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1. 훗날, 내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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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글쓴이
할레드 호세이니 저
현대문학
평균
별점9.4 (360)
성장통

두 아이를 돌보면서 읽다보니 약 570여 페이지의 책 한 권을 다 읽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이다보니 이 책 안의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이야기가 저릿하게 다가왔다. 저릿한 마음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삶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제목 그대로 찬란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결혼을 꿈꾸는 여자 아이들의 삶은 아무리 생각해도 슬펐다. 다채로운 꿈을 그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나이에 누군가의 부인이 되어 살림을 하고 뒷바라지를 하고 아이를(그것도 남자아이를) 낳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사실은 처참하리만큼 슬펐다. 이런 삶이 그 곳에서는 당연한 삶이라고 말해도 내가 느낀 슬픔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수 명의 부인을 두어도 된다. 때문에 마리암은 사생아라는 의미를 지닌 '하라미'라고 불리며 남편에게 버려진 엄마의 감정까지 등에 지고 살아간다. 후에 마리암은 '하라미'가 아닌 아빠의 진짜 딸이 되기 위해 아빠를 찾아가지만 오히려 인생을 바닥에 내려놓게 되는 사건을 만난다. 딸이 자신을 버리고 아빠에게 간 걸로 생각한 마리암의 엄마가 자살을 한 것이다. 때문에 오갈 곳이 없어져 아빠의 집에서 살게 되지만 40대의 구두장이인 라시드와 타의에 의한 결혼을 하게 된다.

라시드는 마리암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인간 이하의 행동을 취한다. 존중과 배려 따위는 없는, 삭막하고 차디 찬 일상이 마리암의 인생을 뒤흔든다. 수많은 폭격과 생활 터전의 박살, 죽음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은 그저 남성들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로 대한다. 배움도 자유도 하다못해 아픔도 편히 겪을 수 없게 만든다. 전쟁 속에서 모든 걸 잃어버린 라일라는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 한 채 라시드의 또 다른 부인이 된다.

"너는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라일라. 나는 너를 안다. 그리고 나는 전쟁이 끝나면 아프가니스탄이 너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걸 안다."

- p527

교사 출신인 아버지 바비의 가르침 덕에 라일라는 다른 여성들보다는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아이다. 허나 남성 우월주의로 가득찬 사회 안에서 라일라가 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아이를 낳고 살림을 하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것뿐. 바깥으로 나갈 땐 남자 없인 나갈 수 없고 나가더라도 눈을 제외한 얼굴은 가려야 한다. 병원도 남자를 우선 진료하기 때문에 여자를 치료해주는 병원은 물어물어 찾아야 한다.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성별을 떠나 폭격과 총성이 난무하는 삶은 그 누구라도 몸서리쳐지게 만들지만 이런 공포 속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하늘과 땅이다.

라시드가 라일라의 엣 연인인 타리크가 집에 왔다는 소식에 난폭해지자 격렬한 싸움 끝에 마리암은 라시드를 죽이게 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모든 건 본인이 지고 갈 테니 라일라와 아이들을 타리크가 있는 곳으로 보낸다. 라일라는 마리암의 희생으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타리크를 다시 만나 새로운 삶을 꾸린다.(이 전쟁 속에서도 라시드는 타리크가 죽었다고 라일라가 믿게끔 사람을 쓴다.) 조금씩 사회가 나아지기 시작하자 라일라와 타리크는 아이들을 데리고 원래 살던 곳으로 가 찬란한 일상이 다시 시작되도록 재건을 돕는다.

라일라는 아프간에 관련된 얘기마다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죽음, 상실, 상상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지 놀라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아 계속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라일라는 자신의 삶과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자신이 살아서 이 남자의 이야기를 택시 안에서 듣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 p536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뜨면얼마나 눈부실까. 라일라를 비롯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삶에 찬란하게 밝은 시간들이 가득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의 삶은 색감을 잃어버리고도 남을, 처절한 하루하루였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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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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