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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oryu
- 작성일
- 2021.5.10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
- 글쓴이
- 공여사들 저
21세기북스
지난 2017년 나는 8년 간의 회사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가 원하는 신입사원의 조건'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똑똑하게 일하고, 제대로 인정받아 멋지게 성장하는... 일종의 직장생활 팁이라는 모토로 콘텐츠를 구성하고 그와 연계하여 온오프라인 강연활동, 컨설팅, 동영상 콘텐츠 제작, 칼럼 기고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도서협찬을 받아 이메일 작성법부터 엑셀 기본기까지 친절한 선배의 직팁 모음집 '눈치껏 못 배웁니다, 일센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회사생활 잘하는 법'을 주제로 대외활동을 해오던 내가 돌연 콘텐츠의 주제를 바꾸게 된 계기는 아마도 관련 주제로 진행했던 마지막 강연 때문이었을 것이다.
251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 앞에서 '인정받는 신입사원의 디테일'이라는 타이틀로 100분간 진행했던 강연이었는데 이 강연을 위해 꽤나 공을 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연 내용, 발표 자료, 발표장 상태, 복장, 컨디션 등등 모든 것이 완벽했기에 더 자신감 넘치게 준비한 내용을 신나게 떠들어 댔는데... 문득, 한 수강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게 아니구나...'
내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 포스팅을 보다가 '꼰대' 같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한 마디로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다소 구시대적인 사고와 태도라는 것이 논점이었는데 떨리는 마음을 애써 추스리며 "원래 중요한 것은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회초년생으로서 회사에서 온전히 스스로 설 수 있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꼰대'들의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이 책은 어쩌면 그때까지 필요한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답변을 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그들을 보니 어느덧 나의 이야기도 '라떼는 말이야'의 범주에 들어간 것 같아 한동안 우울했던 적이 있다.
한번은 인사팀 차장님과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문득, 내 업무 스타일이 다소 빡빡하고 너무 FM이라 밑에 후배들이 힘들어 했다는 이야길 전해주었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며 이 모든 것이 조직과 구성원 간에 약속한 규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소홀하거나 어긋남 없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바르게 회사생활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런 생각이 부하직원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답답하고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최근, 아이콘텍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치어리더로 유명한 박기량편을 보게 되었다. 팀장인 박기량과 팀원들 간의 갈등이 주요 화두였는데 완벽주의 팀장인 박기량의 높은 기준을 따라가기 힘든 팀원들은 급기야 팀장이 제시한 시스템 개편을 집단으로 거부하기에 이르고 상황은 극단으로 치닫는 듯 했으나 다행히 의견을 조율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으며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사실, 회사생활을 잘하는 특별한 팁이랄 것도 없을 것 같다.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업무 잘 처리하고 눈치껏 센스있게 행동하고 적극적이고, 열정 넘치는 태도로 임하며 윗사람들의 비위를 적당히 맞춰주는 것 이 정도만 하면 충분할 것 같은데...
안타까운 건 위에 이야기한 것들이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소위 조직에서 '핵심인재'다 '일잘러'다 하는 사람들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직장생활 어느덧 13년차, 올해 나는 차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분야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한 만큼 그 분야 전문가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책으로까지 써 내려가며 "이것이 바로 직장생활이다!"라고 핏대세웠던 과거가 무색하게 여전히 나는 회사생활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선배들은 할 일과 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히 알려주진 않는다. 왜냐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들도 바빠서 자기 일이 아니라서 설마 이런 것도 모를까 봐서 그리고, 자기도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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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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