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텔러
  1. 마이 북리뷰(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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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반짝 반짝 빛나는
글쓴이
에쿠니 가오리 저
소담출판사
평균
별점8.3 (273)
달밤텔러

<반짝 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저/ 김난주 역



소담출판사/ 2001년 2월 28일



 



눈부시진 않지만, 별처럼 빛나는 그들만의 사랑



 



 







 





 



1. 들어가며



 



 



사랑은 무엇일까.  남녀가 서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이 진정한 사랑일까. 우리는 그런 사랑의 모습을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는 사랑도 있는 법이다. 그러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정상적인 사랑의 모습과는 정반대인 사랑의 모습은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이란 말인가. 그렇게 나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오랫동안 사랑이란 주제로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작가가 이번에도 색다른 사랑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내와 호모인 남편이 서로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어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남편에겐 동성인 애인이 있다. 남편은 아내와 결혼 생활도 하고 동성 애인도 만나며 사랑을 한다. 마치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다.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는 이 책을 통해 그것도 사랑이며, 그들만의 사랑은 눈부시진 않지만, 반짝 반짝 빛나는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 의해 소외당하고, 차별받고, 멸시받는 그들의 사랑도 반짝 반짝 빛날 수 있다고 말한다. 



 



언뜻 보면 이해가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의 사랑 이야기와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되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그들의 사랑을 반짝반짝 빛나는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2. 이야기  속으로



 



이런 결혼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p.56-



 



여기 한 부부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그 부부는 우리가 정상적으로 알고 있는 부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호모 섹슈얼인 남편과 알코올 중독자인 부인, 그들이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다. 누가 보면 망가진 부부, 비정상적인 부부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남편은 동성 애인이 있고 그들은 서로 삼각 관계 속에서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우정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미묘하고 기묘한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보면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나올만한 스토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칫 어둡거나, 우울하거나 피터지는 사랑, 이혼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만한 소재를 에쿠니 가오리는 그녀만의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이 책 제목인 '반짝 반짝  빛나는' 만 보고 정말 달달하고 빛나는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색안경을 쓰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이것도 사랑이야, 오히려 이런 사랑이 더욱 반짝 반짝 빛날 수 있는 사랑일지도 몰라' 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아내인 쇼코의 말처럼, 남편이 호모이기에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추구하지 않는 사랑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면 쇼코는 호모 남편인 무츠키를 사랑하는 걸까.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 걸까. 쇼코가 남편에게 의지하고, 남편의 애인인 '곤'을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쇼코는 남편을 그래도 사랑하는 것 같다. 비록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더라도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신뢰하고 사랑하고 있다. 쇼코 또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감정이 시시각각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들쭉날쭉하다. 조울과 우울의 경계를 넘나드는 쇼코를 남편인 무츠키는 그런 쇼코를 따뜻하게 감싸안아주며 힘이 되어주고자 한다. 이렇게 서로 약하고 사회에서 비난받는 존재라서, 비정상적인 모습이라 서로 연대하고 서로 이해하고 감싸안아준다. 이런 감정, 연대, 공감, 포용, 배려 또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있지, 오래도록 지금 이대로 있을 수 있도록, 이라고 학종이에다 빌었어."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쇼코는 시댁으로부터 임신 압박에 시달리고, 무츠키는 비밀을 알아버린 쇼코의 부모님에게 비난을 받게 된다. 그렇게 무너져버릴 내릴 그들의 사랑, 그렇게 그들의 사랑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 이대로 지내고 싶다고 그토록 바라고 있음은, 쇼코 역시 암암리에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언제까지나 이대로 지낼 수 없다는 것을.



-<친족 회의> 중에서-



 



그리고 쇼쿄는 진정으로 남편인 무츠키를 사랑한 것은 아닐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편의 모습과 남편의 애인까지도 포용하려 한 모습을 보면 말이다. 물론 곤도 무츠키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쇼코와 무츠키의 사랑을 인정하고 배려해준다. 자신의 애인인 무츠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곤도 쇼코와 무츠키의 결혼 생활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잘 살길 응원해준다. 쇼코, 무츠키, 곤의 사랑의 삼각관계는 질투하고, 시기하고, 증오하는 삼각관계의 모습이 아니다. 서로 사랑하고 인정하고 배려해주는 모습이랄까. 



 



쇼코는 사랑의 위기 속에서 그 무너져내리는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일상과도 타협하고 그들의 사랑도 지키면서 말이다. 



"쇼코 씨의 생각은, 그러니까 말하기 어려운데 그, 무츠키의 정자와 곤의 정자를, 미리 시험관에서 섞어서 수정할 수 있으냐는 거였어. 그렇게 하면, 그러니까 그, 모두의 아이가 될 수 있을 거라면서. "



-<물이 흘러가는  곳> 중에서-



 



그리고 그런 위기를 절감한 곤도 쇼코와 무츠키의 곁을 떠난다. 잠시 여행을 갔다온다는 메시지만을 남기고서 말이다. 곤이 떠나면 모든 것이 다 정상으로 돌아올 것 같고, 그들은 정상적인 부부처럼 보일지 알았지만, 쇼코와 무츠키는 깨닫게 된다. 그들의 사랑은 곤이 있어야 완전하다는 것을 말이다. 비록 사회적으로 무츠키와 곤의 사랑은 축복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쇼코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음을 말이다. 쇼코는 그들이 "은사자 같다'고 말한다. 몇십년에 한번 온세계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태어난 흰사자들, 그들은 극단적으로 색소가 희미해서 무리에 섞이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했다. 그래서 어느 틈엔가 무리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고 한다.  사회에서 따돌림 당하고 사람들 속에 섞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 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 버린다나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 보다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말투로 쇼코는 그렇게 말했다.



-p.125-126



 



무리와 함께 살 수 없는 은사자들, 그래서 그들은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든다. 쇼코와 무츠키는 윗층에, 곤은 아래층에 함께 살면서 말이다. 그들은 서로 그렇게 셋이서 특별한 동거와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그들의 사랑이 지금 이대로 계속되면서 서로 그렇게 살아가길 바래본다.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물이 흘러가는  곳> 중에서-



 



 



3. 나가며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 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시는 이리사와 야스오의 '반짝 반짝 빛나는' 시이다. 정말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랑도 그 자체로 반짝 반짝 빛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비록 그 사랑이 화려하고 눈부시지 않지만, 사랑 그 자체만으로 그 사랑은 반짝 반짝 빛날 수 있다. 



 



쇼코, 무츠키, 곤의 사랑이 시메온 솔로몬의 그림 잠자는 자와 지켜보는 자의 모습과도 같아 보인다. 에쿠니 가오리가 이 그림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언제나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런 사랑도 사랑이구나 하면서 사랑에 대한 관계를 재정립하고 사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알게 해주는 에쿠니 가오리 덕분에 나 또한 사랑을 보는 관점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처음에는 낯선 사랑의 모습에 놀라고 충격받게 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녀가 그리려는 사랑의 모습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회적인 약자이며 차별받는 존재들의 사랑에 대해 애정어린 따뜻한 시선을 보내게 하는 책인 것 같다. 



 



 





<시메온 솔로몬의 '잠자는 자와 지켜보는 자>



<THE SLEEPERS AND ONE THAT WATCHETH>



에쿠니 가오리가 '반짝 반짝 빛나는' 책을 쓸 때 영감을 받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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