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살게 하는 힘, 영화

나무
- 작성일
- 2010.8.21
바람
- 감독
- 이성한
- 제작 / 장르
- 한국
- 개봉일
- 2009년 11월 26일
<이하 모든 이미지 출처 : movie.daum.net>
영화명 : 바람 (Wish, 2009)
감독 : 이성한
출연 : 정우, 황정음, 양기원, 손호준, 권재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
별다른 사전 지식 없어도, 무작정 끌리는 영화가 있다.
아, 이 영화는 꼭 봐야겠구나... 싶은. <바람>이 그랬다.
감독의 전작도 챙겨보지 못했고, 출연 배우들은 전혀 모르는 신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상하게, 영화에 대한 끌림이 있었다.
누구나 거쳐야 하는 십 대.
어떤 이는 모범생으로 누구에게도 걱정 근심 끼치지 않고
그 시기를 잘 넘어오기도 했을 것이며,
어떤 이는 방황하며 질퍽질퍽하게 그 시기를
'견디기'도 했을 것이다.
나?
나는 약간 후자에 가깝다.
전자의 성정을 타고 태어났고, 전자의 분위기에서 성장하였으나
십 대 후반에 나는 약간 삐딱선을 탔다.
비겁한 변명같지만, 상황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ㅡ.,ㅡ
당신은?
<바람>은, 11월 말에 개봉을 했는데, 어찌 어찌 하다 개봉 첫 주를 놓쳤다.
한 주 뒤 상영관을 찾으니, 접근성이 좋은 극장에서는 이미 간판을 내린 후였다.
워낙 규모가 큰 영화들이 속속 개봉을 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어쩌지... 하다가 못 본 채 지나갔다.
그런데, 영화 포스터를 보아도, 홍보 카피를 보아도,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느낌을 찾아볼 수 없는데,.
신기하게도 관람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였다.
어랏? 청소년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는 워낙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이 많기 때문에
청소년이 주인공이어도 '청소년 관람불가'였던 것을 알지만,
<바람>은 아직 보기 전이라서, 조금 의아하기만 하였다.
폭력적인가보네... 선정적인가보네... 예상만.
개봉 후 거의 한 달이 되었을 시점, 희소식이 들려왔다.
감독판으로 재개봉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 그래, 이번엔 꼭 챙겨봐야지.
재상영과 동시에 관람 등급도 조절되었다. 15세 이상 관람가로.
그럼 그렇지. 내가 괜히 흐뭇해졌다.
주인공 '짱구'는 엄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집안의 골치덩이다.
번듯하게 성장한 형과 누나와는 달리, '광춘상고'로 진학을 하고,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을 만들고
그 학교의 불법서클 '몬스터'에 가입하면서
사고뭉치 짱구의 좌충우돌 학창시절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감독은 주인공 짱구 역의 '정우'라는 배우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그대로 시나리오화 하여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운데 짱구와 양 옆 짱구의 최측근들.
피를 나눈 것처럼 진한 우정을 나눈 사이다.
남자들의 우정에는 그런 진득함이 있는 것같다.
여자들이 나누는 우정과 그 빛깔이 조금 다르다.
굉장히 유쾌했던 장면 중 하나인데, 안타깝게도... '옥의 티'...
(이런 것도 '옥의 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시대적 배경과 전혀 맞지 않는 SHOW, SK telecom 간판...
나는 이런 디테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지라... ㅋ
오른쪽에서 두 번째, 옆구리에 '쌕'을 끼우고 짝다리 짚은 저 학생,
완전 멋있다.
목소리 낮게 깔고 논리 정연하게 몇 마디 하니까
상대방이 반박도 못 하고 깨갱하더라는... ㅋ
정말 유쾌했던 장면.
불법서클 '몬스터'의 정기 모임 시간이다.
일괄적으로 자장면이 한 그릇씩 놓이는데,
거의 10초만에 뚝딱 비우더라는... ㅋㅋ
하이고참, 녀석들 먹는 거 보니, 나도 자장면이 먹고프더라.
자장면 잘 못 먹는 사람인데... ㅋㅋ
나는 유독, 청소년기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크다.
청소년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여러 모습으로 현재 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고,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산다.
이 아이들... 귀하디 귀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
군대 간다고 전화하고, 휴가 나왔다고 전화하고, 여자 친구 생겼다고 전화하고,
스승의 날이라고 전화하고, 전화해서 노래불러주고... ^^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아이들......
이 영화가 왜 처음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었을까.
심의위원회에서는 이 영화를 제대로 보기나 한 것일까.
이것이 21세기 한국 영화판의 현실이다.
개봉 후 4주만에 상영등급이 낮아졌지만,
헐리우드의 대형 블록버스터가 대세인 연말 시즌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영화이므로, 반드시 관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
널리 널리 번져나갈 것이라 기대해본다.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결국 '가족' 이야기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를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잡아주는 힘은
바로 '가족'에 있다는,
내 부모와 형제에게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영화다.
어찌나 혹독하게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지, 혹은 그 뭇매를 염려하였던지,
영화의 첫 장면에 "이 영화는 사회 폭력을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닌
성장통과 가족애를 그린 영화임을 밝힌다"는 내용의 자막을 삽입하였다.
그런 자막을 삽입하기까지의 내막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짐작은 되고도 남는다.
스타급 배우의 부재, 작가주의 감독, 저예산...
이런 악조건을 딛고 이 영화는 충분히 잘 만들어졌다.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것이 '악조건'이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그로 인해 외면될 많은 상황들이 악조건이라는 의미.
알아듣는 사람은 알아듣겠지... -_-;)
영화의 후반부에, 너무나 가슴 찡한 장면들이 나와서
극장을 뛰쳐나가 어디든 처박혀 펑펑 울고 싶을 정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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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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