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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무간도
감독
유위강
제작 / 장르
홍콩
개봉일
2003년 2월 21일
평균
별점8.1 (0)
조르주
無間. '중간, 사이, 간극'이 '없다'는 뜻이다. 일상에서도 '간단없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끊임없다'는 다른 표현과 서로 통한다. 불교에서 본래의 뜻으로 '무간도'라고 하면 '간(매개체)'없이 진상과 바로 통하는 지혜의 궁극적 경지(즉 보면 바로 척하고 알아 버리는)를 의미하겠다. 뒤에 괜히 길 도(道)자가 붙은 게 아니다.

근데 영화 인트로에선 엉뚱하게도 이게 아니라 '무한(무간)지옥'의 뜻을 설명하고 있다. 과거에는 '무간'이란 말이 요즘처럼 드문 빈도로 출현하는 개념이 아니었으므로, '무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뒤에 붙는 '지옥'과 '도'가 오히려 핵심이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선 뒤에 뭐가 따라오는지를 간과한 채 당장 생경하고 눈에 띈다 싶은 '무간'에만 주목하다 보니 이런 혼용이 일어난 것. '무간지옥'과 '무간도'는 서로 뭐가 통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렇기는커녕) 보기에 따라서는 아주 극과 극의 대척에 놓인 외연이다. 이 영화가 나온 지 어제오늘 된 작품도 아니고 새삼 이게 의혹이 인다는 게 좀 그렇긴 한데, 내가 어제 저녁에 집에 돌아오니 TV에서 이걸 해 주길래 그게 눈에 팍 띄었다. 하긴 무식한 홍콩 세끼들이 뭔 생각으로 지네 작품에 제목을 붙였을까를 놓고 무슨 생각을 한다는 게 더 무식하고 아둔한 짓인지도 모르겠다만.

이 영화는 국내에 추종자들이 워낙 많은데다 줄거리가 뭐 어떻다느니 이걸 보고 어떤 영감이 뻑가서 몇 년 뒤에 미국에서 리메이크도 했다느니 상도 탔다느니 하는 사연 역시 모르면 간첩이므로 그런 이야기는 구구절절 복창하지 않겠다(근데 내가 그걸 개봉 당시 롯데시네마 영등포점에 가서 새벽 3시 타임에 <어 굿 이어>, <싸일런트 힐>과 함께 봤는데 리뷰를 여태 안 쓰고 있음. 그때 블로그 운영 할 시점인데). 남들 잘 안 하는 몇 가지 토픽만 좀 지껄여 보자면, 음... (잘 안하는 게 아니라 전혀 안 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내가 이 소릴 왜 하냐면 몇 주 전에 모 홍콩 영화를 리뷰하고 나서 등록하면서 보니까 앞에 다른 사람이 한 이야기하고 많이 겹쳐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음. 앞으로는 잘 알려진 영화는 딴 리뷰를 다 보고 나서 적든지 해야 할 듯.

영화 시작할 때 한침(혼삼. 증지위[曾志偉] 扮)이 지 형제들이 희생되어 지가 있었다느니 뭐니 하는 소릴 애들 앞에서 한창 떠들때 증지위가 보여 준 퍼포먼스는 1988년작 <언터처블>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깡패들 모아놓고 밥 먹으면서 야구방망이 휘두르는 씬에 대한 오마쥬다. 눈을 치켜뜨고 웃으면서 벌리는 팔의 각도 같은 게 완전 판박이다. <무간도>에서 그 '형제의 희생..' 운운하는 게 사실은 맨 마지막 장면에서 '내가 인제부텀 형님 뒤를 봐 드릴게요. 우린 형제나 마찬가지잖아염'하는 누구(스포일러임)의 대사 후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게 한 복선 구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유덕화 와입도 극중에서 그런 말을 하지만 '누가 착하고 나쁜 사람인지 구별이 안 되는' 게 이 각본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 전 오우삼 서극 시절 줄창 보이던 경향, 즉 유치한 흑백구도를 세운 후 스토리의 빈약함을 만화적 총질로 다 때우려 들던 단계에서 한 걸음 진화한 흔적을 보여 주는 것이다. 마지막에 (아 이거 또 스포일러네) 걔가 형제 운운하는 것도 이미 이 시점 부인한테 깊은 의심을 사고 양조위한테 질타 당하고 정신적으로 그로기에 몰려 있던 덕화는, 쟤가 저 말 한 마디 해 주는 게(지깐엔 진심이기도 하고 말이지) 정말 의지가 많이 되었지 않았겠나 말이다. 허나 이미 어둠의 세계에서 빛(양조위의 대사에도 이게 있지)의 영역으로 태세 전환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그는 '정과 으리'에 끌리지 않고 대차게 결단을 내린다. 그게 억울하게 죽은 양조위에 대한(지한테는 별로 개인감정도 안 좋았을) 예의가 되기도 하고 말이다(그것도 부족해서 막 뭘 더해줌- 스포일러). 나는 이게 영국 관할하에서도 부패하고 막장으로 굴러가던 홍콩 체제가 이제 대놓고 중국에 반환된 시점에서 오히려 진지한 자기 반성에 들어가는 표백이 아닐까 하고 과분한 해석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 ,그래! 그놈의 꽌시[關係] 땜에 우리가 짱꼴라 소릴 듣는 거라고! 이젠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해!'(근데 너무 잠이 오더라고).

홍콩 영화는 (이제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영어 제목을 따로 지어서 메인 타이틀 밑에다 附記하는 게 전통이다. 이 영화의 英題는 Infernal Affairs인데, 이게 뭐냐면 1990년작 리처드 기어- 앤디 가르시아(오!) 주연에다 똑같이 경찰 내사과가 주된 배경(덕화도 내사과[감찰과] 소속)이었던 Internal Affairs를 패러디한 것이기 때문이다(이 영화의 한국 번역제목은 <유혹은 밤그림자처럼>임). 난 이런 센스가 참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반대로 앤디 가르시아를 연결 고리 삼아 처음부터 기획자가 두 영화에서 강한 영향을 받고 제작을 시작했다면 뭐 그닥 칭찬할 건 못되기도 하니...


뭐 그래서 자기 소속을 못 찾고 양심에 반하는 짓을 하며(양조위도 마찬가지. 조직 일 안했겠음?) 무간지옥에서 살다가 이제 큰 결단 내리고 무간도로 접어들었다는 뜻 정도로 좋게 해석하면 될 거 같음. 영어 제목에 infernal이 있는 걸 보면 지옥과 도를 구별 못 할 만큼 무식하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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