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springstar
  1.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이미지

못 해요. 더는 못 해요. 도저히 불가능해요. 과거에도 부용 씨는 저희 아버지를 원수로 알고 마냥 증오했어요. 지금도 그분은 저희 아버지 직업 때문에 저를 아버지랑 동격으로 취급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그런 사람한테 그 아버지에 그 딸인 제가 무슨 도움을 줄 수가 있겠어요?”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퍼벌하고 주저앉으면서 연실은 그때까지 간신히 틀어막고 있던 울음보를 그예 툭 터뜨리고 말았다. 순금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연실의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도대체 최부용이란 놈은 뭐가 그리도 잘났고, 상대방의 어떤 점이 그리도 못마땅해서 이렇듯 참한 요조숙녀를 제 손으로 버렸을까. 감동 아니면 탄복에 가까운 어떤 특별한 감정이 결국 순금으로 하여금 연실 곁에 엇비슷한 모양새로 퍼벌하게끔 만들었다.


 


  실례지만, 아버님 직업이 무엇인지……”


 


  울음소리가 웬만큼 잦아들기를 기다려 순금이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그러자 연실이 뭔가를 급히 찾느라 원피스 주머니 속을 뒨장질하기 시작했다. 결국 주머니 속에서 그러잡혀 나온 것이 빈손임을 알아차리고 순금은 제 소맷부리 안에 간직된 손수건을 꺼내 연실에게 건넸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별로 그걸 밝히고 싶은 기분이 아니네요.”


 


  가까스로 대꾸를 마친 다음 연실은 남의 손수건에다 제 눈물과 콧물을 암냥해서 한목에 수습했다.


 


  연실 양, 내 눈은 절대로 못 속여요. 두 사람은 지금도 여전허니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허고 있어요. 지금도 서로가 서로를 부르고, 서로가 서로를 끌어댕기고 있어요.”


 


  누님도 죄다 보셨잖아요? 이제 그런 말씀 제발 그만 하셔요.”


 


  내 눈으로 증거를 확보헐 수 있어서 나는 얼매나 기쁜지 몰라요.”


 


  다따가 웬 뚱딴지같은 증거 타령인가 싶어 의아해 하는 이연실의 기척이 초저녁 어슬녘 속에서도 완연히 전해져 왔다.


 


  다급헌 짐에 앞뒤 따질 새 없이 연실 양한티 인공호흡을 부탁혔지요. 연실 양이 한치도 망설임 없이 막바로 우리 부용이 코를 쥐고 입에다 숨을 불어넣는 걸 보고는 뒤늦게 아차 싶었어요. 상대가 폐결핵 삼기라는 귀띔을 사전에 받고도 연실 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고역을 다 감당혔어요. 그런 일은 쉽게 헐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그런 귀띔을 받은 사실을 제가 깜빡 잊어버린 결과지요.”


 


  아니지요. 그런 행동을 허게코롬 맨드는 힘은 십상팔구 사랑이란 것에서 나오지요. 사랑 없는 상태에서 동정이나 연민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헐 수 없는, 특별헌 행동이지요. 사랑을 들킨 건 연실 양뿐만이 아니랍니다. 행동이 특별허기는 우리 부용이 쪽도 매일반이었어요.”


 


  그럴 리가요!”


 


  연실이 단호한 목소리로 순금의 말을 퉁겨버렸다.


 


  물론 그 증거 역시 내가 갖고 있지요. 우리 부용이가 가물가물 죽어가는 의식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장 똘스또이 복활을 붙들고 늘어지는 걸 보고 나는 깜짝 놀랬어요. 남녀 간에는 경우에 따라서 부활이란 단어를 복활로 읽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날사 처음 알기도 혔고요.”


 


  순금은 상대방 의중을 면밀히 염탐하려는 자신의 꿍꿍이수작을 가벼운 웃음소리로 얼버무렸다.


 


  누님, 실은 그게 아니고……”


 


  하려던 말을 갑자기 중동무이하더니만 연실은 엉뚱한 방향으로 얼른 말머리를 돌려버렸다.


 


  그 말씀이 사실인가요? 폐결핵 삼기가 틀림없는가요?”


 


  사실이 아니라면 얼매나 좋겄어요. 유감스럽게도 여부없는 사실이랍니다. 우리 부용이는 시방 중증 폐결핵이란 놈한티 남은 목숨 한정된 분량을 매일매일 한 자밤씩 한 자밤씩 집어먹히고 있는 중이랍니다.”


 


  , 저한테 그러지 마셔요! 제발 그만 좀 괴롭히셔요!” 


 


  부르르 진저리 치는 몸짓으로 놀라움과 안타까움의 극단적인 크기를 표현하는 연실의 검은 윤곽이 초저녁 어둑발 속에서 순금의 오감에 또렷이 붙잡혔다. 연실이 임시변통으로 잠시 막아놓았던 울음보를 하마터면 잊고 있을 뻔했다는 듯 또다시 왁작 터뜨리기 시작했다.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23.04.26

댓글 2

  1. 대표사진

    마호니

    작성일
    2012. 6. 12.

  2. 대표사진

    안또니우스

    작성일
    2012. 6. 13.

springstar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12.6.13

    좋아요
    댓글
    5
    작성일
    2012.6.13
  2. 작성일
    2012.6.11

    좋아요
    댓글
    8
    작성일
    2012.6.11
  3. 작성일
    2012.6.8

    좋아요
    댓글
    2
    작성일
    2012.6.8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49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126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7.1
    좋아요
    댓글
    257
    작성일
    2025.7.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