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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1. 나를 살게 하는 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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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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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힐코트
제작 / 장르
미국
개봉일
2010년 1월 7일
평균
별점7.7 (0)
나무

 


<이하 모든 이미지 출처 : movie.daum.net>


 


영화명 : The Road (2009) 
감독 : 존 힐코트 


출연 : 비고 모르텐슨,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코디 스미스 맥피... 


 


 


홍보 카피가 너무 거창한 영화는 외려 기대감을 덜 갖게 한다.


몇 번쯤 그런 자신에 찬 문구에 속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내가 느끼는 감동과 깨달음이지,


누군가의 홍보성 발언에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다.


그런데,


'감히' 이 영화, '감히' 이런 카피를 사용하였다.


 


"감히 성서에 비견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원작"


 


뭐지... 갑자기 궁금해지고 기대가 생겼다.


원작 소설을 아직 읽지 않은 상태였는데,


영화를 먼저 보고 나중에 읽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므로 이 글은, 원작을 전혀 모르는 한 관객이


그저 영화만을 감상한 뒤 주절대는 '영화 감상기' 되겠다. 


 



 


 


심상치 않은 소리와 진동과 창을 통해 들어오는 가공할 만큼 환한 빛을 통해,


지구에 뭔가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아마도, 지구 종말 정도...


 


그래, 지구에 종말이 왔고,


도시는 물론이거니와 산과 바다가 폐허가 되었고,


사람들은 대부분 죽었다.


'대부분'이 죽었다. 즉, 일부는 살았다는 이야기.


지구에 종말이 왔는데, 살아남은 이들이 있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그들에겐 이득일까 손해일까.


 


살아남은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기 위하여 온몸을 내던진다.


지구가 망하던 날 태어난 아들은,


아름다운 지구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아버지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갈 뿐이다.


글자도 더듬더듬 읽는다.


정규 교육 같은 건 꿈도 꿔보지 못한 채, 태어나서 지금까지


숨거나 도망치거나 잠자거나 먹거나... 걸을 뿐이다!


온통 황폐한 풍광만이 눈앞에 다가오고,


항상 '인간사냥꾼'의 위협을 느껴야 한다.


먹을 것이 씨가 마르고 물도 오염된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은 인간들 중 일부가 계속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법은 '식인'이었던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도 여러 차례 식인종들과 맞닥뜨리며 고비를 넘겨야했다.


 


 


아들에게 '나쁜 사람'은 '사람을 먹는 사람'이고,


'착한 사람'은 '사람을 먹지 않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아들은,


말할 수 없이 열악한 환경이지만, 심성이 매우 곱다. 선량하게 자랐다.


아들은 바다를 보고 싶어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끊임없이 남쪽으로 남쪽으로 이동한다.


"가만히 있는 것은 너무 위험해" 아버지가 말한다.


계속해서 걸으라고, 뛰라고, 생각하라고, 쉬지 말라고...


 



 


온통 폐허가 된 지구.


마치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을 때와 같은 공포를 느낀다.


 



 


주인공들에게는 이름도 없다.


아버지일 뿐이고 아들일 뿐이고 또다른 생존자일 뿐이고 식인종일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가슴 속에 불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이야..."


 



 


아이의 엄마 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


이 연기파 배우를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였다.


'모성'은 어떤 순간에도 다른 모든 감정을 누를 수있는


가장 힘있고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녀는, 아이와 끝까지 함께 하지 않는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참 애매하다...


내가 그런 고난을 당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다.)


남은 것은 오직 그녀의 한 마디 뿐.


"남쪽으로 가. 거기는 따뜻하니까, 아이에게 좋을 거야..."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낡은 지도 한 장 들고 남쪽으로만 가는 것일까...


 



 


눈물도 흘릴 수 없는 메마른 비극이다.


너무나 끔찍하여 여러번 심호흡을 해야 했다.


그 어떤 공포영화 보다도 무서워서, 끝까지 얼마나 몸이 긴장을 했는지,


극장의 의자에 갇히듯 파묻혀있던 몸이, 너무 움츠러들어 욱신욱신거릴 정도였다.


 


그렇게 긴장을 하면서도 희망은 버릴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흑백필름인 영화의 말미에,


아들이 보고싶어하는 바다가, 그것도 컬러로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이 내게 있었다.


물론 나의 그 희망과는 정반대로 절망적인 일이 생기기도 하였지만,


그것이 희망의 다른 이름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미소를 본 장면도, 바로 마지막 장면이다.


 



 


 


<2012>류의 재난영화를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지구의 종말이 현실화될 때 그것을 감당해나가는 일종의 영웅이 등장하는,


그래서 재난을 헤쳐나가고 결국 해피엔딩을 맞는 그런 영화를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The Road>는 그런 오락영화가 아니다.


시종일관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고 칙칙하고 우울하다.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은 괴롭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살아있는 것 자체가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저 본능적으로 죽지 않고 살아있을 뿐, 언젠가 한번은 죽을 터이니,


그 죽을 날을 기다리며 살아있을 뿐...


 


영화는 나에게 묻는다.


그대여, 희망은 있는가.


 


영화는 당신에게도 묻는다.


그대여, 희망은 있는가.


 


........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오감을 충족시켜주는 '재미난' 영화들이 많은 극장가에서,


이 영화를 찾는 관객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우리가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다.


 


풀 3D의 <아바타>에 열광하는 당신도, 악동 도사 <전우치>와 사랑에 빠진 당신도,


이 영화를 보라.


보고나서, 죽을 것처럼 고민하고, 심각해하고, 괴로워하라.


 


그러다보면, 지금 당신 앞에 주어진 生을 어찌 살아야 할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될 것이다.


그 깨달음이 당신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영화가 내게 묻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Yes" 다.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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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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