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추억책방
- 작성일
- 2023.8.27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
- 글쓴이
- 박탄호 저
따비
지금은 우리나라 가전업체 제품들이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 정도로 디자인과 성능이 우수한 가전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지만 어릴 때만 해도 우리나라 가전업체 제품보다는 기술력이 뛰어났던 일본 가전업체 제품들을 더 선호했다. 당시 우리 집에도 소니나 히카치 등의 일본 가전제품들이 있었고 특히 소니 워크맨은 내가 가장 가지고 싶었던 카세트플레이어였다. 어렸을 때 나는 예쁜 디자인에 성능이 우수했던 일본 가전제품을 보며 일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 일본에 관한 TV 프로그램이 나오면 관심을 갖고 시청을 했고, 중학교 때는 일본 친구랑 국제 펜팔을 할 정도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일본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는데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봤고, 중도에 포기를 했지만 일본어 공부도 잠깐 했었다.
그동안 대중매체나 책을 통해 접한 일본 문화에 대해 소소하게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단숨에 궁금증을 해결해 준 책을 읽게 되었으니 박탄호 작가의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이다.
요즘 일본 오염수 방류로 국내외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일본 문화에 관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 시기상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최근 엔저로 인해 제주도보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치, 역사, 경제적으로 심오한 한일관계가 아닌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시시콜콜한 일본 문화를 알게 해 주는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이 든다. 서문에서도 저자가 이 책의 저술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은 일본인의 정체성과 역사, 전통, 예절, 정치, 한일 관계와 같은 심오한 주제를 논하지는 않는다. 대신 일본 여행을 하면서 혹은 대중매체를 통해 접한 신기한 모습과 사회 현상의 이면, '일본'하면 떠오르는 음식에 숨은 이야기처럼 한 번쯤 호기심을 가졌을 주제를 다루는 것으로, 알면서도 모르는 일본을 색다른 시각으로 알아가고자 한다. - 책을 내며, 6쪽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알고보면 두 배로 재미있다! "에서는 최소한의 파동으로 먹잇감을 낚아채는 물총새의 길고 뾰족한 머리 모양을 흉내 낸 고속열차 신간센 디자인 이야기, 옛날 택시의 주요 고객이었던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의 기모노 자락이 문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고자 개발한 일본 택시의 자동문 이야기,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경차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을 휩쓰는 이유, 일본 여행을 가면 유난히 깨끗한 일본 주택가 골목의 비밀, 게이샤들이 화장을 새햐얗게 하는 이유, 일본 초등학생들의 필수품 란도셀 등 일본 생활 문화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2부 "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다!"에서는 일본 기차 여행에서 먹을 수 있는 별미 에키벤, 일본인들이 튀김요리를 좋아하는 이유,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에 프라이드치킨을 먹는 이유, 일본인의 대표 밥상 스시 이야기, 일본의 국민 음료 라무네에 구슬이 들어 있는 이유 등 일본의 식도락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1부 알고 보면 두 배로 재미있다!
코로나19 팬더믹 전에 일본 훗카이도로 가족여행을 떠났었다. 패키지 여행이라 관광지를 주로 다녔지만 관광지 주변은 물론이고 버스 창가에 비친 거리의 풍경이 유난히 깨끗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일본 주택가가 유난히 깨끗한 이유는 타인을 의식하는 태도와 매일 마주치는 이웃들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은 일본 국민성이 이유지만 역사적 이유가 있다. 일본은 섬나라라 숱한 자연재해로 인해 자연을 경외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신도라 부르는 토착 신앙이 생겼다고 한다. 신도 신앙의 중심인 신사가 지역 토착 세력인 다이묘들과 결탁하면서 신사는 다이묘의 비호 아래 마을 공유지 및 자원 관리, 주민들의 이탈 방지와 결속 도모의 중심 역할까지 하게 되었고 다이묘들은 신사를 통해 수시로 주민들을 동원해 가도를 청소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신이 있다는 믿음으로 마을 입구와 집 주변도 깨끗이 유지할 것을 명하면서 주민들은 틈날 때마다 집 주변을 청소하게 되었다고 한다(이 외에 에도시대 안정된 식수 공급을 위해 상수도 주변을 깨끗히 관리하게 되었고, 에도 막부시절 지방의 다이묘를 감시하기 위해 51곳에 덴료 지역이라 부르는 직할지를 두어 대관이라는 지방관을 파견했는데, 대관이 부임할 때 이들이 지나는 골목에 위치한 지역 주민들은 열심히 길을 쓸고 닦아야 했다고 한다. 여기에 참근교대 행렬이나 일본과 교류하던 네덜란드 상관 일행이 통과하는 길과 항만도 깨끗이 유지했다고 한다).
