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쓰는 리뷰

내사랑주연
- 작성일
- 2023.1.23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 글쓴이
- 월터 J. 옹 저
문예출판사
우리는 누군가와의 소통을 말이나 글로 한다.
문어체와 구어체가 있다.
말할때와 글을 쓸때의 언어는 분명 같은 언어지만 조금 다르다.
말하듯이 글을 쓰거나,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들로 대화 하는건 어쩐지 이상하고 어색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상에 나타난 것은 지금부터 약 5만년전이다.
또 우리가 아는 최초의 기록물은 기원전 3천5백년 경에 나타났다고 한다.
구술이 50살을 살아낸 어른이라고 하면 문자는 이제 갓 걸음마를 뗀 3살 아기이다.
"구술문화에서의 생각은 일단 끝까지 진행되고 나면, 쓰기의 도움을 받아 생각을 재현할 때만큼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한 생각은 지속적인 지식이 되지 못하며, 비록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순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p77)
텍스트가 없던 시절에는 기록으로 남길수가 없으니 모두 기억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구술문화에서는 말을 기억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다.
반면에 요즘은 초등학생도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 편하고 익숙한 디지털기기를 휴대한 뒤로 뭔가를 기억하는 능력은 분명 퇴화된거 같다.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손 안에 인터넷 덕분에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화번호도 복잡한 공식이나 계산식도, 기억해야할 중요한 일정도 어딘가에 메모를 해두면 된다. 기억보다 어디에 저장해뒀는지 보관 공간을 찾는게 중요하게 되었다.
"어느 중앙 아프리카 사람에게 마을 학교의 새로운 교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춤추는 것을 좀 지켜봐야죠." 라고 대답한 사례도 있다. 구술적인 민족은 지적 능력을
일부러 꾸며낸 텍스트 퀴즈로 추론하여 평가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평가한다." (p106)
어느 학교 출신인지, 배움이 얼마나 길었는지, 경쟁자끼리 서로 비교하여 유리한 스펙을 가진 사람을 합격시키는 게 지금 세상의 규칙이다. 문자문화가 덜 발달된 시절에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도 재밌는 방법이 동원된다. 이 기준은 그때 그때 다르다고 하니 면접을 봐야하는 사람은 사전에 뭘 준비해 가야했을까. 자신의 어떤 장점을 어필했을까.
"구술표현은 꼭 쓰기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존재할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구술 표현은
쓰기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쓰기는 구술성 없이는 존재 불가능한 것이다." (p38)
"(...) 쓰기는 세 가지 기술 중 어떤 면에서는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인쇄술과 컴퓨터는 쓰기에서 시작된 것을 계속해나가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끊임없이 움직이는 소리를 정지된 공간으로 환원하고, 소리로 된 말만이 존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현재로부터 그 말을 분리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p143)
문자, 쓰기, 인쇄술은 모두 구술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시대에 쓰기가 없는 일상은 상상이 어렵지만,
쓰기가 생겨나던 초기에는 불청객 취급을 받았다. 문자보다 말을 더 신뢰했다.
위조 문서가 많기도 했고, 원본 문서에 대한 상호 약속된 규칙도 없었다.
어떤 문서는 원본임을 입증하기 위해 칼을 달아두기도 했다.
지식인이라 불릴만한 사람들도 모두 부정적인 말들로 쓰기를 거부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건 어느 시대든 진리인가보다.
쓰기는 처음 그렇게 구박을 받고 보조적인 역할만 하다, 성서나 코란 등 종교를 중심으로 쓰기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어갔다.
문자가 없었다면, 쓰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컴퓨터나 인터넷은 꿈도 꾸지 못할 것들이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 디지털이 없는 세상을 이제는 상상할 수가 없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가스렌지 이런게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찌될까. 모두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자는 구술과 문자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그둘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왔는지가 궁금했나보다. 수사학을 연구하면서 언어의 구술성과 문자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타계하기 전까지 긴 시간 연구를 이어갔다고 한다.
구술과 문자.
나는 딱히 궁금하거나 호기심이 생기진 않지만 강제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 꾸역꾸역 읽었다.
책 뒷 커버에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나는 동의하기 좀 어려웠다.
"이 책은 어느 한 전공분야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인문.사회 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교양서다."
교양서라기 보다는 전공분야를 위한 교과서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독자라면 다르려나.
내겐 거리가 너무 먼 주제여서 어렵게 느껴진 책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여 읽어낸 책이라 리뷰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독에 대한 증명이자 버틴 시간에 대한 결과물이 있었으면 했다. 1월은 다시 뭔가를 실천하기에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