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서

조르주
- 작성일
- 2014.4.30
티보네 사람들 1
- 글쓴이
- 로제르 마르탱 뒤 가르 저
동서문화사
'티보 가의 사람들' 역시 예전부터 다양한 출판사로부터 번역되어 온 작품이다. 동서문화사 역시, 1990년대에 나온 하드커버 전질에 이 작품이 수록되어 있었고, 시대가 바뀌어 '가구'가 아닌 컨텐츠의 수용을 위한 용도로 책을 구입하는 요즘, 많이 소박해진 외관으로 이렇게 다시 출판된 모습이다. 4년 전 이 책이 나오자마자 1권을 구입했고, 번역의 질도 무난하다 싶어 지금껏 반복해서 읽고 즐기고 있다.
어려서는 채 느끼지 못했던 사실인데, 프랑스 문학의 당시 조류를 어느 정도 반영하듯, 정황상 불필요하지 않은가 싶은 묘사가 군데군데 끼어든다는 점에 눈이 갔다. 다니엘이 리네트를 유혹하는 장면, 퐁타냉 부인의 다소 돌출적인 대시,... 현대인의 눈에도 충분히 당혹스러울 수 있는 묘사가 대담하게도 곳곳에 제시되어 있다. 허나 이 역시, 선정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연대기적 충실성, 혹은 핍진성의 구현에 가까운 의도로 파악되며, 아마도 그런 까닭에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넘어갔던 것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이 작품은, 다름 아닌 이 출판사의 역본으로 당시 읽었기에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번역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이 출판사 책이라기보다 저 정지영 교수의 솜씨이다. 내가 애용하는 사전도 그 교수님이 크게 관여한 작품인 바로 그 사전인데, 확실히 역주가 많고 의도적으로 중역을 배제하려 노력한 솜씨는 여러 곳에서 배어난다. 다만 나는, 어려서 읽은 이 버전이 상기하는 구석구석의 향수를 되짚어야만 그 감흥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개인 사정이 있는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굳이 이 버전을 고집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자크보다는 앙투안의 길을 걸었고, 걷고 있으며, 내가 언제나 경계하는 것도 '행여 자크의 길로 떨어진다면?'하는 두려움에서 태반이 기인한 바 컸다. 그러나 세상은, 몸을 사리는 자에게 많은 것을 베풀지 않는다. 여태 몸을 사려 많은 것을 챙겨 두었다면, 이제 화끈하게 실탄을 소비하며 그 보급을 보람되게 함이 마땅한 순서이다. 인생은 결국, 한 배와 한 씨의 소산이라 해도, 자크와 앙트완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느냐에 따라 그 최종의 성취 질이 좌우된다. 한 집안은 결국 확대하면 한 고을이 되고, 그의 레플리카가 모이고 모여 민족이 되고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당시 좌우의 갈래에서 방황하던 프랑스의 영혼, 그 궤적을 잘 보여주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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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