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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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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11.15
경주 ‘이어서’라는 책방에 들렀다. 북카페인데 본점인 ‘어서어서’에서 ‘독립출판’한 책들이 많이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처음 접해본 독립출판물은 생소하지만 신선했다. 아기자기한 크기에 단촐한 디자인이 소유욕을 자극했다.
몇 권을 집어들어 읽어 보았다. 그러자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소유욕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몇 줄 읽지도 않았는데 뭔가 익숙한 이 느낌이 뭐지?
어디선가 읽었던 문장, 문체, ‘발굴된’ 단어들… 비슷한 수필 ‘투성이’들…. 아, 그래서 메이저에서 선택받지 못한 분들인가? 라는 발칙한 생각마저 들게 하는 “독립출판물”들. 물론 거기에 있는 모든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서 섣불리 일반화하기 힘들다. 우연히도, 집어든 몇 권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면 뽑기를 잘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기우이길 바란다.
그러나 반드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클리셰 덩어리같은 책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같은 아마추어들이 습작이나 일기를 쓸 때 하는 짓을 독립”작가”들이 작품에 마구 남발하면 되겠는가!
소위 유명 작가들이 강박적으로 자기복제를 지양하고, 자기 문체의 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깊이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 그랬다.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장식품이라고.
메이저 출판물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하는 세태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독립출판물까지 휴대용 악세사리가 되어서야 하겠나. 아기자기하고 이쁜 책이 아니라 유니크한 문체로 쓴 "꼭 들고다니며 읽고 싶은 책"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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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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