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 리뷰(2023년)

달밤텔러
- 작성일
- 2023.6.27
파친코 1
- 글쓴이
- 이민진 저
인플루엔셜
"격동의 세월을 살아간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
이민진의 <파친코 1> 을 읽고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역사에 외면당한 재일조선인 가족의 대서사극-
2017년 최고의 책을 한 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일 것이다. 이미 이 책은 '파친코'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재고가 다 소진되어 개정판이 나올 때까지 예약판매까지 걸어놓으며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이미 도서관에서는 예약초과가 걸려있어서 예약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이 책의 인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단했는데 이 책은 2017년 출간되자 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전 세계 33개국에 번역 수출되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애플 TV에서는 드라마까지 제작되었다.
왜 이 책 『파친코』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사랑을 받은 것일까. 이 책은 재미교포 1.5세대인 이민진 작가가 30년에 걸쳐 집필한 대하 소설이며, 이 책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2017년에 <Pachinko>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영어로 출간된 원서를 번역을 통해 <파친코>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독자들은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30년의 집필 기간과 출판사의 번역의 시간을 거쳐 새 옷을 입고 비로소 오랜 시간 후에 나는 작품 속 인물인 '선자'를 만날 수 있었다. 선자의 삶을 통해 나는 격동의 세월 을 강인한 생명력으로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릴 수 있었다. 1940년대 일제 강점기 시대, 땅과 집, 그 모든 것들을 빼앗기고 고향을 떠나 일본땅으로 가서 살 수 밖에 없았던 재일조선인 가족이었던 선자를 통해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쓴 이민진 작가 또한 재미교포 1. 5세대이기 때문에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 느끼는 애환과 고통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더군다나 1940년대에는 굶주림과 전쟁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기는 정말로 고통스럽고 힘겨웠을 것이다.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생존에 대한 강인함으로 버티고 연명한 그들의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되는가. 어쩌면 그들의 강인한 의지와 생명력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내게 ‘한국인’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이다.
나는 가능한 한 오래 한국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
- ‘한국 독자들에게’ 중에서
일제강점기 조선, 부산의 끄트머리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섬 영도에서 선자의 삶은 시작된다.하숙집을 운영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선자의 부모인 양진과 훈이는 하나뿐인 딸 선자를 사랑하며 애지중지 키운다. 특히 아버지인 훈이는 언청이에 다리를 절뚝거리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딸인 선자에게는 자상하고 다정한 좋은 아버지였고, 훗날 선자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랑과 정으로 인해 힘든 시간들을 꿋꿋이 이겨나가게 된다. 또한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였듯이, 자식들을 위해 헌신과 사랑을 베풀게 된다.
그러나 아버지인 훈이는 결핵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양진과 선자만 남고 그녀들은 꿋꿋하게 하숙집을 운영해나간다. 그러나 16살이 된 선자는 운명의 남자가 될 조선인이지만 일본에서 일하는 생선 중개상인 고한수를 만나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고한수가 일본에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고 그와 헤어지지만, 이미 선자의 뱃속에서는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있었다. 고한수는 이처럼 처녀를 임신시킨 나쁜 놈이라고 인식되었지만, 나중에 선자가 어려움에 처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구세주같은 존재가 되니, 정말로 사람의 인생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선자에게 고한수가 운명의 남자라면, 선자의 남편이 되어주는 백이삭은 고마운 남자라고 할 수 있을까. 선자가 사생아를 낳아 힘겹게 살아갈 것을 염려한 백이삭은 선자를 자신의 운명이라고 여기고 청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선자는 이삭을 따라 정든 고향을 떠나 오사카로 향하고 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오사카에서조차도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은 계속되었다. 더군다나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 살아가는 디아스포라의 삶이기에 그 고통과 힘겨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선자는 꿋꿋하게 이삭의 형님인 요셉네 집에서 기거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며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처녀 때는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결혼 후에는 자식들을 위해 온갖 힘든 일을 해야 했다.
아마도 그 시대를 살아온 우리네 할머니 세대들의 삶이 아마도 그렇게 힘에 겨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할머님들은 자식들을 먹이고 키워야한다는 신념 아래, 그 모진 세월을 견디며 끈질기게 살아온 것이리라.
그 모진 세월의 이야기가 어머니인 양진에서 선자로 이어지며 계속된다. 이 책은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며 내가 읽은 『파친코 1』권에서는 주로 선자를 중심으로 하여 그녀의 삶이 펼쳐진다.
<파친코> 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인생 또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파친코와 같은 도박과 같을지 모른다. 또한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생계 수단인 파친코 사업을 벌이며 타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과연 그들의 사업이 잘 될지, 어떤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인생의 롤렛은 어디로 향할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1권에서는 주로 선자의 삶을 중심으로 해서 타향에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들의 힘겹고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권에서는 펼쳐질 성장한 재일조선인 3세대의 삶 그중에서도 특히 선자의 아들이자 한수의 아들인 노아와 모자수의 성장과 삶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특히 노아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될까. 노아와 모자수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까. 2권에서 작가가 들려줄 3세대인 선자의 아들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또한 시간이 된다면 드라마를 통해 영상화될 선자와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과 연기 또한 보고 싶다. 드라마를 본다면, 책 속 주인공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착각이 들 것 같다. 과연 2017년 올해의 최고의 책이라고 선정될 만큼 이야기의 서사가 주는 강인한 흡입력과 구성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정말 선자와 그들의 가족의 삶 속에 흠뻑 빠져 그녀와 함께 울고 웃은 것 같다. 이 책은 나에게도 잊지 못할 올해의 책으로 남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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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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