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 리뷰(2024년)

달밤텔러
- 작성일
- 2024.3.12
내일의 피크닉
- 글쓴이
- 강석희 저
책폴
"힘겹게 사랑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강석희의 <내일의 피크닉> 을 읽고

"너랑 하고 싶은 일이 있어.
함께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온 거야. "
-강석희 작가가 건네는 묵직하고 뜨거운 진심-
매년 약 2천 명의 아이들이 홀로서기를 한다고 한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배우지도 못했지만, 혼자 일어서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 매년 보호자가 없거나, 가정에서 양육하기 어려워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에서 보호를 받다 만 18세가 되면 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이들을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동안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이 되지 않아서 생계를 스스로 꾸려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회로 떠밀려 나와 스스로 생활해야 한다. 지원금 500만원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데 이 500만원이란 액수는 스스로 자립해서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너무나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여러 개의 알바를 하며 돈을 벌어 생계를 이어나간다.
전작인 『꼬리와 파도』를 통해 데이트 폭력과 사제 간의 성폭력을 다루며 세상의 상처에 맞서는 용감한 파도의 물결을 보여준 작가는 이번 책 『내일의 피크닉』을 통해서 보호종료 아동의 현실과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 실습의 문제를 고발한다.
작가이면서 교사이기에 학생들의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아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었고, 더 따뜻하게 손잡아 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모여 이 책 속 '연과 수안'의 이야기가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보호 종료 아동이자 특성화고 학생인 연과 수안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보호 종료 아동과 현장 실습을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직면한 혹독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강석희 작가님과의 북토크에서 작가님이 실제로 겪어보지 않아서 그들의 현실과 어려움을 100%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하셨지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많은 자료 조사와 교육 현장 경험을 통해 충분히 반영한 것 같다. 또한 작가님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보호 종료 아동'이 당면한 힘든 현실과 특성화고 현장 실습 현장에서 겪게 되는 폭력들이 이 책을 통해서나마 알려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현실의 굴레 속에서도, 혹독한 노동의 현실 속에서도 힘겹게 서로를 사랑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연과 수안의 이야기는 그들처럼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며 위로를 주는 것 같다.
우리는 고아였다.
'우리' 란,
다름 아닌 연과 나.
스무 살이 되었으니, 우리는 이제 '보호 종료 아동'이다.
-p. 9, <프롤로그>
주인공인 연과 수안이 당면한 현실을 작가는 이 세 개의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단순한 사실들이 나열된 문장이지만, 이 간결하고 짧은 문장 속에서 우리는 연과 수안이 당면한 현실적 어려움과 고통을 읽을 수 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단 세문장만으로 그 모든 것을 표현한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작가님과의 북토크에서 항상 소설을 쓸 때 첫 문장 쓰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셨다. 이 세 문장을 쓰기까지 수많은 수정과 보완을 거쳤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이 소설은 처음부터, 연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왜 연이 죽었는지, 어떻게 연이 죽게 되었는지는 처음엔 밝혀지지 않는다. 연은 죽었지만, 비를 타고 수안을 찾아온다.
"나한테 제일 큰 미련이 너야. 너랑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너와 함께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온 거야. 백 번을 생각해도 천 번을 고민해도 나한텐 너였어."
-p. 23, <프롤로그>
연은 왜 수안을 찾아온 것일까? 연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 연이 죽기 전, 연과 수안의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호 종료 아동이 되어 스스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연과 수안, 그래서 그들은 돈을 벌어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마이스터 고교에 들어가게 된다.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연은 공부를 열심히 하며 1등을 유지하고 친구 해원과 함께 중저가 항공사 콜센터로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된다. 하지만,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면서 직면한 현실은 아직은 어리고 순수한 연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하고 버거웠다.
“내가 생각을 해 봤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가 없어.”
해원이 말했다.
나는 슬쩍 시계를 보았다. 해원이 말한 5분에서 이제 1분도 채 남지 않았다.
“뭐가 없는데?”
내가 물었다.
해원은 입에 머금고 있던 연기를 후우 뱉고 나서 말했다.
“물. 화장실. 사람.”
-p. 139-140
연뿐만 아니라, 연과 함께 콜센터에 근무하게 된 해원,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수안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현장 실습에서 사회의 모순, 부조리와 폭력성을 드러낸다. 물, 화장실, 사람 이 세 가지가 없다는 해원의 말을 통해 그들이 당면한 혹독한 노동의 현실과 현장 실습의 문제를 보게 된다. 그런 부조리하고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남아있는 선택은 연처럼 죽음 밖에 없는 것일까?
수안은 비로소 연의 죽음과 죽음 이후 연이 다시 찾아온 만난 사람들을 통해 연의 죽음의 이유와 연의 힘든 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는 물론 보호 종료 아동과 현장 실습에서 폭력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당면한 현실을 말하고 있지만, 단순히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호 종료 아동으로서 힘든 현실을 살아가던 연과 수안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가지며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사랑'에 있었다. 작가는 연과 수안의 순수하고 풋풋한 로맨스를 통해 내일을 살아가는 희망을 발견하고자 한다. 마치 즐거운 소풍을 가듯이, 내일을 또 다른 시작으로 만들며 함께 피크닉을 가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연과 수안처럼, 마주한 현실이 힘에 겨워 마음이 엉망인 채 주저앉고 싶은 아이들이 많다.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들이 "넌 혼자가 아니야.", "내일은 좀 더 나은 오늘이 될 거야." 라는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연과 수안처럼 서로 사랑하며, 서로 의지하며 꿋꿋이 살아가길 바래본다.
우리가 그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와 공감 그리고 진심으로 건네는 따스한 손길이야말로 그들이 내일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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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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