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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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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달라붙어 한목에 와짝 힘을 쓰자 줄 끝에 뒤룽뒤룽 매달린 몸뚱이가 위로 약간 들려 올라갔다. 황급히 도구들을 챙겨 마루로 올라온 이연실이 의자를 딛고 서서 칼질을 시작했다. 목을 매었던 빨랫줄이 마침내 툭 끊기는 순간이 왔다. 짐짝처럼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사람 몸무게를 떠안은 채 세 여자는 동시에 마루 위로 벌러덩 나가동그라지고 말았다.


 


  시방도 안 늦었어! 아즉은 몸에 온기가 남어 있어!”


 


  서둘러 목에 감긴 줄을 풀면서 순금은 아직도 겁에 질려 제정신이 아닌 이연실을 상대로 소생 가능성을 거푸 강조했다.


 


  여학교 때 구급법 안 배웠어?”


 


  큼직한 눈을 끔벅이며 이연실이 위아래로 연방 고갯방아를 찧어댔다.


 


  그럼 당장 인공호흡을 시도혀야지! 섭섭이네는 얼른 가서 더운물 조깨 가져오고!”


 


  주변이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남포등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순금은 대청마루에 불을 환히 밝혔다. 옛 남자 얼굴 위에 엎드려 인공호흡에 여념이 없는 이연실을 거들어 순금은 부용의 가슴팍을 마구 문질러댔다.


 


  살려주시옵소서. 한 생명을 천하보담도 더 귀히 여기시는 사랑의 하나님 아바지, 제발 우리 부용이 조깨 살려주시옵소서……”


 


  안찰기도 삼아 순금은 가슴 문지르는 동작과 함께 중얼중얼 간구를 계속했다. 손으로 양쪽 콧방울을 감아쥐고 입에서 입으로 바람을 옮기며 이연실이 한바탕 응급처치에 고부라진 보람이 있어 한번 놓아버렸던 부용의 숨기척을 가까스로 되돌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저승 문턱을 거의 넘어설 뻔했던 부용이 갑자기 수족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신호로 해서 구사일생의 귀환을 여인들 앞에 신고했다.


 


  이 못된 놈아, 어서 정신 조깨 채리고 눈 조깨 뜨거라!”


 


  순금이 뺨따귀를 세차게 후려갈기자 한동안 꽉 막혀 있던 숨이 부용의 입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 딱 감겨 있던 눈꺼풀이 느릿느릿 벌어지기 시작했다. 방금 산 설고 물 선 타관땅에 들어선 나그네가 생면부지 얼굴들 상대하듯 부용은 어릿어릿한 눈빛으로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제 머리맡에 지켜 앉은 이연실과 언뜻 눈이 마주치자 별안간 웃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는 것도 아닌, 참으로 기묘하기 짝이 없는 낯꽃을 지어 보였다. 곧 이어 입술을 달싹거리는가 싶더니만 부용의 입에서 꽉 잠긴 목소리가 착 까라져 나왔다.


 


  찾으시는 책이 이겁니까?”


 


  그것이 숨기척 되찾은 부용의 개구일성이었다. 첫 번째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이연실이 옆으로 슬그머니 돌아앉으면서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똘스또이 선생 복활을 찾으셨습니까?”


 


  두 번째 질문에 접하고 이연실은 동요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맞아요, 부용 씨. 똘스또이 선생 복활을 찾고 있었어요.”


 


  마침내 이연실은 입을 열어 엉겁결에 질문에 답했다.


 


  정신 조깨 채리거라, 정신! 시방 니 눈앞에 있는 사람은 허떠깨비가 아니고 실물이다, 실물! 헛것이 아니고 진짜 이연실이란 말이다!”


 


  부용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면서 순금은 새되게 소리 질렀다. 부용은 여전히 말귀 전혀 못 알아듣는 등신의 눈초리로 순금과 연실을 번갈아 돌아보기를 몇 차례 되풀이했다. 꼬물꼬물 손가락을 움직여 방금 전까지 빨랫줄에 감겨 있던 제 목젖 부위를 더듬고 어루만지는 동작을 보이기도 했다. 그제야 비로소 사태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진 듯했다. 그러잖아도 주검의 형상 진배없이 흉측해 보이던 부용의 얼굴이 순식간에 더욱더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당장 나가시요!”


 


  연실을 본때 있게 등진 채 반대편 벽을 향해 홱 돌아누우면서 부용이 날카롭게 소리 쳤다.


 


  내 눈앞에서 당장 없어지시요!”


 


  그 사품에 이연실이 흐느낌을 뚝 멈추었다.


 


  부용아, 너 그러면 못쓰는 법이다. 모처럼 큰맘 먹고 이 산골까장 어렵게 발걸음헌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접혔다가는 영벌을 면치 못헐지 알거라.”


 


  어조를 최대한 몬존하게 가라앉히면서 순금은 가만가만 타일렀다. 그러나 부용은 분노에 떠는 소리만 막무가내로 앞세우려 했다.


 


  요 모냥 요 지경으로 처참허니 무너진 최부용이 몰골 귀경시키고 잪어서 누님은 역부러 저 여자를 집안으로 불러들였소? 두 번 다시 보고 잪은 생각 없으니깨 얼른 저 여자를 배깥으로 멀리 내쫓으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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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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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표사진

    안또니우스

    작성일
    2012.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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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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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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