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향기
  1. √ 책읽는중..

이미지

[ 빈 들의 저녁 ]





 



혼자 남을 때가 있다.



아무도 없고 아무 가진 것도 없이



두려운 가난만 남아 저물 때가 있다.



무리를 떠나 빈방에 돌아와



두부 한 조각에 막걸리를 들이켤 때. 



빈속에 피가 돌고 몸이 뜨거워질 때.



문득 빈 것들이 예쁘게 보일 때가 있다.



조금 더 편하기 위해 빚을 지고



조금 더 남기기 위해 어지러운 곳을 기웃거렸다.



가진 것 다 털고 뿌리까지 뽑아내고





빈 들이 된 몸.



빈 몸에 해가 저물고 잠자리가 날고



메뚜기가 뛰어다닐 때.



아름다운 것을 조금쯤 알게 되었다.



들에 앉아 남은 두부 한 덩이 놓고



저무는 해를 볼 때.



세상의 온갖 빈 것들이 얼마나 평온한지.



얼마나 아름답게 우는지.



서로 자랑하듯 속을 비워내고 있다.



 



...  소/라/향/기  ...












생물학적인 눈물



이재훈 저

문학동네 | 2021년 11월





 


좋아요
댓글
4
작성일
2023.04.26

댓글 4

  1. 대표사진

    키미스

    작성일
    2021. 11. 29.

  2. 대표사진

    소라향기

    작성일
    2021. 11. 29.

    @키미스

  3. 대표사진

    이하라

    작성일
    2021. 11. 30.

  4. 대표사진

    소라향기

    작성일
    2021. 11. 30.

    @이하라

소라향기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2.21

    좋아요
    댓글
    3
    작성일
    2025.2.21
  2. 작성일
    2025.2.21

    좋아요
    댓글
    1
    작성일
    2025.2.21
  3. 작성일
    2025.2.2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2.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13
    좋아요
    댓글
    206
    작성일
    2025.5.13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15
    좋아요
    댓글
    180
    작성일
    2025.5.15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14
    좋아요
    댓글
    192
    작성일
    2025.5.1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