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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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글쓴이
손원평 저
창비
평균
별점9.2 (620)
추억책방

 



 지난 3월 20일 버스 등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3년 만에 일상 회복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코로나19 시대에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감기, 독감 등 감염병은 줄어들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사람간 정서적 단절은 더욱 심화되었다. 회사에서도 직원들과의 관계가 예전에 비해 사무적으로 변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코로나19 이후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 요즘 읽어볼만한 소설을 만났다.



 



 이번에 읽은 소설은 얼마 전에 읽은 <페인트>에 이어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다.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아몬드>는 2017년 출간 이후 100만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로 일본서점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이다. 



 



 그날 한 명이 다치고 여섯 명이 죽었다. 먼저 엄마와 할멈. 다음으로는 남자를 말리러 온 대학생. 그 후에는 구세군 행진의 선두에 섰던 50대 아저씨 둘과 경찰 한 명이었다. 그리고 끝으로는, 그 남자 자신이었다. - 12쪽



 



 소설은 첫 문장부터 강렬하게 시작한다. 예전에 읽은 레일러 슬리마니의 <달콤한 노래> 첫 문장이 생각나는 강렬함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이던 열여 섯 살 생일날 소설의 주인공 윤재는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는다.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혼자가 된 윤재는 소설의 제목인 '아몬드'라고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다. 기쁨, 공포, 분노 등 평범한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느끼지 못한다. 



 



- 할멈. 사람들이 왜 나보고 이상하대?



할멈은 내민 입을 집어넣었다.



- 네가 특별해서 그러나 보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질 못하거든. 에이그. 우리 예쁜 괴물.



할멈이 나를 으스러져라 안는 통에 갈비뼈가 아렸다. 전부터 할멈은 나를 종종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 단어는 적어도 할멈에게만은 나쁜 듯은 아니었다.  - 21쪽



 



 소설은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윤재가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으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고 평범하게 살려고 노력하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사업 실패 후 3년 간 은둔생활을 하던 남자의 증오 범죄로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게된 후 겪게 되는 이야기다.



 



 비극적인 사고 후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 건물의 집주인인 심박사의 도움으로 헌책방을 운영하게 된 윤재의 인생에 어두운 상처를 갖고 13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온 곤이가 나타난다. 어릴 때 엄마의 부주의로 실종된 후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이런저런 사고를 쳐서 소년원을 들락거리다가 13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온 곤. 바르게 자라지 못한 곤이를 병이 들어 임종을 앞둔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아빠 윤교수가 곤이 대신 윤재를 아들 대역으로 엄마를 만나게 하면서 곤이와의 악연이 시작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윤재와 곤이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는데...



 



(중략)



- 마지막엔, 마지막에는 뭐라고 했냐



- 마지막엔 날 안아 주셨어. 꽉.



곤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곤 간신히 속삭이듯 내뱉었다.



- 따뜻했냐, 그 품이.



- 응. 많이.  - 170쪽



 



 타인들은 윤재와 곤이를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감정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괴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거나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윤재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상처 받고 마음과 달리 사회를 향해 반항을 하는 곤이를 이해하고 친구로 다가가는데 감정 표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는 타인의 아픈 감정들에 공감을 하고 있는지... TV 뉴스에 나오는 타인들의 슬픔과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그래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와 어두운 상처를 가진 곤이가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며 한 뼘씩 성장하는 소설 속 이야기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상대방을 향한 공감 능력이 떨어진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전해준다.



 밀리언셀러로 이미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소설이라 자세한 줄거리는 쓰지 않았지만 소설을 읽는내내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윤재가 내뱉는 담담한 어조들은 역설적으로 윤재의 마음에 공감하며 슬프고 시린 마음을 느끼게 했다. 이번 독서는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타인에 대한 감정의 깊이와 공감 능력을 곰곰이 생각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저자와 출판사의 문제로 <아몬드>는 곧 절판된다고 하니 아직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라면 더 늦기 전에 읽어보기를 추천해 본다.



 



 새벽녁이 되도록 의식이 또렷했다. 곤이한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했다. 네 엄마 앞에서 아들인 척해서, 내게 다른 친구가 생긴 걸 말하지 않아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는 안 그랬을 거라고, 나는 너를 믿는다고 말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 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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