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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 전 조훈현 씨 책을 읽을 때

그와 그의 제자들(이창호 씨 포함)이 비행기 안에서

'이럴 때는 이렇게 두는 게 맞다'며 정석을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연구해 낸다는 대목을 읽었다.


세계 최정상급의 프로 기사들이야 그 정도는 구태여 정석으로 도식화시키지 않아도

대국 중 즉석에서 대응법을 개발해 낼 능력이 된다.

다만 머리 속에 영감처럼 스쳐가는 걸 구체적 도식으로 붙들어 두고 싶은 욕구야 당연히 있을 테고

후학 양성이라든가, 바둑의 둔재들(창의적 현장 적응이 어려운)에게 가르치기 위해 을 위해 따로 그런 게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초고수들이라고 해도, 자신들이 여태 치러 온 대국 속에서

유용한 정석을 모조리 추출해 내지는 못했다는 반증도 저 일화는 들려 주고 있는 셈인데.


빅데이터의 힘, 즉 지금끼지 이뤄진 모든 명승부 속에서 추출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추출하고

(이것 자체가 인간에겐 설사 고수라도 아직 미진한 영역)

그걸 다 기억해서(역시 불가능)

필요할 때 가장 적합한 수를 끄집어 내는 것

(더 어려움, 가능은 해도 하나 끄집어 내는데 사람 머리로는 열 시간도 넘을 수 있음)이

알파고 뭐 이런 게 아니라 십 년 전 개인용 컴퓨터로도 못할 게 뭐 있냐 이거다.

중요한 건 빅데이터가 이 돌대가리 컴퓨터가 알아먹을 수 있게 잘 조리되어 입력이 이뤄졌냐 하는 것일 뿐.


현생 인류는 암만 천재라 해도 저런 연산을 수행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이 직면한 시련은, 그런 연산을 수행해야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척박했다.

그래서 그들은, 별도로 직관과 상상력을 발전시켜 온 거고

아직 인간은 자신이 개발한 이 비교적 새로운 내적 능력의 정체가 뭔지를 모른다.


인간은, 연산이다 계산이다 하는 게 뭔지는 이미 수 천 년 전에 밝혀 냈다.

이를 전자기학의 도움을 받아, 대량으로 빠른 속도로 수행하는 법을 한 세기 전에 개발해 냈을 뿐이다.


알파고가 할 줄 아는 건 빅데이터에서 경우의 수를 일일이 다 뽑아 최적의 상황에서 끄집어 내는 재주 뿐이다. 이런 대규모, 초고속의 연산은 인간의 대뇌가 수행할 수 없는데, 그건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집에 있는 피씨하고 계산 능력을 겨뤄 보는 멍청이가 있을까? 아니, 휴대용 배추장수 계산기와도 우리는 상대할 엄두를 못 낸다. 그 사실에서 우리가 무슨 충격을 받은 적이 있나? '아 내가 이런 쬐끄만 계산기보다 성능이 떨어지다니 조만간 엄청 덩치 크고 스펙 좋은 스카이넷이 나타나 우릴 다 부려먹겠군여'


알파고는 상상할 수 없고, 천재적인 영감을 제 머리에 스치고 지나가게 할 수 없다.

왜 그럴까? 우리 인간이 가르친 바 없기 때문이며, 그걸 못 가르친 이유는, 우리가 상상이니 영감이니 하는 것들의 정체를 아직 까맣게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체가 뭔지 몰라도, 우리 인간들은 숨쉬고 팔다리를 놀리는 것처럼 능숙히 이를 수행한다.

'저 인간 성격 더럽겠네, 아 이 새낀 정신에 골병이 든 또라이구나.' 이런 걸 경우의 수 다 돌리고 수십 년 동안 같은 인간을 컨택해 봐야 알겠는가? 그저 척 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님? ㅎㅎ 물론 틀릴 때도 있지만. 

누군가 이 구조, 즉 직관이니 상상이니 하는 게 내적 작동 기제가 뭔지를 밝혀 내기 전까지, 인간이 입력해 준 프로그램 뭉치를 부지런히 돌릴 뿐인 저 기계는,

이를 훙내조차 못 낼 것을 잊어선 안 된다.


------

전성기의 이창호를 과거에서 데려 와 포석만 더 대담하게 두는 족으로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면

앒파고가 그를 이기기란 불가능할 것.

이세돌은 중반 이후에 겁을 먹고 스스로 무너졌을 뿐이다. 역으로 우리는, 인간의 학습 능력이 어느 정도 경이로운지 다음 혹은 다다음 대국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저놈은 괴물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며, 그저 힘쎈 노예일 뿐이다.


판세를 읽니 뭐니 하는 건 그저 해당 회사의 마케팅 허세일 뿐(마케팅이란 게 다 그렇지 뭐). 그 구조를 알아서 프로그램화 할 수 있는 능력이면 구글에서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그것 자체로 노벨상을 받고(노벨상이 문제가 아니지. 그 이상의 영예를 만들어 내서 그 프로그래머를 기려야 함) 자기 회사를 차려서 세상 돈을 다 쓸어 담아야 마땅. 아니, 그것 하나만 잘하면, 그게 무슨 '지능'인가. 조훈현은 게임이나 체스, 도박, 심지어 사업하고 여자 꼬시는(젊었을 때) 능력도 보통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 동네 꼬마 하나 불러서 5분 내에 못 이기면 해머로 다 부숴 버린다고 하고 알파고한테 오목 한 번 시켜 보라. 그런 절박함이 다가와도 그 단순한 규칙을 바로 못 배워(입력이 되어 있어야지 어디) 제 몸 하나 못 지킬 것 아닌가. 그게 무슨 지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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