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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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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 같은 목심줄 한 가닥 간댕간댕 붙어 있다고 고것이 다 사람인지 아냐? 살어생전 밥버럭지 노릇이나 험시나 애비 애간장 바싹바싹 말리는 애물단지로 살어가는 것이 워디 인피 덮어쓴 인간이 헐 짓이여? 불가사리맨치로 생피 같고 생살 같은 내 재물 와작와작 깨물어먹고 산송장맨치로 깔딱깔딱 연명허느니 차라리 일찌가니 칵 자진허거라! 쎗바닥 작신 깨물든가 둥구나무에 대롱대롱 목 매달어서 칵허니 자진허란 말이다, 이 뇌점 구신아!”


 


  점심 무렵, 결국 면소재지 의원이 왕진가방 들고 집안에 발걸음한 사실을 용케 알아차리자 야마니시 영감의 노호는 마침내 극에 다다르고 말았다. 감나무골 전체가 인근 마을 마당골까지 한목에 옮아가게끔 소리소리 악담을 퍼붓고 나서 영감은 대문 밖으로 힁허케 뛰쳐나갔다.


 


  부용의 심상찮은 병세로 말미암아 가뜩이나 집안 분위기가 살얼음판 한가지로 위태위태한 판국인데, 엎친 데 덮쳐 최진용이 축 처진 어깨에 잔뜩 풀죽은 낯꽃으로 대문간에 발을 들여놓았다. 진용을 대하는 첫 순간, 순금은 대뜸 사촌오라비 수중에 매우 바람직스럽지 않은 결과물이 들어 있음을 직감했다.


 


  참말로 면목이 없구만이라, 작은어머님.”


 


  식전부터 내내 제정신 아닌 관촌댁 앞에서 진용은 만고의 죄인인 양 감히 고개도 바루지 못했다.


 


  면목이 없다고? 그렇다 허이면…….”


 


  눈뚜깽이 벌어지기 무섭게 시방 팔랑개비맨치로 시방 소재지 사는 유병택이를 찾어가서 시방 그놈을 만나기는 만났는디…….”


 


  만났는디?”


 


  하따, 참말로 시방 말도 안 나오누만요. 그 비럭질허다 뒤어질 놈이 시방 즈그 동기동창한티 헌다는 말뽄새가 시방…….”


 


  자네가 시방 내 애간장 꼬들꼬들 말려 쥑일 작정인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멋쩍게 뒤통수만 연방 긁적여대는 진용을 상대로 관촌댁은 끝내 표독스럽게 죄인 잡도리를 시작했다. 어젯밤까지만 하더라도 상서로운 소식 줄줄이 물어 날라줄 까치 대접받던 진용이 이제는 까악까악 불길한 소식 전하러 나타난 까마귀로 취급당하고 있었다.


 


  하따, 유병택이 그놈이 시방 아, 글씨…….”


 


  오라버님, 부용이가 지금 많이 편찮어요. 집안이 왼통 어수선허고 뒤숭숭헌 판이니깨 뜸은 고만 들이고 어서 말씀이나 끄내셔요.”


 


  보다 못한 순금이 진용에게 넌지시 귀엣말을 건넸다. 그러자 진용은 숙모보다 사촌누이 상대하는 편이 훨씬 더 임의롭겠다 싶었던지 얼른 순금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인간 유병택이를 시방 으떻게 보고 시방 고 따우 개수작이냐고 시방 그놈이 내 얼굴에 막 삿대질허고 뎀비잖겄냐. 사람들이 시방 저보고 시방 주재소 정보원입네, 헌병대 밀정입네, 허고 시방 손구락질허고 쑤군덕거리는지 저도 다 알고 있는디, 고것은 시방 천부당만부당헌 오해고 모함질이라고 시방 됩데로 내 앞에서 큰소리치잖겄냐. 오암리 과수댁은 시방 말헐 것도 없고 시방 오암리 근방에도 얼씬헌 적 없노라고 시방 딱 잡어띠잖겄냐. 외려 그놈이 시방 한술 더 떠서 헌다는 소리가, 대관절 어느 입주뎅이가 시방 고 따우 생사람 잡는 소리로 시방 애민 유병택이를 모함혔는지 알기만 허는 날이면 시방 절대로 가만 내비두들 않겄다고 시방 펄쩍펄쩍 뛰고 난리를 치잖겄냐. 그런 판국인디 시방 낸들 무신 헐 말이 더 있겄냐. 화무는 십일홍이라느니,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라느니, 어쩌고저쩌고 시방 그놈이 엉뚱깽뚱헌 소리나 씨월거리는 꼴만 멀거니 쳐다보다가 시방 그냥 돌쳐서 뿔고 말었다.”


 


  그 순간, 관촌댁이 이마에 손을 짚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온몸을 빈 쌀자루 모양으로 아무렇게나 구기박지르면서 마당으로 털썩 무너져 내렸다. 두 사촌남매가 동시에 달라붙어 땅바닥에 쓰러진 관촌댁을 부액해 일으키려 했다. 그러자 관촌댁은 딸의 손도, 장조카 손도 한목에 뿌리치면서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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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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