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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2.11.18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글쓴이
- 네이딘 버크 해리스 저
심심
‘꽃길만 걸어요.’
덕담처럼 주고받으며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만 좋은 일만 생길 수는 없다. 꽃길 대신 우리는 매일같이 그토록 피하고 싶은 스트레스와 마주한다.
만병의 근원이라 원망 받는 스트레스.
스트레스는 나쁘기만 할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인류역사 초기, 식량이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여주어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신체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문제는 과유불급.
과도한 스트레스는 우리에게 신체적 정신적 상흔을 남긴다. 더구나 학대, 방임, 폭력, 등의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스트레스가 대처능력이 없는 어린아이에게 지속적으로 가해진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성장하고 성인이 된 후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저자 네이딘 버크 해리스 (Dr. Nadine Burke Harris)는 부정적 아동기 경험 연구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 (ACE연구)를 통해 아동기에 받은 고강도 스트레스가 성장발달과 성인이후의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힌다. 소아과 의사이자 샌프란시스코의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웰니스 센터 The Center for Youth Wellness’의 설립자인 저자는 아동기의 스트레스가 성인기의 치명적 질병의 위험 요소임을 밝혀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부정적 아동기 경험 연구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study (ACE연구)로 어린 시절 고강도 스트레스를 겪은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1부 발견
마약, 총기사고, 폭행 등이 만연하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베이뷰.
저자는 이 곳의 아동건강센터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며 ADHD로 진료소를 방문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발견한다.
베이뷰의 아이들이 다른 지역의 아동에 비해 성장장애, 폐렴, 천식, 당뇨의 유병률이 높다는 것. 또한 같은 지역의 아동이라도 학대, 방임 등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원만한 환경의 어린이에 비해 심각한 질병에 걸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불우한 환경에 놓인 어린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은 저자가 아동기 부정적 경험과 이후 성장과 질병의 관계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고자 저자는 ACE를 제시한다.
ACE란 ‘부정적 아동기 경험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의 약자로 18세 이전 스트레스 노출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 정서적 학대 (반복적)
- 신체적 학대 (반복적)
- 성적 학대 (접촉)
- 신체적 방임
- 정서적방임
- 가정 내 약물남용 (알코올중독자나 약물남용 문제가 있는 사람과 함께 거주)
- 가정 내 정신질환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앓은 사람 또는 자살을 시도한 사람과 함께 거주)
- 어머니가 폭력을 당함
- 부모의 이혼 또는 별거
- 가정 내 범죄행위 (가족 중 투옥된 사람이 있는 경우)
(p.87~88)
하나당 1점으로 10점 만점이다. 연구결과 ACE 지수가 4점 이상이면 암,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 2배,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가능성 3.5배, 뇌졸중 가능성 2배로 나타났다.
2부 진단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생존에 위협을 느끼거나 식량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혈압과 혈당을 높이고 수면을 방해하며 당분과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갈망하게 만든다. 또한 면역계가 활성화되어 몸이 상처를 입더라도 염증반응을 일으켜 상처를 치유할 준비를 한다.
일시적 스트레스 상황이라면 생존에 도움이 되는 현상들이다.
그런데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때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 반응 조절 장애가 생겨 면역과 염증 반응에 문제가 나타나 그레이브스병,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다발성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나타난다.
더불어 저자는 주양육자의 ACE지수가 높을 때 아동의 스트레스 지수도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환경의 영향이라는 설명 대신 후성유전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즉 자녀는 부모에게서 DNA를 물려받지만 어떤 유전자를 전사해 단백질을 만들지는 환경과 경험이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어릴 때 받은 스트레스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끼치는 원인이며 늦기 전에 손상된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치료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부 처방
스트레스 반응 조절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으로는 수면, 정신 건강, 건강한 인간관계, 운동, 영양, 그리고 명상이 있다.
더불어 저자는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를 개인이나 가정에 한정시키지 않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한다. 지역 총기 폭력 사건 희생자의 대부분이 치료받지 않은 유독성 스트레스 환자임을 밝혀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일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안정과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한다.
스트레스와 질병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은 낙후된 지역의 어린이들을 진료하며 시작되었지만 실상 유독성 스트레스는 경제적 문제나 지역의 문제, 성격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저자는 아동기 스트레스를 독감이나 다른 바이러스처럼 보고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대처해야한다고 강조한다.
4부 혁명
19세기 말 파스퇴르가 세균을 발견할 때까지 사람들은 더러운 공기가 질병을 옮긴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도 손 세정, 살균, 항생제의 개발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원균에 의해 질병이 초래된다는 깨달음이었다.
저자는 스트레스와 질병과의 관계도 같은 관점에서 보아야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ACE지수를 혈압이나 콜레스테롤처럼 하나의 생물학적 지표로 사용한다면 질병 예방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한 때의 말장난을 넘어 계급을 나누는 단어로 굳어버렸다. 잘 사는 집의 자녀가 명문대에 진학하고, 안정된 직업을 얻어 경제적 풍요를 누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되었다.
이 책은 의사의 시선으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ACE연구를 통해 어린 시절의 불우한 환경이 성인기 건강과 수명에까지 영향을 주고 다음 세대에게도 대물림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전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미국의 사례들이라 우리의 상황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갈수록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여러 분야에서 공고해져 간다는 것은 모두들 느끼는 현실이다. 그만큼 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된 이들의 해소할 수 없는 스트레스도 커져간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신력 운운하며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나약하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개인의 문제로만 보려는 경향이 있다. 저자의 의견처럼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가 더 많아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져 공중보건의 영역에서 스트레스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저자가 부강한 미국의 그늘을 보여주며 소외된 이들을 도울 방법을 찾듯 우리에게도 불평등 문제를 짚어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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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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