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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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글쓴이
구스미 마사유키 저
인디고(글담)
평균
별점8.9 (46)
박대리

타니구치 지로의 사망으로 더 이상 <고독한 미식가>를 만화로 만나기는 어려웠졌지만

일본에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시즌을 더해가며 인기리에 방송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몇개의 에피소드를 봤는데 나는 어쩐지 만화보다 정이 가지 않았다.

먹방을 그닥 좋아하지 않다보니 더 그랬는지도.

 

몸매를 보면 먹방깨나 찍을 것 같이 생겼지만

생각보다 뭘 잘 못 먹는다.

가리는 음식도 꽤 되고 양적으로도 먹방급은 못된다.

그냥 좋아하는 음식을 계속(?) 먹어대는 통에 살이 빠지지 않아서 그런거다.

특히 빵... 빵을 줄여야하는데..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가

<고독한 미식가>를 펴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먹는 취향을 책으로 내놨다.

그런데 카피라이트 페이지를 보니 2004년으로 되어 있다.

일본도서는 2013년 발행으로.. 으흠.. 뭐지.

여튼 그의 개인적 취향이 궁금하니 읽어보기로 했다.

 

그는 여는 글에서 본인의 식탐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런데 그정도 식탐은 다들 있지 않나?

그래서 먹방을 보면 배가 고파지고, 뭔가 꺼내 먹거나

부스럭거리며 뭘 끓이고 굽게 되는. 인간의 본성이라고나 할까.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은 행복한 일이므로

식탐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단다. 맞는 말!

 

고기구이, 라면, 돈가스, 도시락, 샌드위치, 생선회, 카레라이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음식들이다.

나폴리탄, 낫토, 오니기리, 단팥빵...

우리도 먹어본 적이 있는 일본음식들이다.

그가 다루는 음식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 본연의 맛에 식탐을 부린다.

첫 칼럼이 고기구이다.. 아... 이사람 아주 작정을 했구나.

처음부터 고기사랑이라니. 진정한 먹부림이다.

 

반찬으로도 훌륭해서 아이들 덕분에 돈가스를 많이 먹다보니

나도 이젠 돈가스를 좋아하게 되었다.

잘 잘라진 돈가스는 어느 부위부터 먹는 것이 좋을까?

마지막에 양쪽 끝을 남긴다면 어쩐지 서글프달까.

성격이 차분한 큰애는 한 방향으로 순서대로 먹고,

항상 고기를 마지막에 남겨 아껴 먹는 둘째는 가운데 토막을 마지막에 먹더라.

나는 제일 맛있는걸 가장 먼저 먹는 타입.

저자는 양배추를 좋아하는데 돈가스에 양배추가 그득해야 맛이라고 주장한다.

 

"생선회"는 한국식으로 생선회를 먹은 기억으로 쓴 글이다.

일본식 생선회와 우리나라식은 많이 다르다는 것, 잘 아실거다.

쌈에 싸서 고추장을 찍어서, 생마늘을 넣어서 먹는 생선회는 처음이었다는 그.

이렇게 많이 섞어서 먹어도 되나 싶었는데 희한하게 생선회 맛이 잘 느껴졌다고.

어느새 쌈을 싸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니 어쩐지 다행스러운 느낌.

먹는데 어찌 정답이 있을까. 나는 생선회를 쌈으로 잘 싸서 먹지도 않고

더구나 생마늘도 생략하는 편이라 읽으면서 좀 조마조마했다.

어떻게 먹든 생선회가 주인공이었다면 성공.

 

오니기리편에서는 자신의 확고한 스타일을 내비친다.

속이 밥의 중심에 들어가있지 않으면 오니기리가 아니란다.

옳소!

나도 주먹밥이든 오니기리든 삼각김밥이든 내용물이 중간에 들어있지 않으면

엄청 짜증이 나는 스타일이다.

그는 오니기리는 밖에서 먹어야 제맛이며,

겨울엔 패스~라고 적어놓고 있다.

딱딱해진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ㅎㅎ

 

일본인에게 카레라이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나이가 드니 나도 굵은 고기가 들어간 카레보다는 카레 본연의 맛이 더 좋아진다.

진한 카레와 약간의 야채가 들어간 카레면 밥먹기 충분.

꼭 고기를 넣어야 한다면 닭가슴살을 잘라 넣는다.

카레에 대해서는 취향이 제각각이겠지만

특히 내가 이해못하는 취향은 "어제의 카레" 또는 "식은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심야식당에도 등장하고 "어제의 카레"가 들어간 일본소설도 있지만

카레는 따뜻하게 먹어야 제맛 아닌가?

아무리 밥이 따뜻하다고 해도 카레가 차면... 싫을 것 같은데..

저자 역시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밥을 퍼서 식은 카레를 부어

부엌에 서서 먹는 그림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참 이상한 취향이야!

 

팥을 좋아하는 우리 식구는 맛있는 단팥방 가게를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단팥빵엔 흰 우유를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일본에는 밀크스탠드라고 해서 역 주위에 여러 종류의 병우유와

몇 종류의 빵을 파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아.. 병우유.. 일본에 가면 꼭 사 먹으려고 노력하는 병우유..

아소산 정상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가

걸어 내려와 꽁꽁 언 몸을 녹이려고 들어간 가게에서

병우유를 발견하곤 얼마나 반가웠던지.

쵸코 병우유를 사서 손에 만지작거리고 있다가

더 식기 전에 종이뚜껑을 뿅~따서 먹는 그 맛이란!

요즘도 병우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은 맛이다.

 

이외에도 젓갈, 컵라면, 장어도시락 등등

읽으면서 침넘어가는 음식들이 계속 이어졌다.

저자가 엄청 멋부리면서 최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온갖 미식을 선보이는 책이었다면

읽다가 얼른 던져버렸을지도 모르는데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친근한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바람에

후루룩 읽어버리곤 배가 엄청 고파졌다.

 

그랬지. 고독한 미식가에서도 그는 어디나 있는 가게에 불쑥 들어가

별다른 메뉴도 아닌 음식을 시켜서 먹곤 행복해하곤 했다.

물론 잘~ 먹는 방식을 아는 사람이라 잘 먹을 준비가 되어있기도 했지만

언제나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기보다는 간판에 적힌 메뉴를 보거나

누군가가 맛있게 먹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식당을 찾아들어갔다.

미식가도 좋지만 항상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닐 수는 없는 일.

생활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고, 또 맛있게 먹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구스미 마사유키는 알려주고 있다.

 

읽을수록 배고픈 책,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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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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