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쓰는 리뷰

내사랑주연
- 작성일
- 2019.8.27
바람의 열두 방향
- 글쓴이
- 어슐러 K. 르 귄 저
시공사
어슐러 르 귄.
SF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내겐 낯선 작가였다. 헌데 찾아보니 엄청 유명하다.
1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툼한 소설집이다.
그 중 인상깊은 두개의 작품에 대해 써보겠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들어있습니다)
아홉 생명
영화 <전우치> 에는 멋진 배우 강동원이 나온다.
요괴와 싸울때, 여러명의 아군이 필요할때, 부적하나로 다수의 강동원을 불러낸다.
복제된 강동원들은 똑같이 잘생겼다. 악당을 물리치는데 힘을 보태고 사라진다.
아홉 생명 단편에도 복제인간 '클론'이 나온다.
한 행성에 두 사람이 파견되어 일하던 중에 클론 10명이 추가로 배치된다.
사람 2명, 클론 10명.
젊은 나이에 죽은 천재 과학자의 유전자를 복제해 남자 5명, 여자 5명의 클론이 탄생했고 하나의 팀이 되었다. 생각과 행동이 비슷한 한 명 같은 열 명은 높은 지능과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10명이라 별다른 설명이나 대화가 필요치 않았고, 그들간에는 사소한 갈등도 없었다. 어떤 작업을 맡겼을때는 놀랄만큼 정확하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일을 끝마쳤다.
다만,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쳤을때 해결방법을 도출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았다. 열명이 회의를 하지만, 1개의 답이 도출되는 식이었다. 뭔가를 창조하는 작업도 어울리지 않았다.
교육받지 않은, 뜻하지 않은 위기상황에 봉착했을때 유연하고 즉흥적인 판단에도 약했다.
행성에서 작업하는 중에 9명의 클론이 모두 죽는 사고가 있었다. 1개의 팀으로 와서 혼자 남게된 클론. 클론과 사람이 함께 지내며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그려낸 소설이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주를 이룬다.
복제인간, 클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미래에는 가능한 기술일테다.
나의 분신을 여러명으로 나누는 상상을 해본다.
돈 벌어오는 나, 공부하는 나,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나, 책 읽는 나...
힘들고 어렵고 지루한 작업은 클론에게 맡겨두고 진짜인 나는 좋은 것, 신나는 것만 하고 지낸다. 분신이 여러명이면, 일하는 나를 2~3명쯤 둬야 할지도 모른다. 클론도 먹여 살려야 하니.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돈 버는데 몰빵 하는 사람, 예술작품 만드는데 올인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미래에는 AI 로봇과 같이 살아야 하고 클론과도 잘 지내야 한다.
영화나 만화에서만 가능한 것들이 하나둘 현실로 실현되고 있다.
복제인간과의 사소한 일상을 그려본 적이 없는데, 이 소설은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들어줬다.
기계인 듯, 사람인 듯 다르게 느껴지는 클론과 인간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감정과 마음을 나누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클론도 진화를 할테니 점점 잘 지내는 상상이 들기도 한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17개의 단편중에도 유난히 짧은 소설이다.
오멜라스 라는 도시에 축제가 열린다. 축제를 위해 몰려온 많은 사람들, 이웃 도시에서도 축제를 보러 온다. 완벽하게 행복한 도시 오멜라스. 법도 규칙도 없지만 평화롭고 안전한 도시다. 치한도 도둑도 없고 폭탄도 없다. 강제하는게 하나도 없는 자유로운 도시.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행복하다. 고민도 스트레스도 갈등도 없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짧은 소설의 상당분량 행복한 오멜라스 사람들을 묘사한다. 모두 행복하지만 단 한사람은 그렇지 않다. 1평 남짓되는 축축하고 햇빛 한줌 들지 않는 어두운 지하방에 갇혀 있다. 소녀인지 소년인지 알 수 없다. 열살쯤 된 아이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태어날때부터 장애가 있었는지, 오랜 감금생활로 장애가 생겼는지 알 수 없다. 왜 갇혔는지, 어떻게 희생양이 됐는지, 언제까지 그렇게 지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 도시에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한 아이의 희생이 담보되어야 한다.
다수를 위한 한 명의 희생.
오멜라스 도시의 모든이에게 닥칠 불행의 총량을 지하실에 갇힌 아이 혼자 짊어지고 있다.
도시의 평안과 행복은 아이가 얼마나 고통받느냐에 달려있다.
도시의 모든 아이들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8세~12세) 지하실에 갇힌 아이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 그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하실을 찾아온다. 처음엔 분노하고 화내고 죄책감을 느끼며 돌아간다. 동정하고 화를 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무감각해진다. 누구하나 아이를 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아이를 구하면 도시 전체의 사람들이 불행해진다.
"아이를 향한 부당한 행위에 가슴 아파하면서 흘리던 눈물은 현실의 끔찍한 정의를 알아차리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메말라간다. 하지만 오멜라스 사람들의 눈물, 분노, 자비를 베풀려는 시도 그리고 자신들의 무력함을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오멜라스 사람들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진정한 근원이리라." (p466)
오멜라스 지하에 갇힌 아이는 내 주변에도 널려있다.
지하에 갇힌 아이보다 고통이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크고 작음의 차이만 있을뿐 다수의 편의를 위해 희생하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가까운 현실세계에도 분명 존재한다.
- 일제 강점기, 목숨바쳐 나라를 지켜낸 순국열사들.
- (스키너의 심리상자) 위험한 시험을 강행해 진리를 밝혀낸 호기심많은 과학자들.
- 이른 새벽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 쓰레기 수거해 가는 사람들
-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식당아주머니들, 화장실 청소하는 미화원들
- 일하는 워킹맘 대신 아이를 봐주는 시어머니/친정어머니/어린이집교사/육아도우미들
- 동물학대로 얻어진 고기와 계란들, 아동 착취로 얻은 커피콩...
잘 몰라서, 때론 다 알면서 눈을 질끈 감는다.
오멜라스 도시의 구성원들 중에 그냥 아이의 존재를 알면서 노인이 되기도 하고, 몇 몇의 젊은이는 오멜라스를 떠나기도 한다.
내가 오멜라스 주민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BTS #방탄소년단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봄날 #어슐러르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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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