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긋
  1. 신날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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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지 말라
글쓴이
송길영 저
북스톤
평균
별점9.2 (119)
싱긋

 최근에 저자가 김미경의 [내일수업]에 출현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달라질 일상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던 까닭에 찾아 읽었다. 책은 일단 강연 어조로 입말로 되어 있다. 책 제목이 언뜻 보면 그냥 하지 마라, 처럼 들리는데 미래 예측에 있어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 전체적인 인상을 토대로 책을 규정하자면 제대로 알고 시작하라, 에 가깝다.



 



 저자가 이공계 박사이기도 해서 다양한 문헌 자료가 인용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대중 강연자답게 알아듣기 쉽게 말하되 임팩트 있는 용어를 선택한다. 어디에 빚지고 차용하는 말보다는 강연자가 자기식으로 뭉친 표현을 쓴다. 그렇다고 새로운 조합은 아니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말들 사이에 강조점으로 읽히는 정도이다.



 



 <그냥>를 읽으면서 나와 극명하게 다른 점은 사회 현상을 굉장히 분명하게 단순화하고, 네트워크상에서 떠도는 기록들을 대단히 신뢰한다는 것이었다. 기계를 다루는 인간의 인텔리전스에 대한 믿음도 두텁고, 데이터 기록이 갖는 증명의 힘을 오차 없이 기본값으로 상정하는 듯했다. 데이터도 조작이나 편향됨이 따르고 사각지대가 있다고 보는 내 어림짐작과 대치되는 논지들이었다.



 



 책 제목도 그렇고 내용에 있어서도 하나의 주장을 하다가 종이의 양면처럼 상반된 쪽으로 넘어가버리는 경향이 좀 있었다. 저자의 의도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부분이 글 전반에 대한 일관성을 깨는 지점이 발생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투박하고 자가당착적인 모순이 깃들어 흥미를 다소 떨어뜨렸다. 하지만 전문적이고 난해한 분석이 아닌 부담 없이 읽고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현상의 흐름을 읽는/익히는 깨달음을 준다.



 




이제는 내가 배우고 싶은 걸 정의하고, 그것을 스스로 체크해야 합니다. 즉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배울 범주를 정하고, 그것을 나의 본진으로 삼는 것이죠. (149)




 



 <그냥>은 코로나 팬데믹의 중단된 접촉에서 깨어나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미래를 공포스럽거나 조바심나게 몰고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변화는 일어날 일이었고, 단지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본다. 게다가 일년 만에 이뤄진 백신 개발이 현생인류의 공통 경험으로 이어져 기후변화 등의 협력에 있어 합의도출점(현행화)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코로나가 외국에서는 봉쇄와 전쟁에 버금가는 사상자를 속출한 반면, 한국은 상황이 좀 다르고 조직과 가정 문화와 개인 정체성을 숙고하는 발판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서서히 균열되던 가족주의가 1인 사회로 분화되는 데 기름을 부은 격이다. 부모에 대한 효도시스템뿐 아니라 주양육자인 특정인에게 편중된 과도한 돌봄과 가사노동이 여실히 공유되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비혼이나 비출산이 퍼지면서 가족 구성에 대한 이해와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앱 사용과 자동화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따른 노인 소외와 빈곤 문제가 부상하며, 이제는 사회안전망과 공공복지 차원에서 나서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상식이 뿌리내릴 것으로 보인. 자본으로 외주화(돌봄서비스에 의탁)하거나 독자적인 심신 건강 유지만으로는 격차를 좁힐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비대면의 활성화가 회사 내 전면 개편(문샷 씽킹)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고된다. 저자는 비대면이 아니라 선택적 대면이 일상화 될 것으로 본다. 관리감독을 하던 중간관리자가 대폭 줄고, 신입사원도 직무중심으로 채용해 항구적 고용을 약속하지 않고 한시적 동료파트너 관계로 인식이 변하기 마련이다. 받는 만큼 일하고 일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상사를 관행으로 보아 넘기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인정받고 동반 성장(자람)하는 보상이 보다 절실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모든 게 기록으로 남는 증명의 시대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기틀이 되어줄 거라고 내다본다. 사실 저자가 공정과 투명과 보상을 말할 때 (평균에 집착하는) 완고한 청년 조각상이 불길하게 우뚝 솟는 것도 같았다. 그래도 가치관의 액상화에 따른 규칙과 국룰을 잘 지키는 공정하고 투명한 문화로의 이행은 근본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두에도 밝혔듯이 <그냥>은 코로나 이후의 준비된 창의적인 전환에 힘을 싣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멀티미디어로의 제작과 디지털 리터리시가 기본 능력인 시대인 것이다. 그는 세상 변화를 뒤쫓는 자보다는 트렌드와 흐름을 창출하는 자가 과도기에 경쟁력을 갖추고 생존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나이팅게일이 관찰과 경험과 통계를 바탕으로 야전병원의 필요성을 알렸던 로즈 다이어그램을 예로 든다. 드라이브와 워킹스루 검진 같은 발상의 전환의 주인공이 되라고 응원한다.



 



 그는 나와 달리 현명한 현생인류과학상식과 이성적 사고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쁜 인간과 사례는 소셜 네트워킹의 정보 교류와 기록 등으로 인해 추적되고 자체 여과망을 갖춘다고 본다. 과거를 근거 삼거나 의존하지 말고, 데이터 해석 능력을 키워 지금을 보는 “프로스펙티브관점을 피력한다.



 



 덧붙여 저자는 플랫폼을 소유한 프로바이더와 장인 크리에이터만이 대체 가능하지 않을 인간으로 남는다고 강조한다. 아무래도 매장 중심의 소상공인이 발 붙일 땅이 더욱 좁아질 추세다. 소셜 네트워크의 자기표현주의를 돌아다니는(유통되는) 바로 나와 관련된 메시지로 긍정한다. 그가 제시하는 인간상을 놓고 봤을 때 나는 원시인 혹은 외계 생명체로 읽힌다. 그에 맞춰 변신 짠!’하면 좋겠지만 사람 자알 안 바뀐다이 책을 읽는 이삼십대들은 아마 엉덩이가 들썩거릴 것 같다(충분히 생각했다면 바로 보여줘~).



 




구매는 그 트렌드가 말하는 가치에 대한 동조고, 콘텐츠의 수용은 지적 취향에 대한 선언이며, 특정인을 팔로우하는 것은 연대의 증명이 되니 이 행위들은 결국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세상에 천명하는 것입니다.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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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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