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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나오미와 가나코
글쓴이
오쿠다 히데오 저
예담
평균
별점9 (310)
sksms97

오쿠다 히데오가 돌아왔다!


책의 삼분의 일쯤 읽었을 때 든 생각.


일본 소설을 몇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오쿠다 히데오를 모를 리 없고, 오쿠다 히데오를 한 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의 소설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건만, 어째 요 몇 년 오쿠다 히데오가 잠잠하단 느낌이었다. 그의 책을 모두 읽어보진 않아서 실제로 재미가 없어진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약간 하향세의 느낌?


그런데 이 책 <나오미와 가나코>는 가장 재미있던 시절의 오쿠다 히데오를 떠오르게 한다. 뭔가 거대한 서사를 이야기할 것 같지만 결국은 개인의 마음 변화에 천착하고, 종횡무진 속도가 붙으면서도 허투루 넘어가는 장면이 없이 매 순간 찰지고 고소한... <나오미와 가나코>는 참 맛있는 책이다.


맛있는 책이다, 라고 정의하고 보니 이상하긴 하다. 이 책은 남편을 죽이는 여자들 얘기니까. 아, 오해는 말길. 죽는 남편은 가나코의 남편이고 나오미는 가나코의 절친이다. 그렇다면 가나코는 자신의 남편을, 나오미는 친구의 남편을 죽인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친구의 남편을 왜? 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다. 아무리 절친이라지만 살인까지 저지를 만큼의 우정이라니...?


하지만 역시나 오쿠다 히데오다. 읽다 보면 모든 것들이 그럴 듯하게 흘러간다. 뭔가 뭉치고 지나가는 느낌? 하지만 속는 기분은 들지 않고 외려 저 여자들의 살인 계획에 뭐라도 거들고 싶어져 손이 다 근질거린다.


게다가 이 깜찍한 여자들은 살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심지어 코너에 몰리면서도 뭔가를 끊임없이 먹는다. 딤섬, 초밥, 볶음밥... 온갖 맛깔스런 음식들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내일이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해주는 여자들이라니. 이쯤 되면 나오미 같은 친구 한 명 두지 못한 내 인생이 한심스러울 지경이다.(덕분에 내 남편은 목숨을 부지했다.)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적지 않게 접했음에도 그들의 태도와 대사는 늘 어색하다. 격의 없는 사이가 존재하는 걸까 싶을 만큼 모두에게 예의를 갖추고 수시로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는 문화. "조금쯤은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어"라든가 "힘을 내자. 000에게 짐이 되어선 안 돼." 같은 대사들도 때로는 오글거린다.


그런데 이런 예의바름이 '살인'을 만나면 재미라는 것이 폭발한다. 거참 희한한 민족이다 싶을 정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친구와 공모하여 남편을 죽이는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도 다르지 않다. 이 여자들 역시 시종일관 예의를 갖추고 조심스럽다. 서로에게 상냥하고 자기 인생도 매우 열심히 산다. 여자 둘이 합심하여 남편도 아주 차근차근 잘도 죽였다. 그리고 나는 어라? 어라? 하면서 계속 읽고 있다. 맛있어서 젓가락을 놓지 못하는 음식처럼 쉼 없이 책장이 넘어가고, 마지막 한 점을 비우고 나서도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쩝쩝 다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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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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