이렇게 일본 주택가의 골목이 유난히 깨끗한 이유는 역사적 관습, 국민성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 결과라 하겠는데 다양한 공공일자리를 통해 주택가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 쓰레기가 보이는 우리나라 주택가를 볼 때 그동안 눈부실 정도로 빠른 경제 성장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놓치고 살지 않았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아침 출근길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초등학교에 각양각색의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보곤 하는데, 일본 초등학생의 경우 모양이 거의 비슷한 란도셀이라는 가방을 메고 다닌다. 란도셀의 기원은 160여 년 전 에도 막부가 서양식 군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군인들의 배낭으로 네덜란드에서 들여온 란셀에서 비롯되었는데 일본인들에게 "란도셀"이라 발음된 이 배낭은 우리 역사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가 왕세자의 가쿠슈인 초등부 입학 선물로 란도셀을 주면서 상류층을 중심으로 '왕세자가 메는 귀한 가방'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부유층에서부터 유행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몇 해 전 우리나라 일부 부유층에서 값비싼 란도셀을 구입해 초등학생 자녀에게 메고 다니게 한다는 뉴스 기사를 보며 돈 많은 부유층의 유별난 자식 사랑으로만 느껴졌는데 이토 히로부미로 인해 유행을 시작해 오늘날 대부분의 일본 초등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이 되었다는 책 속 란도셀 이야기에 불과 얼마 전 광복절이 지난 오늘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아무튼 각지고 무거운 란도셀은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일본 학부모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다고 하지만 한 번 구입하면 6년간 품질 보증이 되다 보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으로 이득이라 지금도 란도셀은 일본 초등학생들의 필수품이라고 한다.
2부 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다!
일본 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 중 하나가 "심야식당"이다. 허름하고 보잘 것 없는 식당이지만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마스터가 단골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해 주며, 손님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고 인간미가 넘쳐서 일본 여행을 떠난다면 그런 분위기의 식당을 한 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일본에는 "심야식당"처럼 주류 판매는 하지 않지만 정겨운 분위기의 찻집인 갓사텐이라는 곳이 있다. 갓사텐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을 공유하고 밀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주인과 손님 간의 관계가 매우 특별해지는 식당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갓사텐을 상징하는 것으로 모닝 서비스라고 하는데 커피 한 잔과 달걀, 토스트 한 조각으로 구성된 모닝 세트는 1950년대 후반 고도 경제 성장기 나고야에서 이른 아침부터 생계 전선에 뛰어들은 노동자들의 간단한 아침식사로 시작되어 오늘날 전국으로 확산돼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아침을 든든하게 해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른 아침 출근길 아침식사도 못하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은데 일본의 갓사텐의 모닝 세트처럼 커피 한 잔과 함께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 편의점 말고~~
생선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스시를 좋아해서 종종 외식하러 회전 초밥집을 간다. 아이들과 함께 회전 초밥집으로 외식하러 갈때면 쌓여가는 빈그릇을 보며 음식값 걱정도 하게 되는데, 책에서는 일본인의 대표 밥상인 스시에 대한 역사와 함께 스시 전문점에서 스시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그동안 내가 스시를 잘못 먹고 있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스시 맛있게 먹는 방법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젓가락으로 스시를 옆으로 눕히듯이 집어 올린 다음 간장에 찍어 먹는다.
2. 간장은 초밥(밥)이 아닌 생선(스시)에 찍어 먹는다. 단 이때는 생선 끝 부문만 살짝 간장에 닿도록 하자. 생선 전체를 간장에 버무리면 스시 본연의 맛이 사라진다.
3. 스시를 입에 넣을 때는 밥알이 아닌 생선이 혓바닥에 오도록 한다. 그래야 스시 특유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4. 스시를 먹는 순서는 담백한 맛의 흰살 생선(광어, 도미 등)을 시작으로 서서히 깊은 맛을 자랑하는 붉은살 생선으로 가는 것이 정석이다.
이 밖에 스시 맛있게 먹는 방법은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ㅎ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은 교환학생 자격으로 일본에 건너갔다가(1년만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할 예정이었으나) 어쩌다보니 대학원에 진학하고 취업까지 하면서 12년째 일본에 살고 있는 저자 박탄호가 한국과 다른 일본의 사회 관습과 문화를 체험하면서 느낀 일본에 대한 궁금증, 나아가 일본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여행안내서에서 알려주지 않는 일본 문화를 꼭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엮은 책이다. 책은 관련 사진뿐만 아니라 일본의 연간 차량 유지비, 다다미의 종류와 크기 등 다양한 도표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스시를 즐기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일본어 등 일본 여행객들을 위한 알찬 정보도 알려주고 있다. 몰라도 사는데 문제가 없는 일본 문화에 대한 이야기지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문화에 대해 궁금증이 있거나 일본 여행을 꿈꾸는 독자라면 <아는데 모르는 나라, 일본>을 통해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YES24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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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