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 시 / 에세이
간서치
- 작성일
- 2014.5.31
엠마 (상)
- 글쓴이
- 제인 오스틴 저
열린책들
[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간서치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오만과 편견을 책으로 읽고 영화로도 보았다. 그러고 나서 영화 오만과 편견의 OST를 구매해 수시로 듣게 되었다. 그렇다, 그때부터 나는 제인 오스틴의 팬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어봤다면 그녀의 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늦은 밤 EBS에서 했던 BBC드라마 엠마를 얼핏 보았다. 엠마와 프랭크 처칠이 무도회를 열기 위해 여관을 빌린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했다. 그 시대에 여관에서 무도회라니! 장소가 협소해 그랬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경악을 금치 못했던 장면이었다. 그 실루엣을 보고는 엠마 한번 읽고 싶다 하였다. 발랄한 엠마와 함께 무엇보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아니던가!
「해리엇과 대등하지 않다고!」 나이틀리 씨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고는 잠시 후에 더 차분하고 신랄하게 덧붙였다. 「그래, 대등하지 않지. 지위로 보나 분별력으로 보나 그가 훨씬 더 우월하니까. 엠마, 당신은 그 아가씨를 좋아하면서 눈이 먼 거요. 출생이나 성격이나 교육이나 그 무엇을 보더라도 해리엇 스미스가 로버트 마틴보다 더 지체 높은 사람과 혼인할 권리가 어디 있소? 그녀는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사생아이고, 아마 물려받을 재산이나 점잖은 친척도 분명 없을 거요. 그녀는 그저 평범한 학교에서 교장 집에 머무는 학생으로 알려져 있소」 (87~88쪽)
엠마 우드하우스는 부유한 집의 둘째 딸로 소심하고 병에 대해 겁 많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의 언니가 결혼하고 그녀의 가정교사인 테일러까지 결혼하자 그녀는 무료해졌다. 결혼을 생각하니 아버지를 두고는 결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아버지 역시 결혼을 미친 짓이라 여겨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사생아이자 자신보다 낮은 계급인 해리엇을 새로운 친구로 삼고 그녀의 중매를 서주기 위해 주변 남자들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해리엇은 낮은 계급이라 그 사회에서는 엠마와 해리엇은 어울리지 않는 상대였다. 그러나 엠마는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았고 해리엇을 자신처럼 여겼다. 그녀는 이처럼 객관적으로 해리엇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오류는 해리엇의 결혼상대를 그녀가 가진 계급보다 높은 계급의 사람이 그녀와 대등하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그녀가 신데렐라의 꿈을 꾸게 한다. 이때 그녀 옆에서 언제나 바른 말만 하는 라이틀리 씨는 이를 일깨우고자 하지만 그녀는 반발하며 그와 싸움만 벌일 뿐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최악의 과오를 저지른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어떤 두 사람을 결합시키려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어리석고 그릇된 일이었다. 그것은 지나친 모험을 무릅쓰는 일이었고,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가정하고, 진지해야 할 일을 얕보고, 순수해야 할 것을 속임수로 만드는 일이었다. 너무나 걱정스럽고 부끄러운 나머지 그녀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189쪽)
그런데 엠마가 해리엇의 상대로 점찍은 목사 로버트 마틴은 해리엇과 엠마에게 친절했다. 그렇기에 엠마는 로버트 마틴이 해리엇에게 관심이 있다고 여기고 둘을 맺어주려고 하지만 알고 보니 그가 관심이 있던 상대는 엠마였다. 그가 엠마에게 청혼하자 그녀는 자신이 착각의 오류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겪고 나자 나이틀리 씨의 진정한 충고와 조언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고 해리엇의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관여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해리엇에 문제에 관여하는 엠마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녀의 허영심과 착각을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책이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책의 중반부로 갈수록 점차 머릿속에 느낌표가 뜨는 것을 알게 된다. ‘나도 착각하는 순간이 있지 않았던가, 다른 친구의 착각을 듣지 않았던가, 우리는 무심코 본 상대의 눈빛 속에서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에 수도 없이 빠지고 홀로 아파하기도 하고 그러다 마음이 같을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고백을 하기도 하지 않았던 가.’ ‘그것이 사랑의 열병이 아니던가, 소녀들이 빠질 수 있는 흔한 착각이 아니던가!’ 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제인 페어팩스는 엠마와는 성향이 다른 숙녀이다. 엠마가 활발하고 허영심 있고 똘똘하다면 제인은 차분하고 조심스러우며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언제나 상대방을 배려한다. 그러한 모습을 볼 때 자신과 비교되는 제인을 엠마는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엠마보다 계급이 낮아 보통 여성들처럼 결혼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밥벌이를 위해 직업을 가져야 하는 처지였다. 그렇기에 사랑에 있어서도 조심스럽고 신분을 넘는 사랑을 꿈꾸지도 않았다. 나이틀리 씨는 이러한 제인에게 진정한 여성상을 발견하고 그녀를 존경한다. 제인을 존경하는 나이틀리 씨의 모습이 엠마는 싫기만 하다. 그래서 더욱더 제인과 사이가 멀어진다. 제인의 등장과 함께 따분한 동네에 프랭크 처칠이라는 젊은이의 등장은 엠마에게 신선하게 다가오고 엠마의 성향과 비슷하게 활발하고 장난끼 많고 허영심 가득한 그는 그녀와 친구가 된다. 나이틀리 씨는 또 엠마가 프랭크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착각에 빠질까봐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는데 이제 엠마는 나이틀리 씨의 조언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된다. 해리엇의 중매 사건을 통해 그의 충고와 조언은 더 이상 그녀에게 싸움을 거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하고 걱정해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믿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그녀의 성장을 즐겁게 바라보며 소녀에서 숙녀가 되려면 나이틀리 씨의 충고와 조언,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사랑을 보고 느껴야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감정에 대한 착각도 진실이 되기도 하고 슬픔이 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발견하는 엠마의 모습을 볼 때 지난날을 추억하게 되기도 하고 앞으로의 사랑앞에서 엠마처럼 솔직하고 진실된다면 진정한 사랑을 성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 숙녀가 된 엠마나 제인처럼 겸손하고 신중한 숙녀가 되기를 소원하게 된다. 또 한번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찬사를 보내며 엠마를 영화로도 BBC드라마로도 보고 싶어졌다. 특히 BBC의 드라마 포스터의 엠마는 내가 상상한 엠마의 모습과 닮아 있어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내가 당신을 이보다 덜 사랑한다면, 사랑에 대해서 더 잘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당신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소. 당신은 내게서 오로지 진실만을 들었으니까. 나는 당신을 나무랐고, 당신에게 훈계해 왔소. 당신은 영국의 그 어떤 여자보다도 그것을 잘 참아 줬소. 그것들을 참아 줬듯이 이제 내가 당신에게 말할 진실을 참아 줘요.」(589쪽)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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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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