던 원룸으로 찾아가는데 뜻밖에도 원룸에는 어느 낯모르는 여자가 살고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옌늬로 갤러리 주인이었던 아버지 알데르헤임이 죽고나자 빅토르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비열한 빅토르의 철저한 계획 아래 원룸 하나만 얻고 무일푼으로 이혼을 당하고 케빈이 살았던 원룸으로 오게 된 것이다. 케빈옌늬는 그림에 대한 서로의 취향에 공감하며(더불어 사랑이 꽃피며) 자신들을 이렇게 만든 빅토르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것에 합의를 하고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수중에 돈이 거의 없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혼녀와 아프리카 케냐에서 전사 수업을 받다 5년 만에 스웨덴에 돌아온 케빈이 어떻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아직 책의 주요 인물과 내용이 나오지도 않았고 줄거리를 줄인다고 했는데도 이렇게 긴 리뷰가 되고 있다. 아직 책의 1/3도 지나지 않았다. 빅토르의 복수를 꿈꾸며 돈을 벌기 위해 고용청에 들렀다가 나오던 케빈옌늬는 우연히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간판을 보고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회사의 CEO는 후고 함린이다. 어린 시절 천부적인 재능으로 감자 필러에 스프레이로 금색을 입힌 창작품을 팔다가 광고 업체 사장 눈에 띄어 입사 후 광고 업계에서 승승장구를 하며 평온을 삶을 살아간다.



옆집과의 쓰레기통 사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 P.152



 



 투명스럽고 고집불통인 옆집 이웃 브로만이 후고 함린의 우체통에 옆에 쓰레기통을 갖다 놓으면서 서로 감정이 쌓이게 되고 급기야 경찰까지 부르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냄새나는 쓰레기가 가득한 쓰레기통은 후고의 우체통 옆에 여전히 있고 이웃에게 어떻게 복수를 할지 여러 날 고민을 하게 되는데 허탈하게도 예순다섯 살이 된 브로만은 어느날 정원에서 돌연사 하고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이 찾아온다. 골칫거리 이웃이 사라졌으나 후고는 만족감도 없이 왠지모를 허탈감에 빠진다. 비록 브로만이 죽어서 개인적으로 복수할 사람이 없어졌지만 다른 수많은 브로만들을 대신 복수해 주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복수를 대행해 주는 사업을 생각해 낸 후고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드디어 복수대행 회사인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문을 연다. 여기서는 후고는 여러 의뢰인들이 부탁한 복수를 기상천외한 다양한 방법들로 성공적으로 이뤄내고, 우연찮게 찾아온 케빈엔늬를 무임금 직원으로 고용하고 대신 빅토르의 복수를 해 주기로 하는데....(소설은 허구라지만 소설 속에서 작가의 자전적인 모습도 볼 수 있는데 한때 미디어 기업 대표였던 작가의 모습도 문득 떠올리게 된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실존작가인 표현주의 미술의 거장 이르마 스턴의 그림 2점이 빅토르의 복수에 중심 매개물이 되고 케빈의 양아버지인 마사이족 올레 음바티안이 케냐에서 아들 케빈을 만나기 위해 스웨덴에 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오래 전 영화 '부시맨'도 떠오른다. 물론 부시맨보다 마사이족 올레 음바티안이 좀 더 험악하지만..)와 은퇴를 며칠 앞 둔 말년 수사관 칼란테르가 등장하면서 소설의 몰입도를 더해준다. 여기에 후고의 형인 안과의사 말테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524쪽이라는 두꺼운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요나스 요나손식 유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은 소설로 그동안 내겐 생소했던 표현주의 작가 이르마 스턴에 대한 삶과 작품에 대한 조명, 복수 대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인물간의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만남, 복수를 의뢰하는 한국인의 출현 등 다양한 재미 요소들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작년 초부터 이어지는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국가간 왕래가 많이 어려워졌지만 북유럽의 스웨덴 유머가 한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통하는 것을 보며 유머는 국경이 따로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는 그동안 팬이었던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뿐만 아니라 요나스 요나손 또한 나의 최애 작가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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