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짜의 맛있는 책리뷰

잔향
- 작성일
- 2022.3.24
순례 주택
- 글쓴이
- 유은실 저
비룡소
1.하도 여기저기서 추천들 하시길래 읽어봤다. 시사하는 바가 있을 뿐 아니라, 재미있다. 웃음이 빵빵 터짐 주의!^^
굳이 말하자면 <불편한 편의점>를 떠올리게 하는 휴먼드라마 맥락? 또 한번 말하자면 <불. 편.>보다 아주 조금더 웃기다.(이건 개인적인 생각^^)
2. 줄거리
75세의 순례씨는 순례 주택의 주인이다. 동거인(? 이라기엔 다른 집에서 살았으니 동반자라고 할까?)이었던 수림의 외할아버지가 죽고, 어린 시절 10년을 키운 수림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순례 주택을 관리하고 있다.(순례주택은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있다.) 외할아버지가 남긴 빚을 알게 되며 수림이네 가족이 하루아침에 아파트에 쫓겨난다. 쓸데없이 부부금실 좋고, 성적이라면 설설 기며 딸 비위 맞추고, 학벌과 학번이라는 과거만 먹고 사는 수림이네가 순례 주택 201호로 들어오게 된다.
뻔뻔하고 철부지 수림이네 가족(철부지는 수림은 제외)이 들어간 순례주택은 무사할 수 있을까?
3.75세의 할머니가 어떻게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을까?
거저 벌거나 부끄러운 돈을 당연히 내꺼라 여기지 않았다. 그렇게 돈을 번 남편은 거부한다. 딱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임대료를 받았다. 술수를 싫어한다. 자기한테 못 되게 구는 이에게도 존중할 줄 아는 멋진 어른이다. 순례씨는 순례 주택의 옥상에 라면이 비워지는 즉시 꽉꽉 채워넣는다. 커피도 있다. 자신의 재산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기부할 것이다. 넷플리(넷플릭스)로 앤을 보는 걸 좋아한다. 매튜 할아버지같은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 동거인으로 택할 거 같다는 신식이며 진정한 어른인 순례씨!!
개성적인 '순례어'(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순례씨만의 줄임말. 수림이만이 통역가능하다)의 주인ㅎ
4. 어른?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순례 씨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글쎼."
막연했다. 순례 씨, 길동 씨 부부, 박사님, 원장님, 2학년 담임썜.....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은 금세 꼽을 수 있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 씨 생각 동의."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들은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p.53
나는 과연 어른일까 생각해 보게 하는 대화였다. 전업주부로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쓰지 않는 부류'가 나를 지목하는 듯한 느낌을 갖지 않을래도 갖게 될 때가 있다. 아니라고 스스로 부정해도 '무보수노동자로 주부는 무보수이며 하찮은 일을 묵묵히 한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보수를 의지하는 사람으로 동일시 된다'이라는 관념(?)을 지울 수가 없다.(아니라고 내게 말해주는 사람들일 지라도 저 생각에 자유로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자기 힘으로 사는 건 뭘 이야기 하는 걸까?
자기 직업을 갖고 돈을 버는 거?
남의 손을 의지하지 않고 내게 주어진 일을 내가 감당하는 거?
남을 돕는 거?
오늘은 이 구절을 읽으며 굳이 내 힘으로 살아갔던 모습들을 찾아가며, '너는 충분히 어른이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내 힘으로 내게 주어진 순간을 최선을 다해 임하기로 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5.드라마로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순례씨는 나문희 배우님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외할아버지는 이순재 배우님?^^
6.작가님이 제시했던 찬송가는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찬송이었다. 지금도 몇 장인지까지 기억나는 (구버젼) 543장 <저 높은 곳을 향하여>는 그런 이유로 매 추도식 때마다 지겹도록 불러야했다. 이 책을 읽으니 그 찬송의 의미가 비로소 떠오른다. 그래 이게 천국을 소망하는 찬송이었지, 순례자의 노래였지.
7.순례씨의 '순례'라는 단어를 통해 인생의 전반적인 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조금더 편하고, 쾌적하고, 좋은 환경을, 나만의 이익과 편의를 추구하는 게 자연스럽다 여겼다. 이 책을 보고 내 삶의 하나하나를 살펴본다. 저렇게 훌륭한 어른이 되는 건 이상적이지만, 적어도 순례씨가 한 말들과 생각들을 떠올리며 흉내라도 내보고 싶다. 어른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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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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