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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종속
글쓴이
존 스튜어트 밀 저
책세상
평균
별점9 (6)
오후기록

인류의 절반에게 족쇄를 채우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그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처음부터 차단해버려도 되는 것일까? (p.114~115)



 



2024년의 첫 리뷰도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이다.



존 스튜어트 밀(1806~1873). 19세기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세 살 때부터 아버지 제임스 밀에게서 영재교육을 받았으며 열일곱 살이 되던 1823년 이후 평생 동안 동인도회사에서 근무했다. 저서로는 <논리학 체계>, <정치경제학 원리>, <자유론>, <공리주의>등이 있다.



 



신분제가 무너지고 자유와 평등이 자명한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던 19세기. 밀은 미국의 노예조차 법적으로 해방된 시대지만 여전히 무너지지 않는 계급 장벽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바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지배. 이 책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음에도 단지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에 남성 가운데 일부 계급이 아니라 그 전체가 권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성차별이 여성에게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한다. 지금 기준으로는 당연한 명제이지만 책이 출간된 해가 여성의 사회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1869년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의 사상은 타임슬립 수준이다.



 



여성은 한 가지 점에서 종속 상태에 있는 다른 계급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그들의 지배자가 단순히 복종하고 떠받드는 것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이 복종하는 것 그 자체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 그래서 교육의 힘을 통째로 빌려 그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여성은 하나같이 아주 어려서부터, 여성의 이상적인 성격은 남성의 그것과 아주 다르다고 듣고 배운다. 자유의지나 자율적인 삶이 아니라 복종하고 남의 명령에 따르는 것을 이상으로 삼게 된다. 그들을 둘러싼 도덕률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여성의 의무라고 가르친다.



(p.40)



 



자유와 평등사상이 퍼져 정치제도가 바뀌고 사회구조가 변해가는 19세기에도 여성의 사회활동은 금지되어있었고 재산권, 투표권을 비롯 평범한 남성이 누리는 모든 권리에서 제외되어있다.



성차별은 왜 없어지기 어려운걸까?



밀은 성의 불평등 문제가 다른 계급간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다. 인간은 지금까지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많은 족쇄들을 부수며 진보를 이루어왔지만 남성이 여성에게 강요하는 족쇄는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남성의 뜻에 맞추어 사는 것이 여성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라는 생각. 여성을 지배하는 교육과 환경은 성차별이 부당하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들고, 이를 어길시 여성답지 못하다는 도덕률로 처벌한다. 하지만 아무리 보편적으로 널리 퍼진 관습이라 하더라도 성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는 모든 인간은 타고난 능력과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자유인이라고 천명하며 더 이상 인류의 반인 여성에게 부당한 차별이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고 표명한다.



 



노예제나 절대주의 정치체제, 또는 절대적 권한을 휘두르는 가장제 등 어떤 제도든지 그것을 옹호하는 사람은 언제나 그것의 가장 훌륭한 측면을 부각시킨다. 이를테면 사랑이 넘치는 자상한 권력자가 탁월한 지혜를 가지고 백성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은 백성대로 기쁜 마음으로 권력자를 칭송하며 그 지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p.79)



 



밀은 가부장제의 결혼제도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에 주목한다. 아버지는 딸의 결혼 문제를 결정하고 일단 결혼하고 나면 여성의 죽고 사는 문제는 남편의 손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많은 사람들이, 아내와 자식을 사랑하며 헌신하는 가장이 대부분이라는 이유로 가부장제를 옹호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인권이 보장되려면 법과 제도가 착한 사람이 아니라 사악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야한다고 반박한다. 탁월한 식견을 가진 자애로운 권력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세상이 더 이상 절대 군주제를 용납하지 않는 것처럼 여성의 권리가 보장되려면 자애로운 가장에 의존할 게 아니라 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산이 아니라 수입에 의해 가족의 생계가 영위되는 상황에서는, 남편이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그 돈의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장 적합한 남녀 분업의 형태라고 생각된다.



...



여성이 자신의 노동으로 가정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 상황이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만 - 바람직한 관습이라고 할 수 없다.



(p.105)



 



여성은 직업을 갖기보다 가정생활에 충실해야 한다?



같은 사람의 이야기인가 싶을 만치 지금까지 보여준 주장들과 상이하다. 통찰력 있는 철학자라지만 역시나 시대의 한계에서는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 경제적인 자립 없이 한 인간으로서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단 말인가. 예외조항이 있기는 하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여성이, 적절한 대책이 있다면 직업을 가져도 좋다고 말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의견은 법과 제도는 착한 사람이 아니라 사악한 사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야한다는 앞의 주장과도 맞지 않는다. 남편이 돈을 벌고, 아내가 관리하는 가정. 내조에 힘쓰는 아내를 존중하는 남편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세상엔 그런 가정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직접적인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는 노동의 가치가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는 여성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시대적 한계로 인한 몇 가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종속>은 파격적인 성평등 주장과 함께 무려 19세기 독자를 상대로 자신의 자유주의 사상을 펼쳐가는 천재 철학자의 논리력이 돋보이는 고전이다.



저자의 대표작 <자유론>과 함께 꼭 한번은 읽어야할 필독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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