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쉼책이야기

쉼
- 작성일
- 2022.5.12
작별인사
- 글쓴이
- 김영하 저
복복서가
김영하 작가님의 SF적인 소설은 미래같지 않았다.
오히려 끝장면은 원시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태초의 시작을 알리는 고런 느낌 공룡 한 마리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묘한 날 것의 느낌이 있었다. 무려 휴머노이드들이 잠식하고 인간은 멸종해 버렸을 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릴 것 같은 고요함과 설레임이 깃들어 있었다.
'작별인사'라는 말이 슬플 것 같은데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약속 같았다.
주인공인 클론인 선이의 말처럼 말이다.
" 우주는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하는 거야. 그걸 믿어야 해. 그래야 다음 생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거야.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철, 선, 민 무슨 뜻이라도 있는 이름인 것인가?
휴모노이드들이 살아갈 즈음에 어울리는 작명은 아닌 것 같으면서도 훅 들어오는 맛은 있다.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들어봄 직한 이름들에서 다시 회귀하고자 하는 본능이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과 너무나 닮은 휴머노이드들이 양산되는 시대, 잠도자고 똥도 싸고 배도 고픈 원초적인 모든 감각이 살아있는 기계? 고전을 읽고 천자문을 외우면서 본인이 스스로 기계인지 모르는 주인공이 겪는 상실감, 자아정체성의 혼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극도의 혼란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고 보니 사춘기를 겪어 나가면서 방황하는 청소년들과 매우 흡사하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부모라는 틀을 벗어나 또래 집단과 사회를 겪으면서 변화하고 성장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이 주인공에게서 보인다.
또한 이질적인 집단과 인간성이라는 대토론을 하는 모습은 이질적인데 철학적이고 고전틱하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높은 수준의 의식과 언어를 가진 존재만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그 이야기가 의식을 더 높은 수준으로 고양시킨다고 믿고 있어요"
아무래도 작가님께서 선이에게 빙의되신 듯 하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대공감이다. 다만 그 이야기에 많이 매몰되있는 편인데도 더 높은 수준으로 고양이 안된다는 점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몸을 잃고 고양이에게 데이터가 업뎃되고 네트워크상을 돌아다니고 육체가 없음을 개탄하는 부분이다. 없어봐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상실이나 고통은 어쩌면 새로운 깨달음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나는 오랜만에 얻은 새로운 몸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부터 이 사치품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배고프면 먹고, 고통은 피하고, 잠이 오면 안전한 곳을 찾아 몸을 뉘어야 한다.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가 인간들은 참으로 번거롭겠다고 불평했던 바로 그것들이 나한테는 귀한 선물이었다. "
새 몸을 얻고 선이를 만나 함께 살고 죽음으로 빠르게 가고 있는 선이를 돌본다.
"나의 마음은 점점 반대로 기울었다. 내가 하나의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에는 끝이 있어야 할 것이다. "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말로 마무리해야 겠다
"현실하고 다른 일을 상상해보신 적이 한 번도 없으세요?"
앤이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한 말인데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하는 말 같이 들린다.
현실과 다른 일을 상상해 보시라고 삶이 유연해지는 길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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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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