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사람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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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사랑하는 안드레아
글쓴이
룽잉타이 외 1명
양철북
평균
별점9.1 (22)
작은사람

낯설었다. 아들과 엄마의 외모가 달라서이기도 했지만 스무 살이 다 된 아들과 엄마가 다양한 주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때론 논쟁도 벌이고, 의견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고 청소년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하고 편견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아들 된 입장에서 과거를 떠올려본다. 안드레아의 나이에 나는 어머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나? 좀처럼 대화의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긴, 지금 어머니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도 한정된 주제 외에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쉽지 않다. 어쩌다 아들과 엄마의 관계가 이렇게 딱딱하게 변해 버린걸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나 뿐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안드레아와 룽잉타이가 주고 받은 편지를 더욱 톺아보게 됐다. 


안드레아는 대만인 엄마와 독일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아이다. 외모로 보나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상으로 보나 독일인이라고 말하는 게 더 근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대만에서 자란 어머니의 다소 보수적인 사상과 안드레아의 생각은 자주 부딪힌다. 성(성), 마약, 자유, 정치, 문화, 정체성 등을 주제로 편지를 주고받지만 이들의 갈등은 서로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결국, 아들을 받아내는 건 엄마의 역할이다. 사회비평가라는 타이틀을 안고 있어서 그런지 아들의 두루뭉술한 발언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캐묻고, 아들의 자유분방한 생각을 정제된 사고로 다듬어 간다. 그렇다고 안드레아가 생각이 없는 청년은 아니다. 교육과 문화의 차이겠지만 또래보다는 확실히 성숙한 사고를 가지고 엄마와의 대화에 충실히 임한다.  


“남자아이 안안을 잃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성장한 안드레아를 알아갈 수는 있다. 나는 이 사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열여덟 살의 이 사람을 알아야 한다.”


성장하는 아이와 멀어지지 않고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엄마의 마음에 울컥한 기분이 든다. 이들처럼 독일과 대만이라는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지 않더라도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자녀와의 연대가 끊어진 가정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다. 아이가 자라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갖는 건 부모와 관계없는 일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관계를 유지할 수는 없을까?


젊어서는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입장이 여러 방면에서 실감되는 요즘, 룽잉타이와 안드레아의 편지를 읽으며 부럽고 안타까운 감정을 동시에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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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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