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긋
  1. 신날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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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어린이책 읽는 법
글쓴이
김소영 저
유유
평균
별점7.6 (14)
싱긋

눈송이 하나하나의 모습이 다르다. (130)



 



 여름 수술만은 피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씻지 못하는 불편함과 때이른 무더위에 돌아버릴 것 같은 순간 뜻밖에 소나기가 왔다.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다. 냄새가 날 때 짐승이 된 기분에 휩싸인다. 한번 자리 잡은 악취는 쉽게 벗겨내지 못한다는 걸 알아서일까. 여름의 울창한 건강미보다 솔직히 벌써 선연한 가을이 그리운 나머지 책에 언급된 동시(박승우, 매미)를 옮긴다.



 



나무 등에 / 엎혀서도 운다 



나뭇잎 품에 / 안겨서도 운다



이래도 울고 / 저래도 운다



귀뚜라미 우니 / 그제야 그친다



 



 ‘어린이인 시기를 거치지 않은 일반인은 없다. 그런 사실만으로도 누구나를 보듬는 포용력을 지닌다. 김소영의 책은 단어 어른/어린이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방정환 선생님이 정성껏 만든 존중의 호칭이라는 점에서 ~린이 낱말들을 반대하게 이끈다. 말맛을 가지고 노는 감각과 기획력은 인정하지만 어원을 알고 나니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만약 스무 살 그때로 되돌아가야 한다면 사회학과 어린이책(둘은 양극이 아닌가?^^)을 전공하고 싶다. 영미문학을 분석하고 가르칠수록 그쪽에 대한 호기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어쩌면 내게 더 잘 맞는 옷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이거나 또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남겨두려는) 바람이 작용한 결과일 테다. 다른 책들과 달리 그림책과 동화책은 인간의 본성과 향수를 부르는 기저가 되는 듯하다.



 



 임신과 출산과 양육이 지난한 과정이지만 다시 유아와 어린이책을 진심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이 있다. 아이들을 키우며 새로이 발견하는 낭독과 이야기의 즐거움! 물론 모든 부모가 이런 여유를 향유하는 건 아닐 테지만 말이다. 요즘 도서관이나 지역사회에서 양육자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관련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보곤 한다. 엄마인 척 그 세계에 슬쩍 발 담그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가도, 특정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커리큘럼대로 교육하는 일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저자 김소영은 내게 특별하다. 없던 문을 열어 보이는 선구자쯤 될까.



 



 처음부터 어린이들이 묵독으로 직접 책을 읽을 수 없다. 일정 기간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어떤 세계를 상상하고 자유롭게 반응한다. 아이의 관심과 취향과 눈높이에 맞춰 읽을거리를 정하고 그것에 대해 함께 말한다면 신박할 것 같다. 틀에 박힌 답 찾기가 아니라 사회를 활자로 배워보는 좌충우돌의 시간. 세상의 다양성과 나와 다름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지와 활짝 열린 마음을 갖고 싶다. 나 역시 책을 읽어주는 양육자를 두지 못했었고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깊이 있게 한 적이 없어 더 낭만적으로, 이상적으로 그리는지도 모르겠다.



 



 교육 사업의 일환으로 수렴되지 않는 순수한 배움은 홈스쿨링에서만 가능한지도 모른다. 코로나(마스크)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요즘, 지인에게 말했다. 아이들이 제일 안됐다고. “다 마스크에 적응했다라는 즉답이 돌아왔다. 그 말이 아닌데. 하루 중 몇 시간은 땀나게 놀아야 하고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온몸으로) 공유할 기회와 시간을 놓친 아이들이 안타깝다는 말이었다. 사람들의 눈만 봐야 한다면 대단히 재미없을 것 같다. 재능기부로 동화책 구연을 하는 분들을 뵌 적 있는데 다양한 연령대의 낭독자 체험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패스트푸드점들이 아이들을 겨냥한 입맛 잡기에 무지 신경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에 형성된 이미지와 친근함의 효력을 아는 것이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만 손이 가요~. <어린이책을 읽는 법>을 보다가 작은조카에게 미안해졌다. 큰조카는 미숙하게나마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녔는데 작은 아이는 그러지 못했다. 상념일 뿐.. 옮기지 못한 마음은 피우지 못한 잔불에 불과할 것이다. 가끔 편지로라도 안부를 지긋이 묻고 고민을 나누고 싶었지만 괜한 개입이고 주책이 될까싶어, 또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보니 어느새 다 커버렸다.



 



 앞서 말했듯이 양육자나 교육자로 어린이책을 만나는 재회는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 인연(책 경유)과 나에 대한 시간1을 되감아 세심하게 다듬는 시간2가 될 것이다. 책이 주는 딱딱한 정보와 인물들 사이로 흐르는 감탄과 질문들과 각기 다른 생각들을 통해 생긴 책날개를 타고 멀리 갈 수도, 주변을 감싸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안목을 키우게) 책을 고르고 형식적으로나 의무적으로 독후 활동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 기운을 내적극적으로 평생 독자가 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숙제가 되는 순간 몰아서 억지로 해치우거나 기억에 남지 않을 헛질이 되고 말테니까.



 




이 세상에 책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독자는 책보다 다양하다. (29)



 



책만큼이나 책 바깥에도 읽을거리가 많다. 책에 치우치지 말고 폭넓게 읽게 하라. (65)



 



이야기를 이해하며 읽고, 등장인물의 처지가 되어 보고,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고, 작품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동화책 읽기의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91)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생각과 느낌을 내가 다 알 수 없다. (100)



 



관점을 갖추려면 역사 사실을 많이 알아야 되고, 그 사실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어야 하고, 흐름을 알아야 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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