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작은사람
- 작성일
- 2017.8.15
시민의 교양
- 글쓴이
- 채사장 저
웨일북
지난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의 물결이 부패한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겨울을 지나 새해가 되고 봄이 올 때까지, 그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 시간과 감정을 들여 광화문으로 나온 것이었을까? 물론 그 반대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의 무리도 있었다. 이들 역시 자신들이 바라는 정치적인 신념을 표출하면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외치고 행동했다. 그렇다. 촛불을 든 사람도, 태극기를 든 사람도 모두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갖는다. 시민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고 이야기를 하고 보니 앞에서 부패한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라는 표현한 단어가 적절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탄핵 이후 '적폐'로 묘사되는 정치, 경제, 문화 영역 관련 인물들의 과오가 재판을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이들의 잘못을 밝히는 것은 어느 범위까지의 성공인 것일까. 우리가 진정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共和)'는 ' 두 사람 이상이 공동으로 함께 화합하여 정무(政務)를 하는 것'으로 공화국이란 공화제를 실시하는 국가를 말한다. 우리가 모두 잘 아는 것처럼 국가의 주권이 다수의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민을 대표해 국가를 통치한다. 공화제는 역사적으로 세습에 의한 군주제를 부정하면서 시작된다. '공화'라고 해서 우리가 경험하는 정치체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 국가도 '인민공화국'이라는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독재주의공화국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정치체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국민, 인민, 대중, 민중, 시민 등 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에서부터 해당 국가의 정치신념과 경제체제까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채사장은 이 책에서 앞에서 언급한 국가와 시민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고 우리가 어떤 정치제제를 선택하고 어떤 신념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작가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주입하거나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와 그 결과가 어떠한지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독자를 논의로 끌어들일 뿐이다. 선택은 결국 독자, 곧 시민에게 맡겨진다. 한 인터뷰에서 채사장 자신이 '좌빨'로 오해를 받는 일에 관해 언급한 게 기억에 남는다. 굳이 보수와 진보를 나누라면 본인은 보수에 속한다면서, 자신은 자본주의를 비판한 적도 없고 책에서 좌파를 옹호한 적도 없지만 좌파로 오해받는 상황이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했다. 이 에피소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마땅히 시민으로서 알고 있어야 하고 투표를 통해 시민을 대표해 나라를 다스릴 지도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판단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그동안 시민이 무관심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채사장 처럼 시민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 두 관점 모두 맞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채사장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한 번씩은 들어보고 시험을 보기위해 외우기도 했던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험을 목적으로 주입했던 지식이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 전환됐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나라다운 나라,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제는 정치를 단순히 맡겨두기만 해서는 안 되고, 정치를 대표자에게 맡기되, 시민들이 잘 알고 감시하고 교정해야 하는 적극적인 역할이 부여되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가 제시한 키워드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는 우리 모두의 삶을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을 중심으로 시민의 역할을 고민할 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기초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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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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