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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매북

작성일: 2025.5.29

도서명 표기 — 경험의 멸종
글쓴이
크리스틴 로젠 저
어크로스
평균
8.4 (15)
신매북

물리적인 경험의 세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우리는 이제 작은 휴대폰 너머의 경험에 더 익숙하다. <경험의 멸종>은 바로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고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과 관련해 우리가 내린 결정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던진다.

오늘날 우리는 직접 경험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경험을 소비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SNS 속에서 여행을 하고, 유튜브 브이로그로 낯선 도시를 걷는다. 그러나 인간은 물질적 구매보다 ‘경험’이라는 행위를 통해 더 큰 행복을 얻는 존재다. 문제는, 이제 그 경험마저도 기술이라는 틀 안에서 표준화되고 통제된 상태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매개된 상호작용이 우리의 사회적 기술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우리는 점점 인적 접촉을 시간 낭비로 여기고, 대면의 중요성을 ‘비효율’이라는 이유로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앞으로는 오히려 진짜 인적 기술을 가진 인간이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기술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점점 신체의 한계와 감각을 참지 못하는 존재로 변하고 있다. 기다림은 언제나 삶의 일부였고, 지루함을 견디는 것은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는 기다림을 기대보다 지연으로 느끼는 사회에 살고 있으며, 아이들 역시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빈틈'조차 허락되지 않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쾌락이 간접적이고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의 쾌락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우리는 점점 더 효율성에 가치를 두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결과, 인간다운 삶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문장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묘사로 다가온다.

기억조차 기술에 아웃소싱하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우리는 경험이 소멸하는 현상과 그 철학적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직접적인 경험 대신 정보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의문을 던지며,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붙잡을 기회를 제공한다.

과연 앞으로 기술에 맡긴 현실은 정말 안전할까?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인내심이 곧 힘이 되는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