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책이야기

쉼
- 작성일
- 2021.11.26
작별하지 않는다
- 글쓴이
- 한강 저
문학동네
[소년이 온다]는 518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며 쓴 작품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4.3사건의 소리없는 외침을 모아 담아냈다.
아픈 현대사를 글로 아우룰수 있는 한강의 저력에 다시 한 번 탐복하며 읽은 책이다.
[소년이 온다]는 주변에 많이 추천했는데 이 책은 못 할 것 같다.
늪에 빠지는 느낌이다. 끈적하고 물컹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칠흑 같은 늪에서 한 참을 허우적 거리다 나왔는데 그로 인해 몸살이 나서 손가락 하나도 내 힘으로 들기 힘든 그런 상황 말이다.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서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군정의 명령이 있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
제주도를 즐거운 맘으로 여행만 다녀왔지.
역사적으로 아픔이 있는 땅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도 이렇게 가족들이 유해도 찾지 못하고 아픔에 젖어 정신적인 피폐함에 젖어 있다고 생각지 못했다.
경하는 작가인데 한강 본인을 투영한 것 같다.
대학살의 책을 쓰고 나서 시작된 기묘한 꿈은 삶을 잠식해왔고 급기야는 잠들 수 없는 밤들을 지새우게 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삶은 망가지고 결국에는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 그날의 날씨를 . 공기 중의 습도와 중력의 감각을."
"그렇게 죽음이 나를 비껴갔다. 충돌할 줄 알았던 소행성이 미세한 각도의 오차로 지구를 비껴 날아가듯이. 반성도. 주저도 없는 맹렬한 속력으로."
경하가 허우적 되는 사이 인선이란 오랜 친구는 나름의 역사의 바다를 헤매고 있었다.
인선은 제주도 토박이고 어머니, 아버지가 다 그 역사적 현장의 피해자였다.
수년 만에 연락이 온 인선은 경하를 병원으로 와달라고 부탁했고 이어 제주도 집으로 가 달라고 명령조의 부탁을 했다.
오로지 '새'에게 물을 주고 살려달라는 이유로 말이다.
억울하게 역사의 수레바퀴에 끼어서 그 귀한 목숨을 잃은 귀한 영혼들과 [작별하지 않는다]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들의 육체는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했지만 아직 그들을 떠날래야 떠나 보내지 못하고 사랑으로 품은 많은 사람들은 그들과 작별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또한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그들은 마땅히 기억되어야하는 역사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한다. 마디가 잘렸을지라도 봉합하고 3분에 한 씩 바늘을 찔러 가면서라도 혈액이 돌게 하고 썩게 두면 안된다고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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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