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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쓴이
나탈리 골드버그 저
한문화
평균
별점8.6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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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왕도는 없다지만 글쓰기의 고전처럼 여겨지는 책은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의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많은 작가들이 글쓰기의 필독서로 추천하는 책이다. 제목이 자극적이다. 뼛속까지 내려간다니 얼마나 비장한 다짐인가. 그 정도로 간절해야 쓸 수 있다는 말인가. 부담스러웠다. 저자가 유대계 미국인이고, 1986년에 출간된 책이라 공감 포인트가 적을 것 같다는 염려도 있었다. 그렇게 숙제처럼 미루다 이제야 만났다.



 



책에는 멈추지 말고 써라’, ‘삶을 사랑하라’, ‘자신을 믿어라등의 소제목을 단 60여 편의 글이 실려 있다. 한 꼭지 당 길어야 3, 짧으면 1장 안쪽으로 마무리되니 하루에 1~2편씩 느긋하게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소제목으로 짐작되듯 저자는 글쓰기 방법과 함께 글을 쓰는 이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알려준다. 읽다보면 굳이 글쓰기가 아니어도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될 법한 이야기도 여럿 볼 수 있다. 글쓰기도 인생을 잘 살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 잘 쓰는 법과 잘 사는 법은 공통점이 많다.



글쓰기 책의 고전답게 버릴 것 없는 좋은 내용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꼭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내 안의 빨간 펜을 없애자



 



습작 시절부터 자기 속의 작가를 내면의 편집자 또는 검열관과 분리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가 자유롭게 호흡하고 탐험하며 표현할 공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p.59)



 



내 마음 속 검열관은 언제 생겼을까? 사람마다 초자아가 있다니 기억할 수 없는 어린 시절부터 존재했겠지만 감정과 글을 구분하는 마음속 검열관이 엄격해진 구체적인 계기가 있다.



아주 오래 전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1주일에 한번 일기검사를 했다. 당시 나는 사춘기 초입이어서 그랬는지 가족, 특히 할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쀼루퉁한 마음으로 글을 썼고, 며칠 후 빨간 펜으로 쓰인 질책이 가득한 일기를 돌려받았다. 어른들께 그러면 안 된다, 좋은 일도 있을 텐데 왜 원망하는 마음만 썼느냐 등등. 어린 학생에게 선생님의 질책은 개인의 견해가 아니라 세상의 잣대였다. 세월이 흘러 초등학생은 성인이 되었지만 부끄러운 기억은 그대로 남아 거칠고 유치한 생각을 편집하는 빨간 펜이 되었다.



내 마음엔 아직도 일기검사 받던 초등학생이 있다. 이젠 헤어질 때도 되었는데.



 



내겐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



 



책상을 마주했을 때는 최소한의 제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졸작을 쓸 권리가 있다.”라고만 하자. 그저 많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



(p33)



 



책을 읽으면 좋은 점: 좋은 글을 많이 본다.



책을 읽으면 나쁜 점: 좋은 글을 많이 본다.



좋은 글을 읽다보면 저절로 쓰는 법을 배울 수 있고, 글을 보는 안목도 높아진다. 좋은 일이긴 하나 문제가 있다. 보는 눈에 비례해 쓰는 능력이 쑥쑥 자라지는 않으니 내 글은 늘 부족해 보인다는 것. 그러다보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하고 주눅 들어 그만 쓰고 싶어진다. ‘저렇게 잘 쓰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내가 뭐라고.’하는 못난 마음. 저자는 이런 심란함을 짚어준다. 좋은 글을 써야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쓰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칭찬에 대처하는 방법



 



우리는 정직한 지원과 격려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누군가 칭찬을 해 주면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반대로 비평하는 소리를 들으면,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고 결국 자신은 별 볼 일 없고 진짜 작가도 못 된다는 쓸데없는 믿음만 키워가려 한다.



(p.113)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을 검색해 보자. 관련 콘텐츠가 어마어마하다. 악플로 괴로웠던 경험, 사이다로 돌려준 사연, 악플러 고소한 이야기 등등. 세상은 악플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그럼 선플은? ‘선플에 대처하는 방법도 찾아보자.



없다. 칭찬받는 법은 알려주지 않아도 다 아는 걸까?



 



저자처럼 나도 남의 말은 쓴 소리든 칭찬이든 지혜롭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싫은 소리에 발끈했으면 좋은 말을 들을 땐 기뻐해야하는데 칭찬을 듣고도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매거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겠지하고 과소평가 한다. 아니면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너무 기쁜 내색을 하면 겸손해보이지 않을까봐 뻣뻣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래야 점잖은 어른 같으니까. 저자는 이런 내게 칭찬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계면쩍어도 받아들이고 칭찬이 좋다는 것도 느껴봐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칭찬받았을 때는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할까?



칭찬 대처법이라는 검색어로는 찾을 수 없지만 생각나는 자료가 있다. 바로 유명인의 수상 소감. 특히 외국 배우들의 수상 소감은 칭찬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의 정석을 보여준다. 상을 받은 것도 대단하지만 멋진 말로 자신의 기쁜 마음을 표현하는 것, 부럽다.



 



마음가는대로 쓰다 보니 리뷰에 책 이야기보다 글을 못 쓰는 핑계만 수두룩하다. 그래도 후련하다. 이런 저런 이유를 댔으니 더는 변명거리도 없고 이제는 쓸 일만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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