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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tie
- 작성일
- 2024.4.24
욘 포세 3부작
- 글쓴이
- 욘 포세 저
새움

좋은 작품을 보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 글을 쓰고 싶어진다. 그 작품에 대한 것일 수도, 전혀 아닌 것일 수도 있는 글을(목정원저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대산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욘포세를 읽다 낭독회에 참여하기 위해
욘포세의 3부작을 하루 종일 읽고,
저녁에 부랴부랴 시내에 나가 욘포세를 읽다 강연을 보았다.
강연을 보고 돌아오던 어제 밤이 나에게는 목적원이 말한 그런 글을 쓰고 싶어지는 날이었던 것 같다.
현실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이것이 내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인지
아니면 소설의 내용인지
독서하는 내내 몽롱한 상태로
과거인지 현재인지
사후인지 생전인지 알 수 없는 문장들로 구성된
욘포세의 3부작을
하루동안(그것도 각잡고 앉아서 읽지 않고 이동하고 사람만나는 사이사이에 ㅎㅎ)
완독하고
저녁에 화상으로 작가를 만났을 때
그가
Every story is its own universe
라며 어떤 주제를 왜 선택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완곡하게 거절했을 때,
자신은 삶과 죽음에 관한 truth를 쓰고자 하며
그러므로 reduced reality를 구현하는 crime fiction 류는 lie라고 단언했을 때,
writing is an act of listening
이므로 자신은 글을 쓰기 위해 리서치를 하거나 다른 사람 것을 참고할 수가 없으며
쓰기 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사람들이 스토리가 된다고, 마치 스토리가 저절로 나오는 듯한 발언을 했으면서도
자칭 “대가”들 처럼 자신이 그렇게 저절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평소에 얼마나 노~오력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은 fiddler*이고 글로써 그 음악을 구현하고자 하므로
친구 fiddler들이 자신의 글이 피들소리와 비슷하다고 한 것이 자신에게
great honor라고 했을 때
(그렇다! 노벨상 수상작가가 마을악단 피들러의 칭찬이 자신에게 영광이라고 한 것이다!!)
뭔가 벅차 올랐다.
*욘포세가 연주하는 악기는 바이올린과 유사한 노르웨이 전통악기 hardanger fiddle 이며, 욘 포세가 좋아하는 피요르드도 hardanger fjord인듯하다
*노르웨이에는 2개의 노르웨이어가 사용되는데 인구 90%가 사용하는 보크몰과 10%만 사용하는 니노르스크이다. 보크몰은 과거 노르웨이가 덴마크 지배 하에 있을 때 발달한 언어로 사실 노르웨이어化한 덴마크어다. 니노르스크는 19세기 중엽 민족주의운동의 영향으로 古노르웨이어와 각종 지방 방언을 정리해서 만든 민족언어다.*전 인구의 10%만 사용하는 민족언어로 민속 전통악기의 리듬을 구현하는 작품을 만들면서도 노르웨이 국뽕 비슷한 말은 강연 내내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것도 리스펙!!
그는 다만
자신의 내면에서 울리는 어떤 음악을 글로 구현하는
심플한 사람이었다.
그 음악이 노르웨이를 너머
변방의 아지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
3부작에서 그는
단한번도 예수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의 글 속에서
예수는 거리를 헤매고
사람을 죽였거나(또는 죽이지 않았거나)
버림받고 죽임을 당했으며
그 사랑으로 내가 구원받았음을
내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마다 다르면서도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한 “어떤 상태…우리가 죽음으로써 도달할 그 곳으로의 구원.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사라지고
죽은 자가 계속 말을 걸어오고 거실에 서있는 현상으로 인해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도 사라지며
과거 현재 미래의 경계가 사라지고
마침표의 부재로 문장의 경계가 사라지고 음악이 되는 그의 글 속에서
나는 아마 완전히 길을 잃었고
또는 찾았던 것 같다.
그래서 완전히 독자에 불과했던 나는
어느새 내가 쓰고자 생각했던 어떤 글이 아닌
내 머리를 맴도는 어떤 실타래를 풀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다.
신기하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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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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