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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star
  1.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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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마리 악마들이 모여서 우리 최가네 집구석을 구성허고 있지요. 최명배라는, 야마니시 아끼라라는 거대 악마 슬하에 군소 악마들이 우그르르 딸려 있는 형국이지요. 악마들은 과연 악마답게 각자 제 밥값들 허니라고 날이면 날마다 난리법석을 떨지요. 서로가 서로를 못 잡어먹어서 밤낮없이 으르렁거리고, 물어뜯고, 싸움질허고, 노상 서로가 서로한티 상처를 주고받고, 배신허고, 해코지헐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면서 살어가고 있지요.”


 


 부용아, 인자 제발 고만…….”


 


 순금은 두 손을 모아 가슴에 갖다 붙였다. 부용은 불똥이 뚝뚝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순금을 노려보며 말했다.


 


  거대 악마는 군소 악마들 고혈 빨어먹고, 군소 악마들은 떼거리로 뎀벼들어서 거대 악마 살점을 한 입씩 욕심껏 뭉청뭉청 뜯어먹지요. 요게 바로 산서 최가네 집구석 실상이고 진면목입니다. 지옥이 어디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 집구석이 바로 지옥이고, 지옥 중에서도 제일 뜨끈뜨끈헌 아랫목에 해당허는 상등석 지옥이란 말입니다. 앞으로 얼매 못 가서 산서 최문은 필연적으로 망허게 되야 있습니다. 망조란 놈이 벌써 오래전부텀 우리 집 담장 뛰어넘고 중방 뚫고 집 안에 들어와서 맹렬허니 활동을 개시혔단 말입니다. 악마들만 우글부글 들끓는 요따우 집구석에 망조가 안 든다면 이 세상 어느 집안에 망조가 들겄습니까!”


 


  나뿐 놈!”


 


  부용의 귀싸대기에서 철써덕 소리가 차지게 울렸다. 눈 깜빡할 사이의 일이었다. 신열로 말미암아 그러잖아도 발그레하게 상기돼 있던 부용의 뺨에 대뜸 손도장이 벌겋게 찍히는 걸 보자 순금은 제 손회목에 칭칭 감겨오는 얼얼한 통증을 느꼈다.


 


  이 손찌검, 고맙습니다. 누님 역시 여러 군소 악마 중 하나라는 증거를 방금 행동으로 뵈야 주셔서 참말로 다행입니다.”


 


  연방 음험하게 낄낄대는 부용의 웃음소리가 순금의 머리끝을 쭈뼛 곤두서게 만들었다.


 


  우리 집안에서 제일착으로 아버님을 배반헌 인물이 바로 누님이잖습니까. 인색한으로 소문난 아버님이 산서 같은 두메산골에서 웬만침 사는 집안 아들자식도 감히 꿈꾸지 못헐 고등 교육 혜택을 당신 딸자식한티 척허니 앵겨준 것은 오즉 벼슬허는 사위 하나 잘 후려서 장차 사대부 집안맨치로 떵떵 울리면서 살고 잪으다는 욕심 때문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허고 우리 순금이 누님은 아버님 기대를 본때 있이 배반허고 객지 유학 생활에서 자유연애에 고부라졌지요. 그것만 허드래도 벌써 아버님으로서는 절대로 용서헐 수 없는 불횬디, 누님은 거그다 한술 더 떠서 야소쟁이까장 되얐지요. 그러고는 그것으로도 모잘라서 다음번에는 야학이다, 독서회다, 허고 이런저런 구락부 맨들어서 애인이랑 어울려 댕김시나 계몽운동인가 독립운동인가에 매달리다가 필경 불령선인 낙인까장 콱 찍히고 말었지요. 그 바람에 약혼자 잃은 생과부 신세에다 일제 사상 감찰 대상에 오른 몸으로 집에 돌아오는 바람에 아버님 애당초 계획이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지고 말었지요.”


 


  나뿐 놈!”


 


  얼떨결에 따귀 후려갈김으로써 최후 수단을 너무 일찍 써먹어 버렸기 때문에 순금은 동생의 험구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야마니시 아끼라 영감님이 어디 불효막심 딸년을 그냥 곱게 보아 넘길 위인입니까? 첫째로 딸년 광주 유학에다 쏟아 붓은 비싼 학자금이 치가 떨리게 아깝고, 둘째로 불령선인 딱지 붙은 딸년 덕분에 앞으로 두고두고 당신 신상에 닥쳐올 가지가지 불이익만 생각헐작시면 원통허고 절통혀서 참을 수가 없었지요. 그리하야 야마니시 영감님은 청상 아닌 청상 신세로 돌아온 딸년한티 즉각 무시무시헌 징벌을 내리는 것으로 철저허게 보복을 단행혔지요. 당신이 기왕 입은 손해는 물론이고 장차 입게 될 손해를 합산헌 금액에다 가위 살인적인 복변리, 장변리를 덤으로 붙여서 딸년 장래를 몽땅 볼모로 잡어 뿔고 만 겁니다.”


 


  나뿐 놈!”


 


  기대를 저바리고 애비 얼골에다 똥칠헌 딸년 몸뚱이를 만년 처녀 상태로 딱 고정시켜서 집안 한구석에다 감금허고는 늙어 죽을 때까장 생짜로 꼬장꼬장 말려 쥑일 작정을 허신 것이지요. 허지만 그 애비에 그 딸년이지요. 그런 아버님을 대적혀서 누님은 또 누님대로 아조 고약헌 보복 방법을 고안허고는 즉각 반격을 감행혔지요. 맘보재기 한 자락 살짝 고쳐먹기만 헌다면 얼매든지 다른 좋은 혼처 물색혀서 팔자를 고칠 수도 있었는디, 식은 피 빨어먹고 모기 배 차거워지라고 여름밤에 역부러 꾀벗고 한뎃잠 자는 식 어리석은 오기로 사사건건 아버님한티 어긋장을 놓기 시작혔지요. 청상 수절과부 자임허면서 평생 아버님 발목 붙잡고 늘어지기로 작심헌 겁니다. 둘 중 어느 한 쪽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장 부녀지간이 서로 사이좋게 가해자도 되고 피해자도 되는 그 처절헌 복수극은 앞으로 죽는 날까장 줄기차게 계속될 거라고 본인은 감히 단언허는 바입니다.”


 


  부용이 네 이 나뿐 놈아!”


 


  여전히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순금은 마치 소리꾼 곁에서 추임새 넣듯 연방 같은 소리만 단말마처럼 새중간에 끼워 넣고 있을 따름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못 잡어먹어서 한이기는 부녀지간만이 아니지요. 얼매든지 더 있습니다. 누님은 거번에 야마니시 아끼라 영감님을 덮쳐서 털어먹은 그 강도단을 어떻게 생각허십니까?”


 


  시퍼렇게 날이 선 험구를 휘둘러서 급소를 찔러 남의 몸에 치명상 입히는 행위가 떡 먹듯 그렇게 수월한 노릇만은 아닌 듯했다. 시체처럼 가만히 드러누워 입만 벙긋거리는데도 부용은 바윗돌 땅띔 행위에 견줄 만한 중노동이라도 벌이는 푼수로 온 얼굴에 구슬땀을 흠씬 뒤집어쓰고 있었다. 가쁜 숨 할딱할딱 몰아쉬느라 헐렁한 핫저고리 앞섶을 풍선처럼 연방 부풀렸다 꺼뜨리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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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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