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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텅 빈 채 미사여구만 잔뜩 늘어놓으면 제 텅텅 빈 내면이 위장될 거라고 혼자 착각하는 멍청이들이 즐겨 쓰는 도피구가 바로 '눈가리고아웅'이다. 나는 예전에 어떤 국회의원 후보자가 유세 중(정확하게 시간과 장소, 또 물론 해당인사의 이름까지 알고 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남의 마음을 저토록 후벼파는 사람을 여러분 꼭 국회로 보내셔야만 하겠습니까?"

라고 하는 걸 TV뉴스영상에서 본 적이 있다.

아 물론 남의 마음을 후벼파면 안 되고, 후벼파는 건 고사하고 행여 가벼운 손가락질이라도 먼발치서 후여후여 나부껴도 그건 좋은 일이라 할 수 없다. 매너다 도덕이다 이걸 떠나 먹고살기도 바쁜 판에 대체 남 일에 신경쓸 여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남의 마음을 후벼 파면 안 되지, 당근.


문제는, 바로 어제까지 남의 마음을 후벼파다 못해 도륙을 내려까지 한 인간이, 솜씨가 둔하고 머리가 나빠 찐하게 헛발질을 한 후 나가자빠지니, 그 시커먼 속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서 제 가당치 않은 위선행각이 세상에 폭로될 지경에 이르자, 느닷 "남의 마음을 후벼파는 건 좋지 않다'라며 (모레쯤 오실 예정인) 부처님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는 것. 제 입지가 유리했으면 "나는 불의를 보고는 못 참아!" 라며 어린 시절 노는 친구들에게 터지고 자란 트라우마를 이참에 떨쳐내겠다는 듯 일진 등극의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으련만, 이제 그게 안 되니 구차한 꼬리내림에 느닷 소크라테스를 동원한다.... 대단한 나잇값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류를 인간 만들려면 저기 밴 뷰런 슈퍼노바와 목성 사이, 아니면 그만큼이나 상당한 거리를 격한, 멀고도 먼 제 두 눈 사이를 왕복(왕복의 주체가 꼭 개미일 필요도 없음)하는 일만큼이나 무익하고 몸이 힘든 徒勞가 아닐까 생각하니 아침부터 먹은 밥 꺼지게 괜히 헛수고를 하는가 싶을 뿐이다. 썩은 된장도 모자라 이제 이런 깡통까지 상대를 해야 하니 누구 말마따나 내가 대체 어디까지 추락을 해야 하는 거니?ㅠㅠ 아이구 내팔자야.


아무리 일의 철저한 완수를 위해서라고는 하나 좀 도가 지나치다 싶은 인간이 바로 홈즈 아닐까 한다(지금 bbc 셜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원전 캐릭터 홈즈를 거론하는 중이다. bbc 셜록에 대해선 이런 말까지 할 것도 없음). 그레나다 시리즈는 아마, 지나치게 곧이곧대로인 시즌 1,2의 진행에 대해 시청자들의 불평을 들었는지, 아니면 보다 나은 시청률을 위해 제작진의 예견적 각성이 있었는지, 50분의 러닝타임 동안 그 수고가 적지않았을 광범한 각색, 창작을 수행하고 있다. 그레나다 시리즈의 흥미로운 변형 요소에 대해서는 이따 보기로 하고, 일단 어려서부터 상당히 감동적으로 읽었던 원작 소설에 대해 좀 썰을 풀어보겠다.


헛슨(허드슨이라는 형태가 우리 눈에 익었지만,  발음원칙상으로나 영화 속에서 귀에 들리는 사운드로나 공히 '헛슨'이 정확하다) 부인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친구 셜록의 하숙 병상으로 달려 온 왓슨은 그 초췌한 몰골에 기겁하여 즉각 응급 치료를 하려 드나 홈즈의 단호한 거부에 직면할 뿐이다. 거기까지는 좋았으나 홈즈는 과연 악화된 병세 탓에 실성이라도 했는지 친구 왓슨의 의학적 자격능력마저 거론하며 "자네의 그 보잘것없는 경력. 실력으로 누굴 고치려드는가?"라며 느닷 성질을 부리기까지 한다. 하. 정말 좋지 않다. 이런 소릴 할 수가 있나(근데 좀 안된 소리지만 과연 왓슨의 실력은 진짜 어느정도였을까? 이건 드라마하고도 연관지어서 다른 기회에 좀 길게 논해보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 친구 왓슨의 우정과 절조(?)란 변함 없이 그 스탠스이다. "그리 나를 못 믿겠다면 런던 최고의 전문가 xxx 경의 왕진을 요청하지. 자네 생명이 위태로운 이 마당에 나라고 그런 수단까지도 취하지 않고 방관하라는 건 아니겠지?"

치료 안 받겠다는 네 생각은 충분히 존중하지만, 너에 대한 내 우정을 감안한다면, 지금 좋은 의사(醫師)를 불러오겠다는 내 의사(意思) 정도는 너도 고려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얼마나 겸손하고, 우정에 넘치면서도 사려 깊은 판단인가. 소설에서는 이 다음 홈즈의 반응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 그 순간 홈즈는 울먹이는지 고통에 신음하는지 모를 어투로 흐느끼듯 이야기했는데..."

읽는 독자는 사후 복기를 통해서야 이 대목이, 친구의 우정에 순간 너무도 감격해했던 홈즈의 (우리가 보기로는)첫번째의 감정적 반응이었다는 점 눈치채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그저 독자를 격동시키는 효과만을 노린, 작가 도일 경의 지나친 잔재주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과연 모든 것이 쑈로 판명된 후에도, 그처럼 심한 모욕을 듣고 난 왓슨의 마음에 아무 일 없다는 듯 상처가 아물었을까? 조선시대 성춘향과 몽룡의 관계라면 근대의 남녀 사이와는 달리 수평적 성격이 아니라서 또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토록 잔인한 일방의 테스트가 과연 비온뒤 땅굳는 식의 촉매적 성숙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겠느냐 하는 깊은 의문이 들어서이다. 이 논리는 차라리, 독자를 지나치게 갖고 논다는 도일 경의 잔인함에 대한 유추에까지 연결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고전으로서의 경외감보다는 그 시대를 솜씨 좋게도 요리했던 영리한 통속 연예인을 보는 느낌만 강해져서 한층 착잡해지는...  오랜 기간 충성스러움을 잃지 않았던 한 독자의 스산함은 그래서 더욱 가중된다.


뭐가 되었든 간에 썩어빠진 가식 뒤에는 살인마와 좀비, 성폭행범의 모든 악덕을 능가하는 추함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 쌍팔년도에서 타임머신 타고 온 맹꽁이 아니라면 다 눈치챌 수 있다. 이런 걸 꼭 누가 가르쳐 줘야 안단 말인가? 이제 속는게 지겨울 때도 되지 않았음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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